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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다스려 그려낸 욕망의 여백

[지상갤러리] 최유 개인전 <보이지 않는 기류>
  • 보이지 않는 기류
최유는 한국화를 전공한 젊은 화가다. 그의 작품은 젊은 작가의 것답게 대상을 자유롭게 포착해 내면서도 한국화의 고즈넉함을 잃지 않는다.

전통으로부터 간결한 선의 무궁무진함과 검박한 색의 풍요로움을 이어 받았고, 오래된 것을 지금 여기에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에 대해 대답하고 있다. 그 결과 산수(山水)만큼 수려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질문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화가의 붓으로 끌려 들어온 것은 우선 커피숍 안 풍경이다.(<보이지 않는 기류>) 사람들은 함께 있지만, 제각각이다. 같은 포즈나 표정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물며 그 마음들 속이야. 그런데 헤어 스타일과 복장은 매 한가지다.

외롭고 인정받고 싶어서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그 마음들이 다르면 또 얼마나 다를 것인가. 배경은 간소화하고 사람들만 줌인했다. 속사정을 대변하듯 담배 연기만 홀연하게 떠돈다.

<소통의 부재-Silence>는 아이러니하게도 전화에 골몰하는 이들을 주인공 삼았다. 통화는 요즘 언제 어디서나 흔한 관습이다. 그런데 저들의 전화기는 실전화다.

  • 탐욕따기
겨우 가늘고 뒤죽박죽 엉킨 실 한 가닥에 매달려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화를 낸다. 언제 끊어질지, 적절한 상대와 이어져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저 욕망들이 측은하게 보인다.

복숭아가 잔뜩 열린 나무를 향해 사방에서 뻗어진 손들의 풍경(<얻어내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등바등 탐내어 한낱 손아귀만한 도량에 복숭아나무가 참 예쁘고 아깝다. 화가는 그 점을 말하는 대신 지켜본다. 한 걸음, 두 걸음 물러나 너른 화폭의 한 점으로 인간을 보는 <탐욕따기>에 이르면, 어쩐지 부끄럽고 경건해진다. 여백이 마음을 깨우친다.

최유의 그림들은 우리 자신을 보게 할 뿐 아니라, 어떻게 봐야할지까지 넌지시 일러준다. 세상을 진득하게 관찰하고 인간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고 스스로 다스리고 다잡으면서 그린 그림임을 알겠다. 한국화에는 화가가 정직하게 투영된다. 발 묶인 채 욕망의 땅에 선 인물들(<내 마음 속의 일>)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최유 개인전 <보이지 않는 기류 Invisible Stream>는 26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있는 신한갤러리에서 열린다. 02-722-8493.

  • 얻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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