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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주인과 정체성 찾는 시도"

'리슨 투 더 시티' 프로젝트 박은선 작가
서울 재래시장과 재개발 지역 투어… 9월 영국 리버풀서도 진행
박은선 작가의 테마는 도시와 건축이다. 삶과 문화가 태어나고 이어지는 바탕으로 도시와 건축을 조명해 왔다.

그의 작업에는 초국적 자본에 의해 급속하게 변하고 획일적으로 개발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인간답고 문화적으로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작년부터는 그 연장선에서 '어반 드로잉스'라는 계간지를 출간하고 있다. 1호에는 도시의 주거 문제를, 5월에 나온 2호에서는 4대강 개발의 문제를 다루었다.

'리슨 투더 시티 서울 투어 프로젝트'의 취지도 같은 맥락에 있다. 박은선 작가는 서울의 재래시장과 재개발 지역, 오늘날 도시 문제가 첨예하고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는 이 프로젝트를 지율 스님의 낙동강 순례에 비유했다.

"기록되지 않고, 사라지기 직전인 문화와 역사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야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알게 되니까요. 지율 스님이 낙동강 순례를 진행하시는 이유와 비슷해요. 강에 직접 와본 이들이 적어서 4대강 개발의 영향이 사회적으로 실감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죠."

이는 도시가 정부나 일부 자본의 것이 아닌,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것임을 일깨우는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나아가 서울의 특성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자는 제안이다.

9월에는 공동 작업하는 영국 작가들과 영국 리버풀에서 같은 컨셉트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영국은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국가입니다. 한국과 가장 비슷한 환경이죠. 그곳에서의 프로젝트는 한국을 비추어 인식할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난 5월25일 박은선 작가를 만나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서울과 리버풀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몇 해 전 영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작은 상점이 거의 없다는 점에 놀랐다. 대형마트가 득세하고 있더라. 그런데 한국에 돌아왔을 때 몇 년 사이 영국과 같은 풍경이 되어 있었다. 대형마트의 브랜드까지 같았다. 도시가 익명화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의 개성을 어떻게 유지할지 의문이 들었다. 서울에서 추진되는 34개 뉴타운이 완성되면 서울의 정체성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이번 프로젝트 코스도 재개발 지역 중심이다.

-역사가 있는 4대문 안 '원조 서울'에 초점을 맞췄다. 갈등이 살아 있는 곳이다. 이곳들의 앞날은 청계천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청계천은 도심에 위치한 '공업 생산라인 네트워크'였다. 이렇게 특이한 곳이 문화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졌는데, 정작 현재 청계천은 옛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청계천 상인들은 갈 곳을 잃었는데, 상권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대형 상가는 불황이다. 이런 것은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당동 중앙시장에서 황학동·동묘의 구제벼룩시장을 거쳐 신축된 아파트로 가는 코스가 있는데, 이 길을 따라가면서 같은 인상을 받았다. 아파트를 세울 때는 주변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을 텐데, 정작 그 근처 상가들은 텅텅 비어 있다.

서울, 리버풀 프로젝트 결과를 모아 전시를 연다고 들었다.

-9월에는 영국 스태틱 갤러리, 11월에는 서울 이태원 공간해밀톤에서 <도시교환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한다. 여기에는 양 도시가 서로의 이미지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프로젝트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서울 사람들은 리버풀 하면 축구나 비틀즈만 떠올린다. 도시 이름이 '강river'과 동음이의어라서 그런지 낭만적인 곳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리버풀은 쇠락한 공업 지역으로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하나다.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두 도시의 모형을 만들어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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