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여자를 말하다] 축구라는 스포츠보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축제 인식 강해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에 연속골을 허용하자 17일 밤 서울 영동대로에 모여 거리응원을 펼치던 시민들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최흥수기자
여성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시선은 기본적으로 남성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선 남성들은 드리블 능력이라든지 패싱, 반칙이나 몸싸움, 전술의 변화나 선수기용 문제 등 기본적으로 경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경기를 관전한다.

그러나 축구의 규칙이나 전술을 잘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월드컵의 분위기를 통해 축구에 빠지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축구'라는 스포츠에 빠진다기보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축제의 분위기 속에 빠진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4년마다 찾아오는 월드컵 때라야 축구 경기를 보는 여성들도 있다.

우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월드컵 대회 중에는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잘 생기고 건강한 신체의 남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시안, 아프리칸, 남미나, 유럽 쪽 각 나라별로 이질적인 인종들이지만 축구를 통해 잘 다져진 몸매로 땀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 그리고 경기 이후에는 서로 유니폼을 교환할 때 드러나는 근육질 몸매.

여성들에게는 그런 전사들의 모습이 섹시하게 보이기까지 하다. '총성 없는 전쟁'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함 속에 나타나는 그들의 훌륭한 몸매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다른 접근으로 축구에 관심을 보이는 셈이다.

17일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아르헨티나전 거리응원을 펼치다 한국팀이 실점을 하자 안타까워하고 있다./배우한기자
물론 여자 월드컵도 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소수 정예들에게만 해당되는 스포츠이기에 더욱 그렇다. 여성들은 '월드컵 기간 중에는 무얼 입을까?', '어떻게 나를 꾸밀까?', '나도 카메라에 한번쯤은 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거리 응원전에 나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거리응원의 무리들과 함께 소리 높여 응원하면서 가슴 속에 쌓인 스트레스도 날려버린다. 결론적으로 축구를 좋아한다기보다 월드컵의 응원 문화가 축구를 보게끔 유도한 것이다. 그래서 월드컵이 끝나면 K리그에서 그러한 방식으로 응원하는 여성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축구에 빠진 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알아야 한다. 축구에 대한 기본 규칙이나 전술 등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지 말고 찬찬히 알아 가면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축구 보는 맛이 생긴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꽃미남 선수를 알게 됐다면(여자들이 축구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에는 차이가 있다), 그가 소속된 리그와 소속팀에 대한 관심도 갖고 잘 생긴 외모만큼이나 실력은 그에 따르는지도 알아 보자. 그와 관련된 축구장 밖의 사생활까지도 알아보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표정은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실제로 <축구 아는 여자>라는 책을 집필하며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니 국내 여성 팬들도 이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꽃미남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블로그에 잔뜩 담아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시작은 어렵겠지만 이렇게 접근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축구라는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면서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겁다.



이은하 전문스포츠MC 겸 <축구 아는 여자>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