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의 트위터 활용]소설가 김영하 '뉴미디어 환경에서 독서와 글쓰기' 강연

소설가 김영하 씨가 27일 예스24문학캠프에 참가해 강연하고 있다
트위터부터 전자책까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매체환경 변화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문화예술인들은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지난달 27일 예스24 문학캠프에서 소설가 김영하 씨가 '뉴미디어 환경에서 독서와 글쓰기'란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소문난 얼리어답터인 그는 트위터 등장 초기부터 블로그를 개설했고,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본다. 얼마 전부터 개인라디오, 팟캐스트의 DJ를 보기도 한다.

모든 미디어는 재매개의 결과

작가는 우선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1997년 소설 '호출'에 삐삐를 등장시킨 이래로 2006년 출간한 장편 <빛의 제국>에서 이메일과 트위터를 소개하는 등 미디어를 작품에 적극 반영해 왔다. 소설의 주인공은 북한 공작원으로 20년째 남파되어 살고 있다.

10여 년간 북한과 연락이 끊어졌던 그는 어느 날 '하루 만에 모든 걸 정리하고 북으로 귀환하라'는 지령을 받게 된다. 스팸메일로 위장한 지령은 하이쿠(일본의 짧은 정형시)로 되어 있다. 소설에는 하이쿠, 이메일, 트위터로 이어지는 수많은 형식의 미디어가 등장한다.

"이들 미디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미디어 속성을 받으면서 진화하게 됩니다. 여기서 '재매개(remediation)'가 발생합니다. 이전 매체의 속성을 가진 채 다른 미디어로 발전하는 거죠. 삐삐가 핸드폰으로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삐삐 등 이전 매체 속성이 매개되면서 진화한다는 겁니다."

넓게 보면 매체의 발달과 문학의 형식 역시 이 '재매개'의 과정을 통해 진화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파피루스는 두루마리 종이의 형태였고 구술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아 사람과 사건이 끝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대표적인 사례. 필사본, 인쇄본, 전자책 등 미디어 역시 이전 매체의 특징을 이어서 발전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어 작가는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소개했다. 개인화된 라디오 채널에서 작가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코멘트를 붙인다. 아이팟과 아이튠즈 같은 새로운 기술이 구술문학의 전통과 결합한 형태다. 팟캐스트의 특징은 청취자의 편의에 따라 시간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것. 이 점에서 팟캐스트는 구술문학과 라디오를 매개한 셈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소설이나 전자책을 보면서 독자가 배경음악을 깔죠. 책을 통해서 하이퍼텍스트를 보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이퍼텍스트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르는 사이에 경험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이게 최근의 독서 형태이죠. 아이들이 훨씬 빨리 이걸 받아들이고 있어요. 현 단계는 문학의 가장 오래된 형태인 구술문학부터 전자책까지 서로가 서로를 대체하거나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서 그 모든 것이 어울려 한 권의 개인화된 독서 경험을 창출한다는 겁니다. 보르헤스가 수십 년 전 <바벨의 도서관>에 쓴 것처럼 '세계는 한 권의 책이 되었다'는 거죠."

소설과 트위터는 별개

그렇다면 한 권의 책이 된 시대, 작가는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 트위터는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트위터는 일종의 트레이닝"이라는 이외수 작가와 달리, 김영하 작가는 "소설과 트위터 글은 별개"라고 못 박는다. 그는 육필원고로 작업하던 때 작가들이 더 긴 장편을 많이 발표했던 것처럼 작품의 모양새는 미디어 환경보다 작품의 내적 논리에 따른다고 덧붙였다.

"소설을 쓰는 자아와, 강연하고 트위터하는 아바타가 따로 있습니다. 즉, 저는 사회적인 자아와 내면의 자아가 따로 있는데 소설은 내면의 자아로 내려가서 쓰는 것이죠. 광기로 가득 차 있는데, 오래 있으면 괴물이 되기 때문에 그때 찾게 되는 것이 트위터이죠. 마치 시장을 산책하듯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공감하는 동안 소설가로서 더 풍성해집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