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승 개인전] '다문화'
자세히 보니 공간마다 개성이 있다. 어떤 곳은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듯 엄격해 보이고, 어떤 곳은 집안 서재처럼 아늑해 보인다. 어떤 곳에서는 주구장창 일만 해야 할 것 같지만, 어떤 곳에서는 가끔 창밖을 내다보아도 좋을 것 같다.
어떤 책상은 혼자만의 일터지만, 어떤 책상은 손님을 환영한다.
더 자세히 보니 집무실마다 국기가 있다. 세르비아 국기는 사람만하고, 노르웨이 국기는 숨은 그림처럼 찾아야 하지만, 국기는 결정적 단서다. 이곳은 각국의 주한대사관 대사 집무실이다.
대사관의 모습은 국가들이 타국과 관계를 맺기 위해 구상해 낸 자국의 대표 이미지, 라는 점에 비추어 다시 보면 이곳의 인테리어와 디테일, 기능과 분위기는 각국 문화의 단면이다.
그 사회에서는 보편적인 물건일 것이다. 소박하고 아기한 북유럽 국가들의 대사관 집무실에서는 국민성이 읽힌다. 그곳 사람들은 일상을 돌보는 데 관심이 많지만 허세는 싫어할 것 같다.
은근슬쩍 끼어들어 있는 한국적 특성도 재미있다. 구석구석 도자기와 난이 놓여 있고, 창밖으로는 산과 빌딩숲이 보인다. 그 어울림이 곧 한국사회 내 다문화의 풍경처럼 보인다.
집무실이라는 표준적인 공간 양식에서 문화적 영향을 찾아낸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대사관이 물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문화 교류의 근거지로 기능한다는 점을 떠올릴 때 이 사진들은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장민승 개인전 <다문화>는 12월1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린다. 02-745-1644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