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시청자에게 문을 열다]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다양화,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한 소셜 네트워크 시청자 참여 유도

'승승장구' MC 김승우가 1월 25일 오후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우리 지금 만나-약속 지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 145개국에 수출, 미국의 하루 시청자만 700만 명.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의 <오프라 윈프리 쇼>의 영향력이다.

내년 가을이면 25번째 시즌을 끝으로, 그녀는 자신의 케이블 방송에서 새로운 토크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 토크쇼 방식이 참으로 특이하다. 시청자 참여도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일까? 오프라 윈프리는 기존의 스튜디오 안에서 촬영되던 형식에서 벗어나 세계 각지를 돌며 토크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직접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진솔한 이야기들을 끌어낸다는 취지다. 결국 시청자들을 찾아나서는 신개념 토크쇼가 진행돼 방송계에 또 다른 트렌드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예능, 시청자 전성시대를 열다

KBS '청춘불패'
'명동에서 스타를 만난다면?' 지난달 배우 구혜선이 명동 한복판에서 시민들의 구두를 닦았다. 구혜선은 '일일 구두닦이'로 깜짝 변신해 10분 동안 시민 10명의 구두를 열심히 손질했다. 이때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쏙쏙 등장했다.

구혜선이 출연했던 KBS <꽃보다 남자>에서 '지후선배' 김현중으로 변신한 한 시민은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다. 역시 <꽃보다 남자> 속 '구준표' 헤어스타일과 함께 퍼(fur) 재킷을 멋지게 차려 입은 한 시민도 그 자리에서 컵라면 10개를 먹기 위해 물을 끓였다. 구혜선이 구두 닦는 모습을 스케치하는 시민도 자리를 차지했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이하 승승장구)는 매주 서울의 한 장소를 정해 게스트와 시민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구혜선이 펼친 명동 이벤트는 다름 아닌 <승승장구> 속 메인 코너인 '우리 지금 만나-약속 지키기 프로젝트'. <승승장구>는 지난 2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이래 명동에서만 5명의 스타가 시민들과 만났다.

가수 비는 씨름을 벌였고, 김승우는 장구춤을, 이재룡 유호정 부부는 카트로 물건을 받는가 하면 개그우먼 김신영은 유도를 했고, 배우 신현준은 떡메치기를 완수했다. 이들 스타들이 미션을 완수하는 동안 등장하는 4~5명의 시민들의 돌발행동도 볼거리다.

이들은 <승승장구> 홈페이지를 통해 이 코너에 댓글을 달아 참여를 신청한, 바로 시청자들이다. 이들은 거리에 나서는 스타들보다 더욱 기발한 발상으로 무장해 카메라 앞에 나서기도 한다. 한복을 입고 김치를 담근다든지, 장난감 총을 들고 나와 총격신 '원맨쇼'를 펼치는가 하면, 10여 명이 군무를 연출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시청자가 스타를 압도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셈이다. <승승장구>는 '우리 지금 만나' 이외에도 '스타 단체 미션 제안', '우리 빨리 물어', '객석 신청' 등 시청자들에게 참여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최근 SBS <일요일이 좋다>도 새 프로그램들로 단장하면서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뒀다. 개그맨 유재석의 '런닝맨'은 한 건물 안에서 미션을 수행한다는 설정으로 진행된다. 그 속에는 단체 미션을 위한 일반인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미션을 성공할 것 같은 '런닝맨'의 멤버가 누구인지 시청자들을 상대로 투표를 실시해 결과를 맞힌 시청자의 이름으로 부금을 전달하는 식이다. <일요일이 좋다>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영웅호걸'도 매주 특정한 단체를 방문해 1박2일간 함께 한다. 첫 회에선 국가대표 여자 럭비팀을 찾아 녹화를 진행했다.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도 지난 2년 연속 '시청자와 함께 하는 투어'를 진행했다. 특히 올해는 1만 8000명의 시청자가 신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1박2일'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높은 참여도에 연출진도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KBS <청춘불패>도 '모내기 체험단'을 모집한 결과 신청자 2만 6470명 중 100여 명만을 선출해 1000평이 넘는 논에 모를 심는 작업을 함께 했다.

<청춘불패>의 김호상 PD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이렇게 높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에 선출된 1기를 시작으로 <청춘불패>가 계속 방영하는 한 시청자와 함께 하는 '모내기 체험단'을 또 모집할 계획"이라며 "시청자와의 교감을 위해서는 그들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최근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면서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SBS '일요일이 좋다-영웅호걸'
인터넷과 스마트폰 발달에 따른 높은 참여도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KBS <전국노래자랑>. <전국노래자랑>은 전국방방곡곡을 돌며 시청자들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다. 각 고장의 특색 있는 출연자들로 인해 이 프로그램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두자릿수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존속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녹화가 결정된 각 지역의 대표단체에서 요구하는 접수형태를 따른다는 것이다. 즉 신청자가 자필로 작성해 접수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 발전한 IT 강국에서 너무나 고전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 지역의 신청자 수만 해도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 인기가 대단하다.

<전국노래자랑>이 이럴진대 다른 프로그램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참여도는 어떨까?

방송사 PD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이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본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출연진, 시청자가 동시에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얼마 전 첫 방송을 시작한 SBS <하하몽쇼>는 정규방송으로 편성되기 전 트위터에 <하하몽쇼>의 첫 녹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수만 명의 시청자들은 <하하몽쇼>의 사진과 동영상에 대한 의견을 남겼다. 제작진은 이들의 평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궤도를 일부 수정했다. 시청자들의 실시간 피드백은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 '특효약'이 됐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프로그램과 시청자 간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이들의 의견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막을 내린 KBS <상상더하기>는 아예 시청자들의 댓글을 읽어주는 코너를 마련해 변화된 방송환경을 보여줬다. 하나의 장면이나 사진을 통해 시청자들의 질문이나 그에 따른 답변까지 받아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냈다.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프로그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셈이다.

K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에 비해 시청자들의 의견 흡수가 빠른 편이다.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도 민감한 현실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률에서 외면당한다"며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과 발전은 결국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