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박기호 사무국장체벌금지법 제정 됐으면… 커밍아웃 후 관계 단절 가장 두려워
게이 커뮤니티에서 1세대 활동가로 꼽히는 박기호 사무국장은 친구사이와 함께 하며 한국 게이 문화의 진화를 지켜본 인물이다. 그에게서 최근 논란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현실에서도 가족 앞에서 커밍아웃하면 처음엔 불편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드라마에서처럼 식사도 같이하면서 받아들여지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 문제가 한번 불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분위기가 경직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런 점을 가족이라는 사회 안에서 잘 다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번 이런 논란을 통해 성 정체성이 이슈화되면 불쾌할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는 그게 게이 문화의 현 위치인 것 같아요.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미드를 보면 세련되고 멋진 친구 역할을 하는 게이 캐릭터가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캐릭터는 좀 괴리감이 느껴지게 하죠. 현실의 게이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캐릭터가 아직은 국내에는 없는 것 같아요. 홍석천 씨가 김수현 드라마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요.
아무래도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한 후에는 소속 준거집단(가족, 학교, 회사 등)에서 불이익이나 어려움이 있을 듯한데요. 본인이나 주변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가장 두려워하는 게 '관계의 단절'입니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털어놨는데 관계가 끊어지면 큰 상처를 받거든요. 그래서 들을 사람에게도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쪽'에서도 상대방이 커밍아웃을 포용할 여유가 있는 사람인지 파악한 후에 해야 된다는 거죠.
우리나라 문화운동의 문제점 중 하나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점입니다. 지역사회의 게이들은 서울보다 존재를 드러내기 훨씬 어렵지 않습니까. 이들과는 어떻게 연대하고 있는지.
우리도 이 문제를 몇 차례 고민하면서 전국 순회 영화제 등 관련 행사를 치렀는데요. 확실히 아웃팅의 문제 때문에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게이 커뮤니티를 이끄는 공인으로서가 아닌, 개인 박기호로서 희망이나 행복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연애?(웃음) 지금 바라는 건 성 소수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행복한 사회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할 겁니다. 이번 광고 논란에서 봤듯이 언론 역시 여전히 성 소수자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있습니다. 그래도 자주 다뤄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관심 하나가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그러면서 게이 문화도 삶의 한 단편으로 받아들여주면 더 좋겠죠.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