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을 기록하는 예술가들] <강> 고은진 감독4대강 사업의 격전지 팔당서 1년간 머물며 다큐멘터리 제작

고은진 감독
<강>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물었더니 "푸른영상에서 드문 '싱글'이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4대강 사업 현장에서 거의 1년을 살아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은 두달째 4대강 사업의 '격전지'인 팔당에 머물고 있다.

사건이 많은 지역인데 농민들에 비해 체력이 약해 힘들지만, 간간히 농사일을 도우며 자연과 연을 맺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그의 말 속에서 강과 농민, 땅과 공동체, 환경과 삶의 방식은 떼려야 뗄 수 없었다. 그의 카메라는 아마도 그것을 기록하고 있을 터였다. 지난 22일 을 만났다.

<강>의 '주인공'으로 팔당과 낙동강 지역이 선택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4대강을 다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여력이 안 되어서 두 군데를 선택했다. 팔당은 4대강사업 반대의 중심지고, 낙동강은 공동연출자인 강세진 감독이 골랐다. <강의 진실>을 찍을 때 마음에 남았다고 하더라.

팔당 농민 두 명이 중심 인물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선정했나.

한 분은 평생 팔당에서 농사를 지은 분인데, 농사를 물려줄 사람이 없다. 자녀들은 서울에서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때문에 팔당을 떠나면 농사를 그만 둘 것이란 점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한 분은 귀농한 분이다. 팔당은 유기농업지라 귀농한 분들이 제법 많다. 농민의 연령대가 젊어서 다른 지역보다 사업 반대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들이 땅에 갖는 애착도 이 지역의 특징 중 하나다.

두 달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

지방선거 전에는 정부에서 측량 오는 일 때문에 시끄러웠다. 농민들이 광고탑을 세웠는데 그걸 없애려고 공권력이 투입된 적도 있었다. 천주교 신부님들이 4대강 사업을 규탄하는 미사를 열었고, 얼마 전에는 농민들의 3보1배가 있었다.

환경은 많이 변했나.

다른 곳과는 다르게 신부님들이 머물고 계셔서인지 공사는 좀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많이 달라지지 않아 다행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 촬영하고 있나.

강과 함께 사라지는 것들이다. 농민들도 그 일부고.

도시민들은 농민들만큼 자연과 돈독히 관계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농민들의 이야기가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직접 들어보니 어떤가.

나 역시 도시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농민들과 100% 교감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생활협동조합 관계자의 설명은 와닿았다. 강이 파괴되면 도시 소비자가 농산물을 믿고 살 수 있는 관계, 나아가 하나의 공동체가 파괴된다는 것이었다.

팔당의 하우스까지 출퇴근하는 농민들이 들려준 이야기도 있다. 도시 공원에서는 얼마나 많은 제초제를 뿌렸는지 냄새가 지독한데 팔당에 들어서면 그 냄새가 싹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에 꼭 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새벽 논두렁길을 찍고 싶다. 농민들의 차가 안개를 헤치고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하우스까지 들어오는 장면.

낙동강 지역의 현황은 어떤가.

그 지역 주민들은 70대 이상이 많아서 마음으로는 반대하더라도 체념한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수자원공사에서 촬영을 못하게 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푸른영상은 얼마전 <강>의 제작 과정을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cafe.daum.net/docupurn)를 열었다. <강>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의 후원을 기다린다. 장기 거주 프로젝트이다보니 제작비가 부족한 상황. 후원방법은 카페에 게시되어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