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정체, 심리학에 묻다] MC몽서 '4억 명품녀' 까지 과시욕, 방어기제, 도피 등 원인

요즘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것은 '거짓말'이다. 높은 양반들의 국회청문회는 그렇다 치고, MC몽부터 최희진-태진아 부자, 신정환, '4억 명품녀'까지 이어지고 있는 연예계의 진실 공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도 시비 중인 것이 많지만, 의혹의 해소 결과와 관계 없이 거짓말 논란에 휩쓸린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싸늘하다. 그 이유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거나, 확실히 사실이 아닌 주장을 대중에게 공공연하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이처럼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이어가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그런 상황까지 몰고 갔을까. 또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만큼 거짓말의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까.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거짓말 중독'에 걸린 사람들의 내면을 심리학을 통해 들여다 본다.

그들은, 우리는 왜 거짓말을 하나

1998년 현역 입영판정을 받은 후 7년간 7차례 입대를 연기한 MC몽은 멀쩡한 이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MC몽은 임플란트 때문에 발치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드물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케이블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2>의 본선 진출자 중 한 명인 김그림은 임무수행 과정에서 과욕을 부리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모습이 방송돼 '국민 밉상'이 됐다. 이후에도 김그림은 시종일관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다 결국 본선 1라운드에서 조기탈락의 쓴 잔을 마시고 말았다.

날마다 네티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한편에서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동정의 근거는 주로 '역지사지'적 태도에 있다. 즉 나도 그 입장이 되면 그런 거짓말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날마다 거짓말을 하며, 그것도 자주 한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의 딜레마>의 저자 클라우디아 마이어는 심리학자들의 이런 주장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우리가 어릴 적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사실을 학습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어떤 심리학자들은 이런 평가와는 달리 거짓말의 다른 기능을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조지 서번은 "거짓말은 제2의 천성"이라고 주장한다. 매사추세츠대학교 심리학과의 로버트 펠드먼 교수는 "거짓말은 어떤 면에서 사회적 재능"이라고 정의한다. 만하임대학의 사회심리학자이자 거짓말 연구가인 마크 안드레 라인하르트는 "거짓말은 사회의 공동생활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까지 강조한다.

일본의 심리학 권위자 시부야 쇼조는 <비기너 심리학>에서 사람은 누구나 때와 장소를 적당히 가려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거짓말에는 사기나 위증처럼 남을 속이려는 의도가 명확히 담긴 것도 있지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아부나 애교 섞인 거짓말도 있다"며 "결국 상황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는다.

거짓말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이루의 아이를 임신했다가 낙태했다고 주장한 작사가 최희진은 태진아-이루 부자와 진실공방 이후 잇따른 돌발행동으로 인기검색어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피해자로 여겨져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인정하며 이 모든 상황을 마무리짓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이를 뒤집고 다시 그들 부자를 비난하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또 자신의 미니홈피에 속살이 드러난 사진을 올리는 등 네티즌의 관심을 끄는 이상행동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시 "그들은 피해자"라며 태진아 부자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언사를 이어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런 그에게 '노출증 환자', '소시오패스'(sociopath,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라는 평가를 하며 치료를 권하기까지 했다.

거짓말은 일종의 필요악 같은 것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병적 증상이 된다. 특히 거짓말을 반복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사실인 것처럼 믿어버리는 상황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를 '병적 허언증'이라고 한다. 허언증인 사람은 공상과 현실을 혼동하여 사실인 양 말을 하거나,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데도 아무 생각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약 4억 원 상당의 명품옷과 가방으로 치장하고 Mnet의 <텐트 인 더 시티>에 출연해 '4억 명품녀'라는 별명을 얻은 김경아는 국세청의 조사와 방송사와의 진실공방을 거치며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방송에서 말했던 보석이나 자동차 등은 자신의 것이 아니며, 이혼 경력도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김경아는 이런 사실들을 인정하지 않고 방송사와 전 남편, 통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시부야 쇼조는 <거짓말 심리학>에서 병적 허언증이 히스테릭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나타나며 이런 사람은 대개 허영심이 강해서 자신을 남에게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한다고 설명한다. <상대의 심리를 읽는 기술>에서는 이런 사람들은 자기 현시욕이 강해 남들한테 주목받지 못하면 견딜 수가 없어 실제 이상으로 허세를 부린다고 말한다. 시부야 쇼조는 "우리 주위에는 이런 사람이 상당수 있는데, 이 경향이 극단적이 되면 '연기성 인격 장애'라고 불리는 정신질환이 된다"고 말했다.

