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양재광 개인전 <신도시소년>

분당이나 일산을 고향이라고 부르는 건 좀 쓸쓸한 일이다. 신도시의 지명은 투명하다. 천지개벽한 내력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리고 그뿐, 어떤 비밀도 없다.

그 도시의 풍경, 반듯한 구획과 잘 갖추어진 편의 시설, 쾌적한 인공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를테면 내 성장기를 궁금해하는 누군가에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모양의 골목이,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전설이 깃든 동굴과 산이 나를 길러주었노라 안내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신도시의 역사가 곧 우리 모두의, 최신의 욕망이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이었고,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한 욕망이자 일정 소득 수준 이상 계층의 생활방식에 대한 욕망이었으며 이에 복무한 정치권력과 건설자본의 이해였다.

기능성을 첫째 목표로 내세워 계획된 이 인공낙원에는 그러나, 고유함이 없다. 매뉴얼이라도 외운 듯 곧이곧대로 듣고 말하는 소개팅 상대만큼 지루하기도 하다. 신도시에 집 장만한 사연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 도시 역시 20여 년을 지나며 한 세대를 길러낸 것이 사실이다. 양재광 작가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분당을 고향이라고 부르며, 카메라를 통해 우리를 안내한다. 어떤 곳은 뻔하고, 어떤 것은 의외다.

어린 시절 작가에게 놀이터였다던 공사장은 우리에게도 낯익고 가꾸어진 숲과 넓은 도로에서는 발전에 대한 꿈이 읽히지만 그 안에 주민들을 세워 둔 방식이나 진부함을 새삼스럽게 보는 태도, 어쩐지 감도는 환상적 분위기는 인상적이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의 고향을 소개하는 중이다. 자신의 성장기를 고백하는 중이며,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환경과 사람의 불가분한 관계를 드러내는 중이다.

이 사진들이 스펙터클을 쫓아간 외부 출사가 아닌, 일상에 대한 정성스러운 기록이라는 점을 유념할 때 그 전형성은 흥미로워진다. 좋든 싫든 아름답든 혼란스럽든 여기가 우리가 공유한 최신의 역사인 것이다. 다음 세대의 고향을 보는 일은 곧 우리의 욕망을 돌아보는 일이다.

양재광 개인전 <신도시 소년>은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대안공간눈에서 8월 8일까지 열린다. 031-244-4519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