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문화로 읽기] 한국대표팀의 변화선수들 세련된 화법, 스타일링, 여유 있는 제스쳐 등 확 달라져

스폰서 기업의 로고를 기자회견장 뒤에 설치하는 '백보드 광고'가 집중 등장한 것은 이번 월드컵의 특징이다.
한국 대표팀과 선수들은 미디어의 타깃이다. 2002 월드컵 이후 이들은 미디어와 관련해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를 축구담당 기자들에게 물어 보았다. 국가대표팀의 대 언론 정책은 어떻게 변했는지, 제일 변한 선수는 누구이며 친미디어적 선수는 누구인지.

대표팀의 '글로벌 스탠다드'

2002년을 계기로 국가대표팀이 언론을 대하는 기준은 '글로벌 스탠다드' 이다. 구체적으로 유럽 프리미어리그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스포츠 담당기자들은 대표팀의 대 언론 정책이 바뀐 시기는 히딩크 부임 이후라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한국 김종한 기자는 "히딩크 감독이 부임했을 때 통역사가 필요해 언론담당관이 처음 생겼다. 이후 2006년 월드컵과 이번 월드컵까지 언론담당관 제도가 있어 공식 인터뷰를 이쪽을 통해서 요청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훈련 전, 2명의 선수를 지정해서 인터뷰하는 것이 일종의 룰이 됐는데, 이것도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생긴 것이다. 얼핏 언론 친화적으로 바뀐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전에는 기자들이 그라운드에서 선수에게 질문을 하거나 라커룸에도 들어가는 등 자유롭게 선수들을 인터뷰했지만, 한일월드컵 이후 공식 인터뷰 이외에는 기자들의 접근을 금지한다.

이런 폐쇄적 방식은 유럽의 프로축구 시스템과 유사하다. 야구 취재의 경우 미국 메이저리그 영향을 받아 라커룸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된다. 2006년 월드컵의 경우 아드보카트 감독이 경기 전 '미디어 데이'를 만들었다. 다과회를 열어 모든 선수들과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했다.

2010년 허정무호의 스타일은 어떨까? KBS 김기범 기자는 "국내 감독이라 개인적으로 친한 기자들이 많다. '내일 최종 엔트리 선수는?' 같은 공식적인 질문은 사적인 인터뷰에서 피하지만, 인터뷰를 거부하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 선수가 달라졌어요

선수 개개인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기자들은 선수들이 세련된 화법과 스타일링, 여유 있는 제스처 등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선수가 박지성. 2002 한일월드컵 이전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그는 월드컵 평가전인 잉글랜드전에서 골을 넣으며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당시 텔레비전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 세례에 당황하면서도 깍듯하게 대답했던 풋풋한 모습이 있다.

KBS 김기범 기자는 "스타가 되면서 어떤 질문에도 논리적으로 대답하는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인다. 해외진출 후 영어로 한동안 고생했지만, 지난해 CNN의 를 보면 농담도 섞어가며 여유 있게 대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인터뷰가 한결 세련됐지만, 정형화한 대답만 나온다는 평도 있다. "글쎄요"로 시작해 "~하기 때문에 ~라고 생각한다"란 대답으로 마무리하는 일명 '박지성 화법'은 정형화한 대답 방식의 사례다.

인터뷰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선수는 박주영, 차두리 등 해외파 선수다. 이들은 2000년대 초중반 언론 기피증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최근 인터뷰에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데이비드 베컴처럼 '걸어 다니는 광고'가 됐다는 점도 달라진 것이다. 2006 독일월드컵 때만 해도 대표팀 선수들은 개인 옷을 입고 훈련소에 집합하고 공식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의 경우 해외진출 선수가 대거 늘어나며 에이전트사를 통해 별도로 '관리받는' 선수들이 전에 없이 늘어났다.

나이키, 퓨마, 아디다스 등 개인 협찬사가 많아졌고, 이들 기업의 신제품을 코디해 훈련소로 들어가는 풍경이 언론을 통해 자주 노출되는 것이다. 한 축구담당 기자는 "선수 인터뷰 때 에이전트사가 만든 백보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게 하는 일명 '백보드 광고'가 등장한 건 이번 월드컵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