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최유 개인전 <보이지 않는 기류>
전통으로부터 간결한 선의 무궁무진함과 검박한 색의 풍요로움을 이어 받았고, 오래된 것을 지금 여기에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에 대해 대답하고 있다. 그 결과 산수(山水)만큼 수려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질문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화가의 붓으로 끌려 들어온 것은 우선 커피숍 안 풍경이다.(<>) 사람들은 함께 있지만, 제각각이다. 같은 포즈나 표정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물며 그 마음들 속이야. 그런데 헤어 스타일과 복장은 매 한가지다.
외롭고 인정받고 싶어서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그 마음들이 다르면 또 얼마나 다를 것인가. 배경은 간소화하고 사람들만 줌인했다. 속사정을 대변하듯 담배 연기만 홀연하게 떠돈다.
<>는 아이러니하게도 전화에 골몰하는 이들을 주인공 삼았다. 통화는 요즘 언제 어디서나 흔한 관습이다. 그런데 저들의 전화기는 실전화다.
복숭아가 잔뜩 열린 나무를 향해 사방에서 뻗어진 손들의 풍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등바등 탐내어 한낱 손아귀만한 도량에 복숭아나무가 참 예쁘고 아깝다. 화가는 그 점을 말하는 대신 지켜본다. 한 걸음, 두 걸음 물러나 너른 화폭의 한 점으로 인간을 보는 <>에 이르면, 어쩐지 부끄럽고 경건해진다. 여백이 마음을 깨우친다.
최유의 그림들은 우리 자신을 보게 할 뿐 아니라, 어떻게 봐야할지까지 넌지시 일러준다. 세상을 진득하게 관찰하고 인간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고 스스로 다스리고 다잡으면서 그린 그림임을 알겠다. 한국화에는 화가가 정직하게 투영된다. 발 묶인 채 욕망의 땅에 선 인물들(<내 마음 속의 일>)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최유 개인전 < Invisible Stream>는 26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있는 신한갤러리에서 열린다. 02-722-8493.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