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예술이 되다] 박성환 작가 인터뷰

박성환 작가의 작업실은 5월 열린 개인전 제목처럼 <지도공작실>이었다. 나무판을 잘라 만든 대륙들과 러시아와 중국, 한반도 모양 폼보드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나무판 대륙들은 세계 지도라는 퍼즐에서 떼어낸 조각 같지 않나요? 폼보드는 쉽게 자르고 구부릴 수 있어요. 지도가 단단히 고정된 것도, 단순한 평면도 아니라는 점을 뜻하죠."

박성환 작가는 세계 지도에 통합되어 있는 지리적 정보들을 분해하고 뒤섞고 재조립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러시아가 중국과 나란하기도 하고, 한반도가 영국과 등을 맞대기도 한다.

관객의 방향 감각과 세계관도 덩달아 분해되고 뒤섞이고 재조립된다. 박성환 작가가 공작하는 재료는 지도만이 아니다. 지도가 상징하는 과학적 사실과 상식, 관습 역시 재료다.

출발점은 '지도는 가장 객관적인 것'이라는 통념이었다. 먼 곳에서 살아본 미국 유학 시절은 작가에게 "물리적 거리와 정서적 거리, 감각적 거리가 모두 다르다"는 체험으로 남았다.

"지도는 신뢰 없는 이 시대에도 가장 신뢰받는 정보잖아요. 하지만 그것조차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최근 작업에는 디지털화, 모바일화한 미디어 환경과 그에 따른 삶의 변화가 반영되고 있다. 지난 개인전에 선보인 '흩어지는 인포그래픽스'는 벽면에 설치된 대형 지도판에서 지도 이미지들이 조각난 채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여주는 영상 작업. "가벼워지고 왜곡되기 쉬워진" 지도는 현대의 삶과 세계 간 관계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언제부터 지도에 관심이 있었나.

-어렸을 때부터다. 중학생 때 지도책을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낙서를 하며 지도를 변형했던 경험이 오늘날 작업으로 이어진 것 같다.

지도를 접한 세대성도 있을 것 같다.

-80년대 중후반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지도에 대한 첫 인상이 교장실에 근엄하게 붙어있던 대형 세계 지도였다. 소련과 중국이 붉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면적도 커서 공포스러웠다. 그때 지도가 이성적일 뿐 아니라 감성적으로 인식되는 정보라는 것을 알았다.

작업의 인상이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수공 작업 같다는 느낌이 강한데.

-하나의 관념으로서의 지도를 손으로 만져서 변형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 사람이 지도라는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틀 안에서, 그것과 더불어 살고 있다는 '현장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할까.

지리적 정보가 디지털화, 모바일화한 최근의 미디어 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은 없나.

-디지털 미디어의 저장 용량이 거의 무한대이다 보니 지리적 정보가 끊임없이 쌓이고, 사람들도 점점 이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신문에 실리는 인포그래픽 같은 것들 말이다. 특정 지리와 지역에 대한 지도가 수없이 많이 공존하는 상황에 대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 한반도 지도도 30만 개 정도는 되지 않을까?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