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보스턴컨설팅그룹 22개국 1만 2000명 설문조사여성의 욕구와 소비패턴 파악 서비스·상품 성공비결 분석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스틸컷
추석, 설날…. 해마다 명절이면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 그러나 이제 여성은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

지난주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이하 BCG)의 여성 소비트렌드 보고서인 <여자는 무엇을 더 원하는가>가 번역 출간됐다.

소비재 전문가인 마이클 실버스타인과 케이트 세이어는 22개국 여성 1만 2000명을 설문조사해 여성의 욕구와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각국의 서비스와 상품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지난 한 세기, 세계 여성들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걸그룹보다 바쁜 커리어우먼들

2008년 BCG는 '전 세계 여성의 소비욕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2개국, 40곳 이상의 지역에서 다양한 임금 수준과 배경을 가진 여성 1만 2000명을 설문조사했다. 조사는 교육, 소득, 재무, 주택, 재산, 관심사, 가족관계, 쇼핑 행태 등으로 나눈 120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조사 결과 세계 여성들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은 것은 사랑(77%), 건강(58%), 정직(51%), 정서적 웰빙(48%) 순이었다. 중요한 단어로 관심과 배려, 사랑, 가족, 건강, 안정, 배우자 혹은 애인, 친구, 직장과 커리어 같은 말을 꼽았다.

삶의 다양한 문제 중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사안은 '시간 부족'(47%)이었다. 여성들의 시간에 대한 압박감은 심각했다. 응답자의 45%가 '할 일이 너무 많다', '나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37%는 '우선 순위 갈등을 겪는다'고 답했다. 시간 부족의 원인은 간단하다.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맞벌이 가정이 늘어났지만, 육아와 가사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여성이 도맡기 때문이다. 맞벌이 여성의 스케줄은 걸그룹보다 빡빡하다.

응답 중 한 명인 니콜의 하루를 살펴 보자. 헬스케어 업체 매니저인 그녀는 43세의 미국 여성이다. 남편 피터는 비영리 기구의 간부이고 8살 난 아들 잭과 7살 딸 메건, 4살 할리 등 세 자녀를 두고 있다. 미국 중산층인 그녀는 안정된 직장과 고소득, 보스턴 근교의 주택, 자녀 등 이상적인 삶의 기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지만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6시 30분에 일어나 아이들을 깨워 씻기고 나갈 준비를 하면 7시 15분, 아침을 먹이고 가방 챙겨 첫째를 스쿨버스에 태우면 7시 50분이다. 이후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 8시 45분. 출근 지각을 면하기도 빡빡한 시간이다. 9시 출근하자마자 회의와 전화, 서류 업무로 하루를 시작해 4시에 퇴근한다. 4시 30분~5시 사이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픽업하고 집에 오면 5시 30분.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다. 남편이 퇴근하는 6시 30분까지 아이들 숙제를 봐주면서 저녁준비를 하고, 식사 후에는 취침 준비에 나선다. 7시 30분부터 차례로 아이들을 씻기고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어주다 9시까지 재운다. 이후 3시간 동안 남은 설거지와 빨래, 청소를 하고 5인 분의 도시락을 만든다. 그런 다음 회사에서 가져온 업무를 3시간 가량 본다.

매일 집에서 처리해야 할 서류 뭉치가 30cm는 된다. 그녀의 일상에서 TV를 보거나 친구와 수다 떠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가사 노동에 관한 여성의 고충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여성의 삶은 V자를 그린다

2000년대, 세계 여성은 일주일에 평균 113시간을 노동하고 그중 16시간을 가사 노동에 쓴다. 응답자의 13%는 "반드시 해야 할 일 때문에 매일 5~6시간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했다. 장보기와 식사 준비, 빨래와 청소를 혼자 담당한다고 대답한 여성이 과반을 넘었다. (도표 1. 참조)

적어도 가사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조사 대상국 중 일본이 가장 전근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신의 배우자는 집안일을 얼마나 자주 돕습니까?'란 질문에 일본 여성의 74%가 돕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탈리아(50%), 중국(49%), 러시아(48%) 순으로 배우자가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한국은 34.5% 여성이 배우자가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고 답해 프랑스(44%), 영국(40%), 스웨덴(35%)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다소 의외의 결과다.

여성의 행복을 그래프로 그리면 어떤 모양일까? 행복도와 스트레스 만족지수 모두 V자를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18~25세 사이 미혼일 때 가장 행복하며 50세가 지나야 다시 그 수준의 만족으로 복귀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년의 강노 높은 노동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혼과 육아로 인한 각종 일이 급격한 스트레스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행복 감소로 이어진다. (도표 2. 참조)

이렇게 희생하는 것은 여성들이 삶에서 자기 자신보다 가족을 우선적 가치로 두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가장 소중한 1순위는 결혼 전 부모(27.4%)였다가 결혼 후 배우자(46.7%)로 바뀌고 아이를 낳으면 자녀(61.2%)가 된다. 삶에서 자기 자신은 언제나 2순위 (미혼 25.1%, 기혼 20.8%)나 3순위 (결혼 후 출산 7.3%)로 밀려난다.

돈 안들이고 명절증후군 풀어주기

여성의 삶은 세계 어디를 가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배우자와 다투는 원인 1위는 돈 문제(19%)였고 다음이 가사노동(15%), 업무 스케줄(12%), 자녀(10%)와 섹스 문제(10%)가 뒤를 이었다.

평소 여성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애완동물(42%)이 1위를 차지했다. 부부관계(27%)나 음식(19%), 쇼핑(5%), 경제적 부유함(2%)보다 압도적인 수치다. 여성들은 삶에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아버지(56%)보다 어머니(72%)를 압도적으로 꼽았다.

조사 시점이 경제불황을 이룬 2008년임에도 여성들은 5년 후 자신의 생활이 나아질 것(66%)이란 기대를 보였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66%)는 대답과 똑같은 비율이었다.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몰라보게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여성은 여전히 스스로 권력이 없다(44%)고 생각하는 편이다. 종종 혹은 항상 좌절감을 느낀다는 대답도 32%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추석 시즌, 명절증후군을 앓는 아내, 어머니를 달래는 방법은 없을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배우자가 해줄 수 있는 것으로 여성들은 오붓한 데이트(27%), 가사노동에 협조(23%), 자신의 말에 경청해 주는 것(22%)를 꼽았다.

(참고 서적: 여자는 무엇을 더 원하는가, 마이클 실버스타인․케이트 세이어 지음/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