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우리 몸은 괴로워] 인터넷, 휴대전화 장시간 사용 거북목, 인터넷중독 등 불러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근무를 하고, 수시로 휴대폰 문자를 보낸다. 이동할 때는 귀에 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부터는 사실상 한시도 휴대전화와 떨어져 지내지 않는다. 집에 와서도 잠들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함께 한다.

디지털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일상생활의 패턴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런데 간과하기 쉬운 문제가 있다. 바로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신체와 정신에 끼치는 영향이다. 디지털시대의 삶은 분명 편리해졌지만 몸은 괴로울 수 있다.

라이프 스타일의 디지털화는 근막통증후군이나 척추측만증, 시력저하와 VDT증후군, 난청, 인터넷중독증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적신호를 보낸다.

거북목· 손목터널 증후군, 척추측만증 위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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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쉴새 없이 핸드폰 문자를 날리는 요즘, 손가락과 손목은 피곤하다. 이로 인해 손목이 저리고 엄지손가락 관절이 붓는 손목터널 증후군이 생기기 쉽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원래 손빨래 등 집안일을 하는 주부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었지만 요즘에는 휴대전화 문자 보내기나 컴퓨터의 마우스 조작을 많이 하는 10대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손가락 근육의 힘줄 부위가 손상되고, 염증이 생겨 손가락을 굽히고 필 때 통증이 오는 방아쇠 수지 증후군이나 퇴행성 관절염도 생기기 쉽다.

또, 오랫동안 휴대용 디지털 기기 화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아래로 꺾은 자세를 취하게 되면 근막통증후군이 올 수 있다. 근막통증후군은 S자가 되어야 정상인 목뼈가 일직선이 되는 바람에 척추 윗부분에 무리가 가게 되고, 목과 어깨근육이 심하게 뭉쳐 나타나는 질환이다. 갈수록 소형화되는 디지털 기기는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박종훈 원장은 "미니 게임기와 휴대용 컴퓨터(PDA), 휴대폰의 자판을 보기 위해 어깨를 움츠려 목을 빼는 행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목뼈에 악형양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작은 화면을 보기 위해 등을 오랫동안 구부리는 자세를 하면 척추측만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옆으로 휘는 일종의 척추 변형장애로, 방치할 경우 요통과 함께 척추가 빨리 노화하고 심폐기능이 떨어져 몸 전체의 기능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소형기기 마니아들이 장시간 등을 구부리고 있으면 허리 부위의 근간인대와 근막, 추간판, 윤상섬유 등이 지나치게 늘어나 허리의 근력까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노트북을 이용할 때는 되도록 노트북 받침대를 사용하며, 휴대용 컴퓨터와 게임기를 이용할 때는 수시로 허리를 뒤로 젖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목에 거는 MP3 는 경추에 부담을 준다. 소형 디지털 기기를 목에 거는 습관은 목뼈 주위와 어깨 근육을 긴장시켜 신경성 경부통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MP3나 휴대폰의 무게는 100g 이하로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인체의 목 부위는 감각기관이 매우 발달해 있어 아무리 가볍더라도 주변 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목뼈는 앞쪽으로 43도 정도가 휜 C자형이 정상이지만 MP3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힘이 들어가다 보면 통증을 유발한다. 목 주변 근육에 통증을 느끼는 경부통이 심해지면 근막통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상태가 더 악화되면 목 디스크까지 유발하게 된다.

초미니 휴대폰을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사용하다 보면 척추에도 무리가 가게 마련이다. 호주 퀸즐랜드대학 보건대학원 폴 호지스 박사가 2003년 11월 미국신경과학회 회의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통화를 하면서 걸으면 척추를 보호하는 몸통 근육활동이 저하돼 척추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어깨와 목 사이에 휴대폰을 끼고 받는 등 바르지 못한 자세는 요통을 부른다.

