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민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교수 인터뷰] 기획… 공간해밀톤 1년 기념과 작별 의미

결국 경찰이 출동했다. 지난 11월 30일 저녁 8시 무렵 서울 이태원 뒷골목 공간해밀톤 앞에서 벌어진 야외 공연 때문이다. 작가 그룹 파트타임스위트사운드의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드럼통에서는 불이 활활 타올랐다.

관객들이 빽빽하게 둘러싸 있었다. 경찰은 곤란한 표정으로 이 '소동'의 책임자를 찾아 다녔다. 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19분이 흘렀다. 타이머가 멈추었고, 작가들은 차분히 악기를 거두었다.

관객들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손을 비비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여전히 곤란한 표정의 경찰이 그들의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끝난 건가요? 정말 끝난 거죠?"

그럴 리가. 소동은 계속 됐다. 9시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풍선 든 '가이드'를 쫓아 이태원 거리를 몰려 다녔고, 10시가 넘자 건물 안에서 야릇한 영상 상영과 야릇한 벨트마사지기 용법 시연이 이어졌다.

11시에는 록음악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 모든 퍼포먼스의 기한은 단 19분, 경찰이 책임을 추궁할 새도 없이 다른 일이 이어졌다. 그래서 그날 밤 공간해밀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일컬어 <19금 퍼포먼스 릴레이>라 했다.

책임자인 홍성민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교수를 만났다.

왜 이런 일을 벌였나.

"공간해밀톤을 운영한 지 1년이 지났고, 바야흐로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이를 기념하는 동시에 작별하는 의미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간해밀톤은 스쾃과 갤러리의 중간지대여서 흥미로웠다. 이 공간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어떤 어려움에 부딪혔는지.

"내용이 좋으면 공간이 어디든 관객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미술 관객에게 생소한 이태원 뒷골목이었는데도 많이 와 주었다. 규격화된 갤러리, 극장이 아닌 이런 공간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관리비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후에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인터넷 상에서 모일 수 있는 일들을 기획할 예정이다."

<19금 퍼포먼스 릴레이>에 19분의 시간 제한과 릴레이 형식을 도입한 이유는.

"퍼포먼스를 보통 한 번 하지 않나. 관객들이 애써 찾아와도 금방 끝나 버리고. 짧지만 다양한 퍼포먼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관객 입장에서 퍼포먼스의 지형도를 그리기에 편하지 않을까. 19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주는 긴장감도 있다. 그게 새로운 내용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퍼포먼스는 상황과 맥락이 중요해서, 시간이나 공간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작가 자신에게 중요한 외부 요인은 뭔가.

"외부 요인보다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작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상황과 맥락을 만드는 것 아닐까. "

요즘 작업에 대해 고민하는 바가 있나.

"작업 규모를 줄여보려고 한다. 대규모 작업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퍼포먼스의 경우 유럽에서는 투어가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몇 백 명의 엘리트 관객을 대상으로 일회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다다. 돈을 많이 들이고 쓰레기도 많이 나오는 작업을 할 이유가 없다. 스펙터클을 만들기보다 내용을 충실히 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퍼포먼스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퍼포먼스를 즐기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작품만 봐서는 안 된다. 사전 조사와 사후 공부가 필요하다. 준비되어 있는 관객만이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