거짓말의 치료법, 사람 안에 있다

앨라배마대학의 정신의학과 교수 찰스 포드가 쓴 <왜 뻔한 거짓말에 속을까>에서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거짓말에 다양한 처방전을 내리고 있다. 저자는 병적 거짓말에서 흔한 습관성 거짓말의 경우 우선 거짓말을 촉진하는 정신장애 증상이 있는지 살펴서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저자는 거짓말은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거짓말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물들에 대한 관찰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큰 파문을 일으킨 연예인 신정환의 경우, 그 촉진 요소는 도박중독이다. 잇따른 방송 불참으로 물의를 빚었던 신정환은 자신의 팬카페에 '카지노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 관광의 목적이었으며, 뎅기열에 감염돼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의 현지 취재 결과 이는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났고, 현지 주민들의 도박 장면 목격담도 이어져 신정환은 연예계 퇴출은 물론 귀국 시 사법처리까지 거론되는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거짓말 심리학>은 이 같은 신정환의 처지를 프로이트의 '방어기제'로 설명한다. 사람은 강한 불안을 느끼면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 방어기제에 의해 자신을 파국에서 지키게 된다. 신정환의 경우는 그중에서도 '도피'다. 심리학에서 '도피'란 욕구나 원망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자신에게 형편이 좋지 않은 현실에서 달아나려고 하는 행동이다. 즉 현장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도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선 그 자리에서 달아나려고 하는 '퇴피(退避)', 지금 할 일을 뒤로 미루고 오락이나 도박에 열중하면서 불안을 잊으려고 하는 '현실도피', 그리고 '병이 났다고 하면 이해해 주겠지'라는 생각에서 아픈 척하거나 정말로 아픈 상태로 만드는 '병으로의 도피'가 있다고 한다. 신정환 사건은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되는 경우다.

<왜 뻔한 거짓말에 속을까>의 저자 찰스 포드는 거짓말을 잘 이용하면 힘과 권력을 모두 얻을 수 있지만, 들통이 나면 이 모두를 잃게 된다며, 거짓말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양치기 소년'의 우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메타 인지행동치료 연구소 (정신과 전문의)
"성격치료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인격의 장애를 분류할 때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속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소위 양심이라고 불리는 기능이 미발달되었거나 결여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은 법이나 규칙을 아무렇지 않게 어기며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범법자들로 교도소를 드나들며 살아가지만, 일부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경우, 소위 화이트 컬러 범죄자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겉으로는 그럴싸한 지위나 명함으로 자신을 포장하며 안으로는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이를 스키마 이론으로 설명해 보자.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나와 세상과 미래를 보는 가치관의 총합인 스키마가 형성되는데, 정서적 욕구가 어떤 이유로 인해 너무 결핍되거나 과잉충족되면 여러 종류의 스키마들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는다. 자신을 결함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결함의 스키마, 사랑에 굶주린 정서적 결핍의 스키마,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는 버림받음의 스키마 등이 그것이다.

그런 스키마들이 만드는 왜곡된 해석은 불안, 우울, 분노, 수치심, 공포 등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회피하기 위하여 다른 스키마 모드가 개발된다. 가령 자기과시 스키마 모드는 허풍과 허세로 자신을 포장하여 내부의 취약성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위협 스키마 모드가 개발되면 '법보다는 힘이 먼저'라는 논리가 형성돼 인간관계를 대결과 계급의 서열로 보기에,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해치거나 굴복시켜야 한다'는 논리에서 거짓과 위법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된다.

신정환 씨가 빠져 있다고 보이는 도박 중독도 스키마가 만들어내는 고통스러운 감정들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도망치는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고 급기야 앞뒤가 안 맞는 자기모순의 결과를 가져오기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되는 등 점차 사회적 소외의 과정을 걷게 되기에 치료가 필요하다. 흔히 성격의 치료가 어렵다거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본인이 정말 자신의 성격의 일부를 바꾸고 싶다는 의지와 동기가 강하다면 치료 방법은 얼마든지 개발되어 있다.


최영희 소장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