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잡지를 아시나요?] 월간 <싱클레어> 김용진 편집장음악관련 글 기고 하고 밴드 작업 알릴 매체 만들고 싶어 2000년 창간

하루가 멀다 하고 창간되고, 휴간되고, 폐간되는 잡지시장에서 11년 째 발행된 독립잡지가 있다.

2000년 창간한 <싱클레어>가 그것. 뮤지션, 자유기고가, 활동가 등 각계 문화인들에게 십시일반 글을 기고받아 실었던 작은 잡지는 이제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체계적인 유통망'도 갖게 됐다.

원고료 없이 글을 받지만, 참여 기고자는 250명이 넘는다. 격월간 발행되는 <싱클레어> 5,6월호는 인터뷰 당일인 6월 1일까지 원고마감도 덜 끝난 상태였지만, 정기 구독자들은 '무슨 사정이 있겠지' 너그러이 기다린다. 무엇이 이걸 가능하게 했을까? 김용진 편집장을 만났다.

2000년에 창간했으니 올해로 딱 10년째 발행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독립잡지가 어떻게 변했나?

"그때는 분위기가 좋은 시절이었다. <페이퍼>나 <런치박스> 스타일의 잡지가 대거 나왔으니까. 블로그가 활성화되지 않은 때라 기고자와 독자가 많았다. 다만 기술적인 면이 덜 갖춰 있어서 제작상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기술면이 많이 발전했지만 독립잡지를 대체할 수 있는 문화가 많아서 이걸 사야겠다는 사람이 아주 적어졌다."

창간 이유는 무엇이었나?

"나는 밴드에서 기타와 노래를 담당하는 뮤지션이다. 음악 관련 글을 기고하고, 밴드 작업을 알릴 수 있는 매체를 만들고 싶었다. CD를 내는 것이 목적인데 잡지를 CD케이스처럼 쓰면 어떨까, 생각했다. 2009년 3,4월호 잡지에 CD를 넣어 발간했으니 10년이 지나서야 낼 수 있었던 셈이다."

일반 상업 잡지와 기획, 편집, 유통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기획회의는 에디터와 편집담당자들이 모여서 밥 먹고, 자기 해당 페이지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얘기하는 식이다. 우리는 '편집국밥'이라고 부른다. 편집국밥이 끝나면 편집장인 내가 필자들에게 편지를 쓴다. 인사말과 지금까지 들어온 다른 기고자들의 글, 마감날짜를 알리는 내용이다. 지면을 주고 기고자들이 자유롭게 글을 쓰는 방식이라 기고자들은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영감을 받거나 주제를 조정한다. 기고자 리스트가 250명 정도 된다. 편지를 보내면 기고자들이 원고를 보내고 싶을 때 보낸다. 글이 모아지면 다시 편집국밥을 열어 원고 순서를 정한다. 편집 디자인도 무료 기고를 받고 있다. 원고와 사진을 통째로 넘기면 알아서 디자인하고 우린 내용 교정만 본다. 이번 3,4월호 커버도 인쇄되어서 봤다. 내가 그래도 편집장인데.(웃음) 편집장으로 무엇을 결정하는 건 없다. 투고 원고가 많을 때, 내 글부터 보판된다."

해외 시장과 비교해서 한국 독립잡지 차이점이 뭔가?

"가장 큰 지점은 독자다.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 독자 자체가 없다는 거다. 지금도 독립잡지 관련 강좌를 하고 있는데, 매번 아이디어를 잃지 말라는 것과 가격을 매기라는 것 두 가지를 반드시 말한다. 국내에서 독립잡지를 만들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무가지로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독립잡지를 돈 주고 사보려는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독일 잡지 <모노>는 오직 한 사람을 인터뷰한 2,3페이지짜리 작은 잡지다. 모조지로 만드는데, 게다가 계간지다. 우리보다 더 게으른 잡지인데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다. 사람들이 정말 읽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그런 잡지가 한국엔 아직 없다. 콘텐츠 면에서 부족하다."

90년대 후반,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잡지'로 독립잡지가 소개됐지만, 이제 한국에서 독립잡지는 무가지부터 광고를 싣는 잡지까지 다양해졌다. 독립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독립잡지의 정의를 내린다면?

"100부를 내든 10만부를 내든 상관없이 낼 수 있는 게 독립잡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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