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잉, 무한질주]영화 <스트리트 댄스>, <스텝 업 3D> 평면 박차고 입체감으로 관객 유혹

영화 '스텝 업 3D'
현재 장르를 막론하고 영화계 최고의 이슈는 3D다. <아바타> 이후 비주얼적 특색이 강하거나 액션 장면이 많은 영화는 어김없이 3D로 제작되고 있다.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진 춤영화에서도 서서히 3D 제작이 시작되고 있다. 사실은 춤영화야말로 어느 장르보다 3D 기술과의 만남에 기대가 가는 장르지만, 대개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는 장르의 특성상 이제야 3D 트렌드에 몸을 싣기 시작한 것이다.

3D와 만난 비보이 콘텐츠는 새로운 시대를 맞은 춤영화의 계보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비보잉, 춤영화의 새로운 스타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춤영화도 시대의 정서를 반영해 왔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전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디스코 열풍은 그대로 <토요일 밤의 열기>나 <그리스>, <풋루스> 등으로 이어졌고, 동시대의 <페임>이나 <플래시댄스>, <더티댄싱>은 재즈댄스로 뮤지컬과 함께 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백야>나 <빌리 엘리어트> 류의 발레영화는 단지 춤에 관한 영화일 뿐만 아니라 정치와 젠더의 영역에서도 훌륭한 텍스트로 회자되고 있다. 라틴댄스의 인기가 두드러졌던 1990년대 후반엔 <탱고 레슨>, <탱고>, <댄스 위드 미> 등이 볼룸댄스에의 관심을 부추겼다.

그럼 최근 춤영화의 핫 이슈는 뭘까. 2000년대 이후의 대세는 단연 비보잉을 포함한 스트리트 댄스다. 제시카 알바의 <허니>가 대중적인 전략으로 힙합의 등장을 알렸다면, <스톰프 더 야드>, <유 갓 서브드> 등은 본격적으로 비보잉의 진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스텝 업> 시리즈는 2006년부터 스트리트 댄스의 진화를 꾸준하게 보여주며 개봉할 때마다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대는 변하고 춤의 종류도 계속 바뀌어 왔지만 영화가 품고 있는 근본적인 줄거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방황하는 청춘이 춤을 통해 좌절을 딛고 일어나 자신들의 꿈을 펼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도 비보이 이야기와 흡사하다. 그래서 최근 등장하고 있는 비보이 중심의 춤영화에는 스트리트 댄스의 거칠고 자유로운 정신과 무용(특히 발레)으로 대표되는 보수와 권위를 대비시켜 이를 화합시킨다는 공식이 있다. 평론가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이 같은 춤영화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안무적 재미에서 실패하면 춤영화는 처절한 흥행 실패로 이어지곤 했다.

3D와 손잡고 춤영화의 한계를 넘어라

영화 '스트리트 댄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초로 3D 기술을 도입한 것이 6월 개봉한 <스트리트 댄스>다. 이 영화는 <아바타>를 제작한 페이스 사와 더불어 최고 수준의 3D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파라다이스 FX 제작진이 만든 세계 최초의 3D 춤영화였다.

춤영화 자체의 입체감이 3D 효과와 만나 생동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과감히 도전한 것이다. 스트리트 댄스 특유의 회전동작은 360도 촬영을 통해 실감나게 표현됐고, 세트디자인과 안무, 배우들의 자세와 위치 하나까지도 모두 3D 효과를 고려해 촬영이 이루어졌다.

개봉 당시 관객들은 다소 낯선 반응을 보였다. 일반 액션영화와 달리 2D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한 비주얼을 과시하는 장르의 특성이 3D와 만나 시각적 압박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적응한 관객들은 화면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입체감에 찬사를 보냈다. 흥행 결과와 관계없이 이 영화는 춤영화의 신세계를 펼친 작품으로 기록됐다.

5일 개봉을 앞둔 <스텝업 3D>는 이제까지 시리즈가 구축해온 안무적 재미를 3D 기술과 보다 자연스럽게 융화시켰다. 그 결과 춤영화로서의 단점은 줄고 장점은 배가됐다.

모든 3D 영화들이 <아바타>를 따라갈 때 이 영화는 차이를 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기획 초기단계에는 이 영화도 <아바타>의 '이모션 캡쳐' 방식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춤영화의 특성상 컴퓨터 그래픽 중심이 아닌 실사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생동감 있는 실사 촬영을 위해 3D 영상 프레임을 별도로 제작해 댄서들의 춤 동작이 살아있는 듯한 화면을 만들 수 있었다.

<스텝업 3D> 역시 기존 춤영화의 전형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 같은 차별적인 촬영방식은 그 한계를 쉽게 보완한다.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체감할 수 없는 댄서들의 고난도의 춤은 그동안 2D의 평면 세계 안에 갇혀서 자신들만의 춤을 췄다. 하지만 3D 기술로 생명을 얻은 댄서들은 관객의 눈 앞까지 손을 뻗고 자신들의 심장 박동소리를 듣게 한다.

이들의 홍보 이벤트에 참여했던 한 비보이 크루의 멤버는 "우리도 뛰어난 비보이들과 3D 기술이 만난다면, 한국산 3D 춤영화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만드는 방식, 보는 방식의 혁명은 이제 시대의 춤인 비보잉과 만나 춤영화의 패러다임을 근본에서 뒤흔들고 있다. 비보이들은 새로운 영역을 얻게 됐고, 춤영화는 스토리작가 등 관련 콘텐츠 개발을 위한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3D와 비보이의 만남이 긍정의 파장을 낳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