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친환경 서바이벌] '기후 변화' 환경운동가 몫 아닌 개인 행동 통해 방법 찾기 나서

환경재단 관계자가 소공동 롯데백화점앞에 설치되어 있는 환경위기시계의 시간을 12분 앞당기고 있다. 환경위기시계는 환경 관련 전문가들이 느끼는 인류 존속의 위기감을 시각으로 표시한 것이다.
"디자인에서 에코라는 개념은 어떻게 발현되나요?" 올해 초에 열렸던 한 디자인 포럼에서 한 사람이 패널에게 물었다. 질문에 대한 일본인 디자이너의 답변은 간단했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 것이죠." 비단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자연에서 자라난 것이 아닌,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많은 것들은 사실상 '반환경적'이다.

2007년 2월, 유엔 산하의 정부 간 기후변화 위원회(IPCC)가 프랑스 파리에서 발표한 보고서 <기후변화 2007>는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는 130개국의 2500여 명 과학자들이 6년간 연구 조사해 작성한 기후변화와 관련한 최종 보고서로, 지난 50년간 기후변화 원인의 90%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인간 활동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자연은 직접 인간들에게 경고한다. 물 부족,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등 푸른 별 지구는 이미 테러에 가깝게 이상반응을 드러내는 중이다.

현재 세계적인 환경 담론은 기후 변화로 집약된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38개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내용의 교토의정서를 채택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제 7회 서울환경영화제 트레일러인 <지구를 부탁해>의 한장면
1차 감축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의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최소 5.2% 감축하겠다는 합의이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탓에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25%를 배출하는 미국은 부시 정부 당시인 2001년에 교토의정서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포스트 교토 체제라 불리는 2차 감축기간(2013~2017년)에 대해,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총회가 열렸다. 하지만 국가간 책임공방으로 진전된 것은 없고, 총회 참가자들의 비행기 이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늘어났을 뿐이다. 또한 사실상 이 협정이 지구 온난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건가요?

기후변화 논의 중에 파생된 것이 국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탄소 배출권'이다. 자발적 실천에 달려 있던 온실가스 줄이기가 탄소 배출권이라는 이름으로 사고 팔 수 있게 되면서 시장으로 둔갑됐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에너지 과소비라는 체제를 바꾸기보다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된 탄소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해마다 온실가스의 양을 정하고 기업에 한정된 양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나눠주면서, 매년 그 양을 줄여 간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렇게 얻게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은 일종의 면죄부가 될 소지가 있다.

가령 폭스사는 차량 폭파 신을 찍는 대신 나무를 심으며 얻은 탄소 중립을 통해 환경친화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고, 브래드 피트는 할리우드 배우로서의 책임감의 표현으로 부탄에 있는 숲 보존 프로젝트에 1만 달러를 기부했다. 어떤 기업은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남아메리카 조림 사업에 돈을 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오염이 해소되느냐고 묻는다면, 전문가들은 '아니올시다'라는 반응이다. 탄소시장을 연구하는 카본 트레이드 워치(Carbon trade watch)의 케빈 스미스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와 나무를 심어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은 서로 상쇄될 수 없다"고 못박는다.

결국 자기위안과 합리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탄소 상쇄가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그는 역설한다.

환경오염에 대한, 1인의 책임을 의식하다

지구에 남은 시간은 이제 2시간여에 불과하다. 환경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고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겐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다. 거대 쇼핑지구, 명동의 대형 백화점 사이에 위치한 '환경위기시계'는 경종을 울리기보다 하나의 조형물 내지는,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2008년 서울을 찾은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부총리는 "30년 내에 투발루 일부 지역에서 사람이 거주할 수 없다"면서 간곡히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50년 안에 투발루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고 한다.

이 같은 기후변화에서 한국이라고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세계 평균 기온 상승 추세보다 2배 정도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더구나 4대강 사업이 진행된다면 한반도의 오염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환경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 이상 환경 운동가의 몫만은 아닌 것 같다. 세계 기후변화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미국에서, 1인의 책임을 묻기 시작하는 움직임이 먼저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해보자'라는 참여의 말보다, 자신의 행동으로 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움직임이다.

그들의 방식은 다소 과격하다 싶다. 화장실에서 휴지 없이 1년간 살아보기도 하고, 소비의 왕국에서 아예 쇼핑을 하지 않기도 한다. 도시에서 가족농장을 운영하며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는가 하면, 17년 동안 나라에서 나라를, 도시에서 도시를 걸어서 여행한 이도 있다.

치약과 샴푸, 세제 등의 화학제품을 3개월 동안 쓰지 않고 살아보거나, 3개월 동안 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집안에 끌어모아두며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지구에 내버리는지를 실험한 사람도 있다.

매년 5월 즈음에 열리는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지난해부터 이런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환경 담론의 글로벌 트렌드 지표라고도 볼 수 있는 환경영화제에는 직접 체험해 보는 다큐 형식의 영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재단의 기지혜 씨는 "개인의 환경실천의 전 세계적인 바람이 불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개인과 가족, 공동체의 체험을 담은 Do it Yourself (DIY)형태의 프로젝트형 다큐멘터리 영화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책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로도 선보이고 있는 <노 임팩트 맨>의 프로젝트는 미국은 물론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좋은 의미의) 따라쟁이를 양산하는 중이다. 물론 이전의 환경단체들이 제공하는 지구 살리기 팁과 비교해 새로울 게 없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인의 움직임은 구태의연한, 그래서 무감각해진 '계몽적' 환경운동에 새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불어넣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참고 도서
참 녹색국가의 길 – 조길영 저
공기를 팝니다 – 케빈 스미스 저 (이유진, 최수산 옮김)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