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잡지를 아시나요?]영국서 노숙자 지원 위해 발행… 7월 5일 월간으로 한국판 첫선

팝 가수 레이디가가가 반전라의 포즈로 등장한 커버. 이 섹스어필한 잡지도 알고 보면 독립잡지다. 노숙자를 지원하기 위해 발행되는 스트리트 페이퍼, <빅이슈 코리아>가 창간된다. 지난 1일 시험판이 발간됐고, 7월 정식 창간 예정에 있다.

사랑은 <빅이슈>를 타고

<빅이슈>의 경우 사실 대중잡지에 가깝다. 얼마만큼? 영화 <원스>에서 주인공 남녀가 만나게 되는 '사랑의 메신저'로 쓰일 만큼. 체코 출신의 이민자인 여주인공이 거리에서 기타 치는 남자주인공에게 내민 잡지가 <빅이슈> 영국판이다. 영국판 <빅이슈>는 주간 발행 부수가 약 16만 부에 달한다.

'이게 무슨 독립잡지냐?'고 의심을 품게 되지만, 발행취지를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빅이슈 코리아> 시험판 커버 한 구석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값 3000원, 3000원 가운데 1600원이 벤더(판매사원)에게 갑니다'

오직 노숙자만이 잡지를 판매할 수 있는 독특한 컨셉트의 이 잡지는 영국에서 창간됐다. 1991년 화장품 브랜드 '더 바디 샵'의 공동창립자 고든 로딕은 일자리를 잃고 런던 지하철역에 모여든 홈리스에게 관심을 가졌고, 출판인 존 버드와 함께 노숙자에게만 판매 권한을 주는 잡지를 창간했다.

고든 로딕은 알려져 있다시피 히피 출신의 사업가이고, 존 버드 역시 그 자신이 한때 사업에 실패해 노숙자로 살았던 경험이 있다. 영국에서 <빅 이슈>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사회적 기업의 효시가 됐다.

내용은 일반 대중문화 잡지와 비슷하다. 데이비드 베컴, 조니 뎁, 안젤리나 졸리, 비욘세 등이 커버 기사를 장식했다. 물론 무료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 아멜리 노통브 등 스타 작가들도 무료로 글을 기고했다. <빅이슈> 판매사원으로 경제 자립한 노숙자는 5500명에 이른다.

왓 이즈 스트리트 페이퍼?

<빅이슈>처럼 노숙자를 지원하기 위해 발행되는 잡지와 신문을 '스트리트페이퍼'라고 부른다. 2010년 현재 38개국 89종이 발간되고 있다. 1994년 전 세계 스트리트페이퍼 대표들이 모여 '세계 홈리스 자립지원 신문·잡지사 협회'(www.street-papers.org)를 창설하기도 했다.

<빅이슈>의 경우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발행된다. 한국은 일본, 타이완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 발간되는 나라다.

객원기자를 포함, 4명의 편집진이 만들지만 문화예술인들의 재능기부로 지면의 퀄리티는 여느 잡지와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진무두 판매국장은 "50명의 디자이너가 판매사원을 위한 공간을 준비 중이고, <빅이슈 코리아>를 알리기 위해 3000명의 플래시맵 이벤트를 계획하는 분도 있다. 홍대 뮤지션들의 거리공연행사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독도광고로 알려진 이제석광고연구소에서 0호부터 50호까지 커버 디자인을 기부해주기로 한 상태. 7월 5일 창간되는 잡지는 월간으로 발행된다. 2만 부 발행하는데, 오는 10일까지 판매사원을 30명 모집, 7월까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빅이슈>는 이윤을 위한 잡지가 아니다. 2008년 10월, 노숙자 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모여 다음카페에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모임'을 만들고, 비영리민간단체 '거리의천사들'과 결합해 2년간 준비했고, 이를 위해 아예 잡지사 하나를 만들었다. 지난 5월 이 잡지사는 사회적 기업에 선정됐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