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일본 NHK의 9시 메인뉴스 에선 한국의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NHK가 연예뉴스를 톱뉴스로 다룬 것도 이례적이고, 해외 가수의 쇼케이스 영상을 보여줘 일본 내에서도 화제였다.

# "한국 걸 그룹이 일본을 침공한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는 최근 일본 내 한국 걸그룹의 인기를 1960년대 영국 밴드 비틀즈의 미국 진출에 빗대어 이렇게 보도했다. 비틀즈가 미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밴드로 도약한 것처럼 K-POP이 일본 음반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카라와 소녀시대가 일본의 송년 특집프로그램 공동 출전이 유력하다." 일본의 음악차트 오리콘은 12월 31일에 열리는 <제61회 NHK홍백가합전>의 예상 출연진을 공개했다. 오리콘은 여자 가수들로 구성된 홍팀의 후보로 일본의 유명 가수들과 함께 소녀시대와 카라를 유력한 출연 후보로 꼽았다. K-POP의 인기몰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원더걸스의 차별화된 매력이 발산될 것!" 말레이시아 스타플래닛은 11월 13일부터 원더걸스의 '얼티메이트 라이브 콘서트(Ultimate Live Concert)' 투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더걸스는 <노바디>, <소 핫> 등의 히트곡으로 이미 지난 7월 전미 투어를 가졌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의 록 아레나 오브 스타스에서 아시아 투어의 첫 콘서트를 펼칠 예정이다.

2004년 11월. 일본 열도는 '욘사마' 배용준으로 들썩였다. 배용준의 일본 방문으로 일본의 방송사인 TBS와 후지TV가 각각 헬기를 띄우고 총 20여 개 이상의 방송 카메라를 동원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쇼케이스
당시 일본의 각 방송사들은 그가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호텔로 이동할 때까지 2시간 남짓을 특별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공영방송 NHK도 배용준의 일본 방문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국내 언론은 일본의 반응에 거꾸로 놀랐다. MBC <뉴스데스크>는 "욘사마로 인해 일본열도가 들끓었다"고 톱뉴스로 보도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한동안 잠잠하던 일본이 또 한 번 한국의 대중문화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한국의 아이돌 그룹과 K-POP이다. 최근 일본의 유수 언론은 일본 음반시장에 상륙한 한국 아이돌 그룹과 그들이 부르는 K-POP의 질주에 심상치 않은 기류를 포착했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8월 카라가 일본 데뷔 싱글 <미스터>를 발표하고 오리콘 주간차트 5위로 아시아 여성그룹 최초로 톱10에 진입했다. 이어 9월에는 소녀시대가 데뷔 싱글 <지니>로 해외 여성 아티스트 데뷔 싱글 최고 순위 기록인 4위를 기록했다. 오리콘 차트는 30년 만에 일본가요 역사상 2번째 기록이라며 수선을 떨었다.

또 카라는 베스트앨범 을 발매해 첫날 데일리 차트에서 2위에 이어 첫 주 5만여 장이 팔려 주간차트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러자 소녀시대가 10월 두 번째 싱글 <지(GEE)>로 오리콘 데일리 싱글차트 1위, 주간차트에선 2위를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이들의 선전으로 일본의 음반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만드는 '신한류'가 재점화하는 것일까.

엠넷미디어 2010 MAMA 기자간담회 모습
"K-POP은 침체된 일본 음악시장에 촉매제"

10월 29일 도쿄에선 <2010 K-POP Night in Japan> 이라는 제목의 한국 대중음악 쇼케이스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이 쇼케이스는 K-POP 열풍 때문인지 현지 팬들의 열광적 호응을 받았다.

, , 티맥스, 씨스타, 지나, 백지영, 손호영 등 총 8팀이 참여해 2시간 동안 5000여 관객과 함께 했다. 지난해에 비해 일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으며, 부대행사로 마련된 '비즈니스 교류회'에선 오리콘, 소니아티스츠, 테이치쿠레코드, 소넷엔터테인먼트, 일본레코드협회 등 일본 음반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한국 아티스트들과 K-POP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측은 "한국정부의 음악지원 정책과 한국기획사들의 일본 활동 계획에 대한 의견 교류가 있었다"며 "일본의 음반업계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에서 예년보다 훨씬 높은 관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내 대형 음반유통업체인 HMV재팬측은 "침체된 일본 음악시장의 촉매제 역할을 K-POP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사 매장에서 한국 아티스트들의 앨범이 발매될 때 소규모 라이브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달라진 K-POP의 위상을 짐작하게 했다.

포미닛
사실 동방신기와 보아 등이 일본에 진출에 성공신화를 썼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지화'였다. 이들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일본 현지의 기획사와 손잡고 만들어 낸 결과였다.

동방신기나 보아는 한국적인 색깔을 지닌 아티스트이기보다는 일본 대중에 맞춘 J-POP에 비중을 둔 가수들이었다. 그러나 카라와 소녀시대는 현지화 작업보다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그대로의 모습과 노래로 인정을 받은 경우여서 그 의미가 다르고 더 크다.

카라의 소속사 DSP엔터테인먼트측은 "우리는 카라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 진행한 팬미팅에서 희망을 봤다"며 "팬미팅 현장에 모인 여학생들에게 카라의 인기는 대단했다. 이는 문화적 트렌드의 흡수가 가장 빠른 10대 여학생이라는 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일본에서 K-POP에 빠져 있는 세대가 젊은 층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10년 전 한국 드라마에는 일본의 중장년 여성들, 소위 아줌마들이 열성을 보이며 한류 바람을 만들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신한류'는 젊은 세대들이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카라와 소녀시대 등 걸그룹들이 선전한 가운데 11월과 12월에는 국내 남자 아이돌 그룹도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비스트, 샤이니, 2PM 등은 나란히 올 하반기와 내년 초 일본 진출을 예정하고 있다.

제국의 아이들
이들은 카라와 소녀시대가 했듯이 먼저 대규모 쇼케이스를 통해 일본 진출을 신고한 이후 앨범을 발매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일본의 스포츠호치는 "K-POP 야수 비스트, 11월 일본 습격"이라는 제목으로 기대감을 드러냈으며, 일본의 산케이스포츠 등은 "한국의 짐승돌 2PM 일본 진출!"이란 내용으로 K-POP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