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8월의 역사를 보다] <내가 울어줄게>, <아버지를 죽여라2> 등 다양한 시도

'아버지를 죽여라2'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공연계에서도 역사의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평화와 상생의 시대답게 최근엔 지난날의 원한과 상처를 딛고 공존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지난 6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또 하나의 실크로드–동풍, 반도에서>는 그 좋은 예였다.

일본대학 예술학부 연극학과 카토 타다시 교수의 연출로 진행된 이 공연은 문명교류의 장이었던 실크로드를 통해 한일 예술가들이 만나 문화교류를 하고, 동아시아 전통예술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다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10일 시작해 광복절에 막을 내린 연극 <내가 울어줄게>도 한일 공동제작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국 극단 '즐거운 사람들'과 일본 공연 축제인 키지무나 페스타 사무국이 함께 제작한 이 작품은 한국배우 3명과 일본배우 2명으로 구성돼 두 나라를 넘나드는 주인공들의 우정을 다뤘다. 극단 관계자는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며 추억을 쌓으면 언젠가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해를 지향하려는 움직임만 있지는 않다. 오히려 경술국치의 역사를 되새기며 일제의 잔재를 정리하려는 시도들도 있다.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1번지 혈전'의 세 번째 작품인 <아버지를 죽여라2>는 앞선 세대의 과오와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젊은이들의 도전과 실패를 가상으로 다루고 있다. 18일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항일투쟁단체에서 활동하는 주인공이 친일파인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라는 지령을 받게 되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항일조직의 일원으로서 살부의 딜레마에 처한 이들의 입장은 극 속 극인 <오이디푸스 왕>으로 대변된다. 반인륜적 범죄와 현실투쟁의 당위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이들의 도전기는 친일 반민족 특별법이 여전히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편 광복 65주년을 기념해 27일부터 열리는 연극 <생쥐와 인간>은 <에덴의 동쪽>, <분노의 포도>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작가 존 스타인벡의 원작을 한국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그 결과 1930년대 만주가 배경이 된 연극은 일제강점에 맞서 독립운동에 참가하기 위해 고향을 떠난 민초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담고 있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정인석 액터스 랩'의 정인석 대표는 "광복 65주년을 맞았지만 일본은 정신대 동원 피해소송을 기각하는 등 아직도 아픈 기억만 남아 있다"면서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어떤 처지에 놓였을까 하는 의문에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오는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는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는 이런 아픔의 역사를 제대로 반추하며, 김구가 그랬던 것처럼 동아시아의 상생과 번영을 새롭게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공연 관계자는 "오로지 조국의 광복과 자주통일만을 위해 산 백범 김구 선생의 일생과 신념을 담은 작품이 국치 100년이 되는 해 대한민국 국회에서 공연되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이번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