시력저하·눈 피로, 안구건조증…디지털시대 눈은 괴로워

DMB 단말기, PMP 등 IT기기는 거북목 자세로 인해 목, 어깨 등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음로 주의해야 한다. 한 여성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PMP로 동영상을 보고 있다.
컴퓨터나 핸드폰 액정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시력저하다.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면 눈이 나빠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적인 이야기가 됐다. 실제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다 눈이 나빠졌다는 사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시력저하는 물론, 눈의 이상증세도 급증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안과 전루민 교수는 장시간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대표적인 안 질환으로 VDT(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 증후군을 꼽는다. VDT 증후군은 컴퓨터 장시간 사용자에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컴퓨터화면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눈의 피로감과 따가움, 뻑뻑함, 충혈, 두통과 시력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하루 일과가 끝나가는 오후쯤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전 교수는 "국내에서 지난해 1500만 명 이상이 이러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번 생기면 재발이 잘 되는 것이 특징이며, 대체로 컴퓨터 화면에서 떨어져 휴식을 취하면 곧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년 이후 증가하는 질환인 안구건조증이 최근에는 컴퓨터 사용자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볼 때 눈을 자주 깜빡이게 되는데, 안구의 조절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눈물이 마르면서 건조해지는 안구건조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증상을 방치하면 각막염이나 결막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서 눈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의 연속적인 컴퓨터 작업을 피하고, ▲모니터에는 보호 필터를 설치하며, ▲안경에 약한 색을 넣어주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또, ▲컴퓨터화면을 자주 청소해 깨끗한 화면을 유지하고, ▲가능한 큰 모니터를 이용하거나 큰 글씨체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면, 오래된 컴퓨터나 모니터를 사용하거나, 눈부심, 반사광, 작업대가 너무 어두운 경우 등 열악한 작업환경은 유해하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美 10대 5명 중 1명 난청, 청소년 난청발생률 급증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사는 '아이팟 세대'들의 청각문제도 심각하다. AP통신은 최근 미국의 한 대학병원 연구진이 실시한 조사 결과, 10대 청소년 5명 중 1명은 난청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스턴의 브리검 여성병원 요셉 샤르고로드스키(Josef Shargorodsky) 박사는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2~19세 미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난청 발생률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미국 청소년들의 난청 발생률이 지난 15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첫 번째 조사가 실시된 1988~1994년, 조사에 참여한 10대 2928명 가운데 한쪽 귀에 난청이 있는 청소년은 약 15%였다. 2005~2006년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참여한 10대 1771명 가운데 난청이 있는 청소년은 20%나 돼 난청 발생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대부분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 등 16~24 데시빌의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벼운 난청이었다. 그러나 가벼운 난청이라도 학교 수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노년에 청각장애를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청소년의 청각이상이 늘어난 이유가 MP3 플레이어 같은 음향기기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전 세대보다 MP3로 음악을 듣는 시간이 훨씬 길어진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조사결과이지만 국내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늘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며 높은 볼륨으로 장시간 음악을 듣는 젊은이들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어폰으로 음악 등을 들을 때는 볼륨을 낮추고, 자주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인터넷중독증, 디지털 치매

디지털화는 정신건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휴대폰 중독, 우울증, 디지털치매와 같은 증상이 일부 사용자들에게 나타나고 있으며, 건강과 사회활동, 인간관계에 장애를 가져오는 심각한 질병인 것만은 틀림없다.

인터넷에 과도하게 접속하는 인터넷중독증은 일종의 충동조절장애다.

정신의학에서 '중독증'이라고 진단하려면 어떤 대상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탐닉할 뿐 아니라, 의존성과 내성, 그리고 금단증상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중독증을 가진 사람인 경우, 인터넷 접속을 통해 위안을 느끼는 심리적인 의존이 있고, 접속해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반면, 작업의 능률은 떨어지는 내성이 생기고, 접속을 안 하면 불안하고 초조하며, 이메일이 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지는 금단증상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중독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경고증상으로 ▲평상시 인터넷 상에서 했던 일에 몰두해 있거나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사용하고 ▲사용을 자제하려고 결심해도 반복적으로 실패하며 ▲인터넷을 중단하려 할 때 불안, 초조, 우울감을 느끼게 되고 ▲인터넷으로 인해 친구나 애인과 멀어지며, 일에 지장을 받는 것을 꼽는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우리나라 인터넷중독 현상을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전국의 청소년 및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2009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중독률은 8.5%, 중독자 수는 191만 3000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청소년의 인터넷중독률이 12.8%로, 성인(6.4%)보다 두 배 가량 높게 나왔다.

또, 최근 장시간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은 16세에서 51세까지의 영국인 1319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과 우울증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1.2%가 인터넷 중독으로 드러났고, 이들은 성적인 만족을 주는 웹사이트와 온라인 게임 사이트 등을 서핑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정상적인 사용자들에 비해 보통에서 심각한 수준까지 우울증 발병률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지나친 인터넷 사용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인터넷이 우울증의 원인인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인터넷에 끌리는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인간관계를 놓고 보면, 사이버공간에서의 만남은 쉽고 폭넓게 이뤄지지만 정서적인 교감이나 만족도, 안정감은 실제의 만남보다 크게 떨어진다"며 과도한 인터넷사용이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암시했다.

디지털기기에 의존하다 기억력이 감퇴하고, 집중력, 방향감각 등이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현상도 문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지난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일 사용하는 전화번호나 비밀번호 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 현상을 경험한 직장인은 10명 중 6명 이상(63.5%)이나 됐다.

이들은 '외우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을 때'(65.7%), '디지털기기가 없으면 불안할 때'(57.8%), '단순한 암산도 계산기로 할 때'(46.8%), '가사를 끝까지 아는 노래가 별로 없을 때'(35.2%) 디지털 치매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의 편리성 때문에 기억을 하거나 계산을 하는 데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집중력 부족현상과 디지털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됨에 따라 해당 사항에 대한 학습능력이 감퇴하는 현상이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만능시대의 역기능인 디지털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선 디지털기기 사용을 줄이고, 직접 머리를 굴려 잠자는 뇌를 일깨우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계산을 하고, 전화번호를 외운다. 책이나 신문을 읽고, 필기구를 들고 다니며 메모를 하는 습관도 좋다.

도움말=자생한방병원 박종훈 원장, 목동이대병원 안과 전루빈 교수,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