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히스테리> 전

고등어, '구토하는 올랭피아'
때로는 사적인 것이 사회적이다. 사적인 것들이 일련의 경향을 만들어낼 때, 이를 사회적 증상으로 읽어내는 진단에 의해서다. 섬세하고 지혜로운 해석을 통해 사소한 기호들은 실체를 드러낸다.

지난 19일부터 대안공간루프에서 열리고 있는 <히스테리> 전은 한국미술의 한 단면에서 사회적 뜻을 추출하려는 시도다. 작가 개인의 심리적 외상을 표출한 작품들을 한국사회의 의미심장한 증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가 고등어의 작품에는 거식증에 걸렸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화려하나 잔혹해 보이는 양면성은 여성들이 맹렬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그에 억눌리는 이중적 상황 같다. 저 아름다움의 기준과 규율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박정원 작가의 '증명사진' 시리즈는 평범한 중년 남성들의 얼굴이다.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정형화되어 불리는 그들에게도 얼마나 많은 얼굴이 있는가. 증명사진이라는 골격과 흐릿한 윤곽 사이의 긴장은 아저씨들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흔적처럼 보인다.

실연의 상처를 바탕으로 한 이정웅 작가의 작품들, 불안과 공포가 감도는 윤향로 작가와 오용석 작가의 작품들은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는 시인 이윤학의 시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젊은 세대의 보편적 정서이기도 하고, 한국사회가 종종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정웅, '회자정리'
개인적 경험에 천착한다고 이들 작품이 단지 사적인 것일까? <히스테리> 전을 기획한 류희정 큐레이터는 "최근 젊은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비사회성'과 '개인적 취향', '퇴행적 자아'가 어떻게 사회와 연관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극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히스테리라고 부르는데, 특정 경험에서 비롯한 감정이 건강하게 해소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이 히스테리컬한 작가들은 한국사회의 어떤 트라우마를 재현하거나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열린다. 02-3141-1377.


이정웅, 'Fired'
고등어, '신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밤, 보다 깊어진 라스트 씬'
오용석, 'This house is not a home'
박정원, '증명사진'
윤향로, 'Monster - Round Dance'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