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윤지현 개인전 <The Logger>

The Encoder v0.1
최근 TV 프로그램 <뜨거운 형제들>은 출연자들에게 심박수 측정기를 달았다. 그들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가상 상황을 꾸미고, 얼마나 흥분하는지 지켜 보는 내용이었다.

출연자들이 동요할 때마다 심박수가 요동쳤다. 김구라는 여자에 약했고, 이기광은 작은 키 콤플렉스가 강했고, 한상진은 아픈 걸 못 견뎠다.

어떤 '오리발'도 소용 없었다. 심지어 자신조차 정확히 감정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가 명명백백한 숫자로 만천하에 공개됐다.

측정과 기록의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대중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X레이와 초음파가 우리의 내부를 눈 앞에 펼쳐 놓고, 온갖 측정기들이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숫자로 옮겨 놓는가 하면, 네비게이션과 스마트폰은 우리의 위치를 세계 속 좌표로 번역한다. 그 소용과 의미를 판단할 겨를도 없이 우리는 끊임없이 분석되고 들추어지며, 정보로 축적된다. 저 '객관적'인 기억에 우리는 다시 자신을 비추어 본다.

작가 윤지현은 이 과정을 작업으로 옮겼다. 두 달 동안의 생활을 정보로 변환, 저장해본 것이다. 온도, 이동 거리, 좌표, 심박수 등을 측정하는 기계를 착용하고, 심박수가 75 이상일 때 사진이 찍히도록 카메라를 조정했다. 이렇게 수집한 개인사를 심장 모양 풍선의 수축과 이완, 이미지와 사운드 등으로 다시 변환해 전시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작가의 지난 두 달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표정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어서는 알 수 없는 것까지. 하지만, 알게 되어야 마땅한데 막상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말하긴 마땅치 않다. 이를테면 작가의 성격과 취향이 어떤지, 그동안 무엇을 깨닫거나 잊었는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등등 개인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여겨졌던 것들, 우리가 관계를 맺는 근거들이 이 새로운 개인사에는 없다.

그렇다면 이 '정확한' 정보들의 가치는 무엇일까? 객관적으로 보는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이유와 그것을 통한 앎이라는 것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테크놀로지만큼 '발전'한 것일까? 개인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문화가 관계를 북돋고 인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윤지현의 작업은 이런 질문에 대한 진지한 풍자 같기도 하다.

윤지현 개인전 < The Logger >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덕원갤러리에서 22일까지 열린다. 02-723-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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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