[스타일은 문화다] 제품의 기능보다 개인 취향 맞춘 스토리텔링 CF 봇물

비, SK텔레시스 W폰
'이 음료를 마시면 얼굴이 V라인이 된다', '남자를 남자답게 만들어 주는 휴대폰', '자동차로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

현재 방영 중인 CF 속 문구들도 '스타일'에 충만해 있다. 얼마전 SK텔레시스는 W폰 SK-800을 출시했다. 월드스타 비가 광고 모델로 나선 이 광고는 남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며 '시크한 디자인의 메탈릭 바디가 돋보인다'며 남성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휴대폰의 기능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비의 근육질 몸매를 강조하며 휴대폰의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췄다. 현대자동차도 스타일리시를 강조한 CF로 눈길을 끌고 있다. 투싼 IX와 산타페 더 스타일은 각각 '섹시 유틸리티 비이클(Sexy Utility Vehicle)'과 '모어 스타일(More Style)'이라는 수식어로 젊은 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배우 장동건과 신민아를 내세워 '세상의 모든 테리우스를 위해','세상의 모든 신데렐라를 위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광고들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며 소비자를 한 단계 격상시켜주는 듯한 인상으로 강하게 다가온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바뀐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질과 성능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 소비자들이 '나'에 맞는,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효리, 대우증권 다이렉트
한 광고기획사 관계자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곳이 광고계"라며 "개인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광고도 제품이 중심이 아니라 '내'가 중심인 '나'라는 인물의 스토리텔링 CF를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들은 '나'만의 행복과 만족감을 충족시켜줄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성향이 더 강해졌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스타일을 앞세운 제품과 모델들로 비주얼적 CF을 생산해내며 소비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스타일을 살린' 광고들이 주목받는 것이다. 의류나 액세서리, 화장품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생활필수품 등도 연령대별로 소비자들에게 스타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한화L&C도 주방 및 테이블 등의 표면마감재 브랜드 칸스톤의 TV광고에서 배우 김희선을 모델로 기용해 세련된 스타일과 이미지를 내세웠다. 대우증권 다이렉트도 패셔니스타 이효리를 내세워 화보촬영 같은 CF로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이제 광고 콘셉트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속으로 들어가 제품의 특징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기호에 따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속에도 부작용은 있다. 고급스럽고 스타일리시한 광고들은 대중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소수의 소비자들만이 누릴 수 있을 법한 제품들이 즐비하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냉장고가 저장의 기능뿐만 아니라 주방의 스타일을 좌우하는 제품으로 떠오른 지금, 소비자들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기 마련"이라면서도 "그러나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닌 게 분명하다. 자칫 겉모습(스타일)을 앞세운 광고들이 심각한 물질만능주의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 , 한화L&C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