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문화로 말하다] 영상<작은연못>, <꿈은 이루어진다>, <포화속으로>…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웰컴 투 동막골>,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 등 적지 않은 작품들이 전쟁과 분단 상황을 소재로 휴전 상태의 한반도를 환기시켰다.
이중 <괴물>은 여전히 냉전이 진행 중인 한반도의 책임을 북한 대신 미국에 묻고 있어 의미가 있었다. 이전 작품들이 남북관계를 직접적으로 대비시켜 통일에 대한 염원을 그려냈다면, <괴물>은 주한 미군의 존재 비판을 통해 분단 이후의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 담론을 이끌어냈다.
올해 개봉한 영화들도 <괴물>의 뒤를 잇는다. 남북 간의 비관적인 대치 상황보다는 전쟁과 분단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점이 최근 전쟁 소재 영화들의 달라진 점이다.
지난 4월 개봉한 <작은 연못>은 1950년에 벌어진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다시 불러내며 아직도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이야기했다. 1994년 유족 중 한 명인 정은용 씨가 펴낸 소설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로 세상에 알려진 이후, 노근리 사건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드라마가 됐다. 그래서 끔찍했던 사건을 스크린에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연못>은 충분한 신파적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달 개봉한 <꿈은 이루어진다>는 여러모로 <공동경비구역 JSA>를 떠올리게 한다. 군사분계선에서 근무하는 북한군과 국군이 어느 날 갑자기 조우하고, 이후 하나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우정을 나누게 된다는 설정이 그렇다.
차이라면 우정의 매개체가 초코파이에서 <꿈은 이루어진다>에서는 월드컵 축구가 됐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군을 중심으로 하는 코미디가 흥미롭다. <꿈은 이루어진다>가 그려내는 한 민족, 한 형제의 모습은 거창한 민족담론을 끌어오지 않는다. 단지 '축구에 열광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승리를 기원하면서 이념보다 인간적 연대감을 그려낸다. 우정과 화합의 장이었던 2002 월드컵을 끌어와 극단의 대립 지역인 DMZ를 화합의 공간으로 변화시킨 점이 신선하다.
이달 초 개봉한 상반기 최고 화제작 <포화 속으로> 역시 증오의 대상은 북한이 아닌 '전쟁'이다. 한국전쟁이 영화가 묘사하는 주 시공간이지만, 그 방점은 '전쟁'에 찍힌다.
영화에서 전쟁의 공포와 참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선 것은 어린 학도병들이다. 낙동강이 뚫리면 부산을 지켜낼 수 없는 상황에서 학도병들은 정규군 장교를 따라나섰다. 11시간 동안 벌어진 전투로 학도병 47명은 목숨을 잃었지만, 이들의 희생은 이어진 국군과 연합군의 반격에 크게 기여했다. 감독은 스물 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년들이 전장에 떠밀려 살아남기 위한 살인을 하는 과정들을 비추며, 전쟁은 결국 '광기'라는 점을 납득시킨다.
한국전쟁 60년을 기념해 특별 기획, 제작된 KBS <전우>와 MBC <로드넘버원>은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신을 중심으로 사실적인 영상을 담아내며 참혹했던 당시를 담고 있다. <전우>는 전쟁이 발생한 지 넉 달째인 시점에서 시작한다. 남한의 국군은 낙동강 방어전과 인천상륙작전을 기점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압록강으로 북진한다. 드라마는 이 과정에서 9명의 병사들을 통해 전우애에 비친 휴머니즘을 그려낼 예정이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변해가는 병사들의 단면을 통해 우리의 아픔을 끄집어내고자 했다. 또한 극 초반에는 평양 탈환 작전을 묘사하며 실감나는 시가전을 선보이는 등 실제 같은 영상으로 전쟁의 참상을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할 계획이다. <전우>는 1975년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20부작으로 제작돼 시청자들에게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다. 19일 첫 방송. <로드 넘버 원>은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본 전쟁의 참혹상을 담았다. 드라마는 한 고향에서 나고 자란 세 남녀가 전쟁 발발로 어쩔 수 없이 흩어지면서 겪는 아픔을 그린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역사의 폭풍우 속에서 견디고 피어나는 게 사랑이라는 주제로 '전쟁 멜로 드라마'를 표방한다.
특히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전후 세대에게는 전쟁의 참혹한 모습으로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예정이며,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게 기획된 드라마다. 23일 첫 방송.강은영 기자 |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