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매일 저 건물 속에서 살아가며 저 다리들을 수시로 건너는 서울 시민에게도 문득, 낯설게 다가오는 풍경이다. 갑갑하기만 했던 빌딩숲이 정연해 보이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대교들은 유난히 우람해 보인다. 안내방송은 개발의 역사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유람선의 경로는 곧 서울의 발전상이다.
유람선의 시선과 속도는 한강변 풍경을 이상화한다. 탑승객에게 빌딩숲과 대교를 우러르며 유유자적하는 경험을 시켜준다. 전해주는 메시지는 서울이 이렇게 근사한 도시라는 것이다. 한강변에 들어선 최신형 전망대와 공원은 '한강의 기적'이 현재진행형이라는 환상에 한 몫 더한다.
유람선에서 관람한 풍경이 서울의 전부일 리는 없다. 하지만 압축 성장의 부작용과 아이러니는 시야 바깥에 있다. '한강의 기적'이 담보 삼은 노고와 황폐함, 단절과 격차는 빌딩숲 뒷골목, 대교 너머에서야 비로소 나타난다. 왜일까. 한강변은 서울의 전시장이기 때문이다. 대대로 정치권력과 자본, 현대의 가능성의 신화를 필요로 하는 힘들이 협동해 꾸려낸 꿈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이득영 작가는 한강변에서 벌어진 이 모든 일들을 추적하기로 했다. 그것도 유람선의 시선과 속도를 빌려서 말이다. 대신 코스를 넓히고 또렷하게 봤다.
전시장 벽면에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서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다. 같은 표정을 한 아파트 행렬을 지나고 또 지나는 가운데 올림픽주경기장과 미래적 디자인의 전망대가 끼어 있다.
녹지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포클레인이 등장한다. 탁한 빛깔의 강물 위에 '깨끗한 수돗물' 광고판이 서 있다. 틈틈이 교각들이 눈을 가린다. 유람선에 의한 서울 관람 경험이 한국사회의 현대성과 성장 신화를 지탱한 한 축이었다면, 이 사진 작업은 그에 대한 성실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이득영 작가는 이전에도 한강변 간이매점을 샅샅이 기록한 '69개의 간이매점', 헬리콥터를 타고 한강 다리를 조망한 '25개의 한강다리', 테헤란로를 수직으로 내려 보아 평면화한 '테헤란' 등의 작업을 통해 서울의 도시성과 현대성의 정체를 드러내 보였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