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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을 개인공간처럼
[카페로 출근하는 사람들]
IT발달 힘입어 커피 한 잔 놓고 공부·일하는 '코피스족' 증가
입력시간 : 2010/06/15 14:25:35
수정시간 : 2010/06/15 16: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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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요즘 커피체인점이나 커피전문점에 가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차 마시고 담소하는 고전적 풍경도 물론 있지만, 혼자 있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노트북을 켜놓고 종일 작업하고 공부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때론 카페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명 코피스(coffice)족이다.

대형 커피하우스, 디지털 유랑족의 공간

취업준비생 최 모(26·여)씨는 거의 매일 커피전문점을 찾는다. 그는 "취업 준비를 하는 또래친구들도 대부분 카페에서 공부를 한다"고 말한다. 2년 전부터 프리랜서로 홍보와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김 모(36·남)씨도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커피전문점을 사무실처럼 사용한다.

그는 "수입이 일정치 않은 프리랜서에게 하루에 몇 천 원만 내면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자유롭게 일도 할 수 있는 카페는 이상적인 작업실"이라며 흡족해한다.

몇 년 전 명예퇴직을 했다는 한 50대 남성도 카페 단골이다. 그는 카페에서 하루 절반 가량을 머무르며 사람들을 만나거나, 신문을 읽고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체크한다고 한다.

스타벅스 서울 광화문점.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공부나 일을 하는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붐빈다. 학생, 취업준비생, 프리랜서, 은퇴자들이 많다.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3~4시간 이상 장시간 머무르는 고객이다. 일부는 아침부터 와서 8~9시간 머물기도 한다.

스타벅스 광화문점 김명일 점장은 입사 초기 때인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카페 이용행태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예전엔 거의 만남의 장소로 이용됐지만 이제는 노트북을 들고 와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고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또, 소개팅 등 특별한 날에 이용하던 것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장소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전문점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오늘날, 디지털 유랑족의 삶의 단면을 가장 생생히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들은 휴대폰과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한다. 이들에게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고, 눈치 볼 필요가 없는 대형 커피전문점은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커피전문점이 이들을 위한 시설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박한조 주임은 "이대점 1호점 리뉴얼을 시작으로 이후에 오픈하는 매장들은 노트북 이용자를 위해 컨센트 설치를 기존보다 2~3배 늘리고 있고, 보다 편안한 자세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원목테이블도 확대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피스족을 겨냥해 24시간 영업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커피체인점 탐앤탐스는 170여 개 매장 중 40여 개 매장을 24시간 운영 중이다. 탐앤탐스 홍대파크점의 경우, 매출의 절반 이상이 오후 3시부터 새벽까지의 야간 시간대에 발생한다. 야간에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은 20~30대의 구직자나 프리랜서가 주를 이룬다는 게 매장 직원의 말이다.

IT발달, 고용불안 등 보여줘

우리나라는 유독 대형 커피체인점이 잘 되는 나라다. 지난 1999년 스타벅스커피 매장이 문을 연 이래 커피빈, 파스쿠치, 탐앤탐스, 할리스, 카페베네 등 수많은 국내외 커피체인 업체가 성업 중이다.

스타벅스 매장이 326개, 커피빈 202개, 탐앤탐스 171개, 더카페 119개 등이다. 커피전문잡지 월간커피 송호석 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들 업체가 올해 안으로 30~50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국내 커피체인점의 번성은 IT발달과 맥을 같이 한다. 인터넷과 노트북 사용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 커피체인점은 매력적인 장소일 수밖에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전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본사가 있는 시애틀 매장에 특히 많은 고객이 몰리는 이유는 그곳에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굴지의 인터넷기업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금,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는 유랑족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 국세청이 2008년 퇴직자 256만 5595명의 퇴직소득 원천징수 신고내역을 분석한 결과 퇴직자 100명 가운데 87명은 한 직장에서 5년도 채 근무하지 않고 그만 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0년 이상 한 직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사람은 100명 중 4명도 안됐다.

이 같은 평생직장 개념의 퇴색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사태 이후 회사들이 정규직 고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고용을 늘리고 명예퇴직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용불안으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에게 장소가 넓고, 자유롭게 장시간 머무를 수 있으며,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대형카페만큼 이상적인 공간이 또 있을까?

카페는 사회의 거울

유럽에서는 17세기 초부터 커피하우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영국 런던의 경우, 1663년 82개에 불과했던 커피하우스가 1700년에 이르러 500개로 증가했다.

계몽사상이 유행하던 당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중산층과 지식인들은 카페에 모여 정치, 사회,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의견을 나눴다. 유럽에서 카페는 정치와 예술의 다양한 담론의 장이었다.

스타벅스가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적 취향을 그 이유로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박한조 주임은 "국내시장에서의 인기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느낄 수 있는 미국적 분위기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와 노천카페, 여유로운 공간 등 유럽의 카페문화를 표방하는 파스쿠치나 카페베네 같은 커피체인점을 찾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역시 서구지향적 취향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홍대와 삼청동 등을 중심으로 커피맛과 차별화된 분위기로 승부를 거는 독립 커피하우스도 증가추세다. 월간커피 송호석 는 "소형 독립 커피하우스는 인스턴트가 아닌 원두를 직접 볶아 커피의 맛에 승부한다"며 "이는 국내 커피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롭고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커피하우스 변천사를 통해 본 우리사회

강준만 교수와 그의 제자 오두진 씨가 쓴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는 우리나라의 커피와 커피하우스의 변천사를 통해 사회의 모습을 흥미롭게 조명한 책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커피가 유입된 건 개화와 근대화의 바람이 불던 1890년경이다. 이후 1927년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한 최초의 다방 '카카듀'가 문을 열면서 서구에서와 같이 우리나라도 커피가 예술가들의 삶 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1930년대가 되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방이 늘었고, 문인과 예술가, 룸펜의 사랑방과 피난처가 된다.

70년대에는 음악다방이 유행하면서 다방 전성기를 맞았고, 그와 동시에 퇴폐다방도 인기를 끌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커피전문점이 등장했다.

스타벅스가 등장한 90년대는 커피전문점이 본격적으로 고급화되기 시작한 시기이며, 2000년대 들어 커피가 국민음료로 등극하면서 테이크아웃 커피하우스가 인기절정을 누리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110년에 걸친 국내의 커피와 다방 변천사를 통해 서구화를 향한 욕망과 빨리빨리 문화를 포착한다. 전쟁의 참화를 겪은 한국인은 서양을 목표로 삼아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에서 늘 서둘러야 했고, 커피 문화도 그런 절박성을 피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의 다방은 또 예술가들의 아지트이자 사업가들의 연락처였으며, 사기꾼들의 권모술수 논의에서부터 선남선녀의 맞선과 미팅의 장소에 이르기까지 그 사교적 기능이 다양했다. 그것은 공(公)만 공(公)이 아니라 사(私)가 더 공(公)일 수도 있는 한국적 메커니즘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공적 논의는 의례적인 것이고, 실질적인 결정은 사적인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방문화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참고서적: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사진제공: 인물과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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