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아트] 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 김영현 대표10여 년간 다양한 삶의 현장 커뮤니티로 묶어내는 작업에 앞장

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는 척박한 국내 커뮤니티아트의 기반을 닦아 왔다. "당신도 예술가"라는 슬로건은 유알아트의 지향을 압축한다.

김영현 대표는 "생활 그 자체, 의식주와 일과 놀이"가 곧 예술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삶의 현장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일이 유알아트의 지난 10여 년간 행보였다.

공부방 어린이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장애아동을 위한 책 개발, 지역민 스스로 지역 문화를 만들도록 하는 컨설팅까지 다양한 삶의 현장을 커뮤니티로 묶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경남 통영 매물도에서 공공디자인 작업을 했다. '매물도 사람처럼!'이라는 모토 하에 마을의 내력을 살려냈다. 정월 초사흘마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祭)를 지내는 당산나무,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기 전 새벽에 모이는 터 등을 명소로 지정하고 군불 때고 꽃 기르는 집집을 소개하는 명패를 달았다. 작가들이 직접 매물도에 머물며 전해 듣고 경험한 문화 콘텐츠들이다.

지도를 새로 그리는 이 작업은 작가들의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삶의 가치를 돌아보고,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된 주민들 스스로 생활 터전을 가꾸어가도록 격려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이런 취지로 주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커뮤니티아트가 사회적 관심을 끄는 최근 상황에도 유알아트의 활동이 기여한 바가 클 것이다. 유알아트가 출발한 1990년대 후반에는 예술 관련 공공 기금을 신청했다가 "사람들과 단순히 노는 작업을 왜 지원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커뮤니티아트에 대한 담론이 활발한 지금은 기회이지만, 과도기다.

김영현 대표는 "정책적으로 많은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데, 작가의 경험과 준비가 부족해 현장과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커뮤니티아트의 방점은 아트가 아니라 커뮤니티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 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유알아트를 꾸려 오고 있는 김영현 대표를 만났다.

'당신도 예술가'라는 슬로건의 출발점은 무엇이었나.

예술에 대한 강박을 없애자는 것이었다. 예술이 누군가의 전유물이 되거나, 특정 사람들이 예술 전문가로 불리는 상황을 흔들고 싶었다. 더 일상적이 될수록 예술은 더 자유로워지고 진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상호작용할수록 더 많은 가능성이 생기지 않나.

유알아트의 구성원도 모두 예술 관련 전공자는 아니겠다.

교육, 디자인, 사회복지 등 다양한 영역을 전공했다. 상근자들이 프로젝트별로 다양한 작가들과 협력한다.

그동안의 작업들 중 성공 사례는 뭔가.

무엇을 성공이라거나,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커뮤니티아트의 핵심은 과정이다. 작업 과정이 중요하고, 그것이 관계를 낳고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와 연계해 만들어진 장흥의 문예활동단 나눔누리가 활발히 활동하는 사례 등을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고민했던 사례는 뭔가.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천연비누 만들기 프로젝트다. 참가자들에게 비누를 두 개씩 만들고 그중 하나는 공공시설에 기증하도록 하는, 창작과 나눔을 결합한 프로젝트였다. 취지를 열심히 설명했는데도 기증이 너무 적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이게 현실이라고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 봤다. 비누 첨가물을 세분화하고 그것을 넣어주는 스태프들을 배치했다. 참가자들이 첨가물을 받으러 오면 어디에 기증할 것인지 물어 적합한 첨가물을 줬다. 경로당에 기증할 비누라면 노인들에게 좋은 성분을 가르쳐주는 식이었다. 그리고 비누에 받는 이에게 전할 메시지를 첨부하게 했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설계했더니 확실히 기증량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으레 그럴 것, 이라는 생각에 갇히면 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스스로 내리는 커뮤니티아트의 정의는 뭔가.

건강한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예술을 도구나 매개로 삼는 것이다. 예술을 중심에 놓는 것이 아니라 삶을 치유하고 아름답게 하고 소통을 끌어내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예술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다. 커뮤니티 아티스트들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그들의 역할은 삶의 현장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응원,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예술이 일상생활보다 우월하다는 강박을 버리고 겸손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요즘 생각하는 개념은 커뮤니티아트를 넘어선 '커뮤니티컬처'다.

10년 전과 비교해 최근 커뮤니티아트의 환경은 어떠한가.

규모가 커지고 정책이 견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현장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 과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마찰도 경험이긴 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담론이 형성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커뮤니티아트가 단순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체험이 아니라, 지속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점은 이해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정책과 작가, 현장 간 고민과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제도적 협의체를 만들고 세미나, 워크숍 등을 개최하면 어떨까.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