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친환경 서바이벌]쓰레기 '0'도전, '굿바이 쇼핑' 등 3개월서 1년까지 생활패턴 뒤집어

도시에서 가족농장을 일구는 더배스 가족의 집앞 풍경
"그린(green)은 현재 가장 섹시한 아이템이죠." LA의 대표적인 오염 배출원으로 지목되는 할리우드, 그곳에서 활동하는 환경 컨설턴트의 말이다.

그녀가 한 편의 영화 촬영현장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친환경 영화제작백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담겼다.

현장에서 일일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생수병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이른 아침마다 커다란 통에 물을 담고, "불편한데 '왜 촬영 현장에 그린 팀이 필요하냐"는 스탭의 뒷담화도 감내했다. 24일간의 인고끝에 그녀는 하루에 300개씩 소비되어, 총 7000여 개나 되는 생수병을 절약할 수 있었다.

'블루 골드'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전 세계의 물 산업은 해마다 급성장 중이다. 하지만 생수는 마시는 동안에는 자연과 친해질지 몰라도, 소비되는 순간 반환경적인 존재로 전락한다. 생수 한 병을 만들기 위해 3배에 달하는 물이 필요하고 페트병의 25%가 석유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생수병에 그렇게 집착했던 이유다.

실제로 촬영현장에서의 '그린 활동'을 지켜보면, 실생활로 들어온 '그린'은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라고 여길 만큼 이미지를 중시하는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친환경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 되는 순간 저 멀리 가버리는 데 일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농장을 일구며 자급자족하는 더배스 가족
폼 나지 않는 불편함.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노 임팩트 맨>의 콜린 베번이나 <화학제품은 필요 없어>(앤드류 니스커 감독)의 굿 패밀리, 그리고 <굿바이 쇼핑>의 주디스 러바인은 친환경의 극단을 실천에 옮겼는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0'에 가깝게 다가가서 어떤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무엇이 과잉인지를 재점검하기 위한 과정, 그들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기존의 자신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뒤집었다.

청결과 위생은 화학제품으로만 가능한가?

앤드류 니스커 감독의 '집안에서 화학제품 몰아내기'는 환경과 관련된 두 번째 프로젝트였다. 맥도날드 가족을 통해 평범한 도시민이 3개월간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내버리는지에 대한 고발을 담은 <쓰레기! 혁명은 집에서 시작된다> 역시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집안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는 고스란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묻히게 되는 거다. 이어지는 화학제품에 대한 선전포고.

과연 위생적인 삶을 위해서 반드시 화학제품이 필요한 걸까? 보통의 집에서 사용하는 소독제, 세탁용 세제, 샴푸, 탈취제, 곰팡이 제거제, 그리고 헤어젤과 치약,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화학제품이 아닌 것이 거의 없다. 포장지에 적힌, 발음조차 어려운 표시 성분들은 보통 사람들의 자체 검열도 수고스럽게 만든다.

이들의 적지 않은 제품에는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덕분에 미국 내 가정주부의 암 발병률은 일하는 여성에 비해 54%나 높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대도시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앤드류 감독은 '화학제품을 몰아내자'의 정공법과 더불어 청결과 위생에 대한 재정의를 촉구한다.

<노 임팩트 맨>의 저자, 콜린 베번이 지역 농산물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고르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표백제에 들어가는 강력한 독소인 염소, 뇌 손상까지 불러올 수 있는 나프탈렌, 그리고 인체 내분비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트리클로산(항균 비누에 사용된다)으로 옷과 카펫, 그리고 피부를 문질러야만 세균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보통의 비누와 일정한 강도의 힘과 물이 오히려 세균에 내성을 기르지 않고 파괴한다. 청결을 위해 사용한 화학제품 탓에 집안을 바깥공기보다 10배에서 50배까지 나쁜 '독소 공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일이다.

과다한 쇼핑, 과연 누가 행복해지는가?

엘리베이터, 비행기, TV 시청, 냉장고 심지어 화장실 휴지 사용까지 거부한 '노 임팩트 맨', 콜린 베번은 1년간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 환경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는 1년간 1인당 0.7톤의 쓰레기를 배출한다는 통계를 보고 쓰레기 '0'부터 도전했다.

많은 이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보상받기 위해 물건을 사들인다. 하지만 그 물건값을 지불하기 위해 초과 근무를 하며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러니한 순환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소비하면서도 행복하지 않다면 왜 쇼핑을 해야 할까?

출발은 아껴쓰기이자 소비 줄이기였으나, 이를 위해 필요한 것도 많았다. 하루 수천만 개의 일회용 기저귀가 매립되기에 유기농 기저귀를 사야 했고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일주일간 1kg을 먹는 지렁이를 집안에 들여야 했다.

음식물이 운송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인근 지역의 음식만 먹었고 뉴욕에 자리 잡은 작은 텃밭에서 아예 감자와 호박, 양파, 마늘 등을 길러 먹었다. 온실가스의 주범이라 여겨지는 육식도 금했다. 키친타올과 화장지 휴지 대신에 낡은 옷감이 사용됐다.

뉴욕이란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천을 '과학적이기보다 철학적인 시도'라고 말한다. 개인이 환경개선에 큰 변화는 가져올 수 없지만 '의식의 변화'는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많은 언론과 방송이 그를 토크쇼와 인터뷰 석에 앉혔고 뉴욕대 학생 200여 명은 '노 임팩트 맨'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국내에서도 환경운동연합은 시민들의 생활 속 실천을 유도하는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은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콜린은 1년 동안 느낀 의문에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쓰레기와 오염과 온실가스는 인간의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집단적 습관의 문제"라는 것.

1년간 생필품 외의 쇼핑을 '끊은' 주디스 러바인에게 그 시작은 쇼핑백과 얽힌 개인적인 굴욕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1년간의 쇼핑 절제를 마친 그녀는 무절제한 쇼핑이 가져오는 반환경성에 주목한다. 과연 이 소비란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 말이다. 개인적으로 행복하지도 않고, 지구에도 해가 된다면 왜 하는가 말이다.

'먹을거리를 통제할 수 없으면,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더배스 씨는 자급자족을 통해 자신의 소비를 통제해오고 있다. 일 년에 2720kg의 유기농 식품을 생산하기까지 20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그들은 도시 속에서도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1인'들에게 촉구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라. 모험하고 위험을 감수하라. 정부는 못하고 기업은 안 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