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양재광 개인전 <신도시소년>
그 도시의 풍경, 반듯한 구획과 잘 갖추어진 편의 시설, 쾌적한 인공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를테면 내 성장기를 궁금해하는 누군가에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모양의 골목이,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전설이 깃든 동굴과 산이 나를 길러주었노라 안내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신도시의 역사가 곧 우리 모두의, 최신의 욕망이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이었고,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한 욕망이자 일정 소득 수준 이상 계층의 생활방식에 대한 욕망이었으며 이에 복무한 정치권력과 건설자본의 이해였다.
기능성을 첫째 목표로 내세워 계획된 이 인공낙원에는 그러나, 고유함이 없다. 매뉴얼이라도 외운 듯 곧이곧대로 듣고 말하는 소개팅 상대만큼 지루하기도 하다. 신도시에 집 장만한 사연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 도시 역시 20여 년을 지나며 한 세대를 길러낸 것이 사실이다. 양재광 작가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분당을 고향이라고 부르며, 카메라를 통해 우리를 안내한다. 어떤 곳은 뻔하고, 어떤 것은 의외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의 고향을 소개하는 중이다. 자신의 성장기를 고백하는 중이며,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환경과 사람의 불가분한 관계를 드러내는 중이다.
이 사진들이 스펙터클을 쫓아간 외부 출사가 아닌, 일상에 대한 정성스러운 기록이라는 점을 유념할 때 그 전형성은 흥미로워진다. 좋든 싫든 아름답든 혼란스럽든 여기가 우리가 공유한 최신의 역사인 것이다. 다음 세대의 고향을 보는 일은 곧 우리의 욕망을 돌아보는 일이다.
양재광 개인전 <신도시 소년>은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대안공간눈에서 8월 8일까지 열린다. 031-244-4519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