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전

YELLOW HOUSES, 1966 @ 2010 NAMIDA AG, GLARUS, SWITZERLAND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백 개의 강."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 운동가였던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의 이름은 그 스스로 지은 것이다. 이름처럼, 그는 일생을 생태적 가치를 실천하는 데 바쳤다.

"예술을 위한 예술은 일탈이고, 건축을 위한 건축은 범죄"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창작 과정을 식물의 성장에 비유한 훈데르트바서의 작품 세계를 둘러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농장에서 일했던 어린 시절, 풀과 땅의 색에 반해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의 그림과 건축물에서 발견되는 색과 모양은 자연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다. 특히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이 휘도는 나선은 생명의 순환을 뜻한다. 훈데르트바서의 작업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풍경이었다.

"파라다이스는 오직 개개인에 의해, 각자의 창의력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훈데르트바서의 철학은 건축의 합리주의에 반대하는 나체 시위 등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개성 없는 건축물은 인류의 아픔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건축물은 병들고 지친 인류의 마음에 단숨에 활기를 불어 넣을 만큼 발랄하다. 창문 하나하나 같은 것이 없고 다양한 공간은 모험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는 1986년 '창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자신의 세 번째 피부를 재창조하고 개조할 권리가 있다. 팔이 닿는 만큼 자신의 집의 창문과 외벽을 개조하며 감금되어 있는 이웃으로부터 자신을 구별시켜 멀리서부터도 모든 사람들이 저 곳에는 자유로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상상력과 유쾌함이 전시장에 가득하다. 회화와 건축 모형, 그래픽과 태피스트리 등 장르를 넘나든 작품 세계와, 그에 조응한 훈데르트바서의 삶이 펼쳐져 있다.

훈데르트바서가 스스로 개조해 살았던 농가와 돼지우리, 그가 고안한 식물 정수기 등은 저 찬란한 풍경의 밑배경이다.

CATHEDRAL l, 1951 @ 2010 NAMIDA AG, GLARUS, SWITZERLAND
훈데르트바서는 2000년 저렇게 위대한 유산을 남긴 채 자신이 고대한 대로 부엽토로 돌아갔다. 직접 심은 나무 아래 나체로 묻혀.

<훈데르트바서 2010 한국> 전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내년 3월 15일까지 열린다. 02-580-1300.


THE GREEN WOMAN, 1954 @ 2010 NAMIDA AG, GLARUS, SWITZERLAND
THE BEARD IS THE GRASS OF THE BALD-HEADED MAN, 1961 @ 2010 NAMIDA AG, GLARUS, SWITZERLAND
BLUE BLUES, 1994 @ 2010 NAMIDA AG, GLARUS, SWITZERLAND
THE 30 DAYS FAX PAINTING, 1994 @ 2010 NAMIDA AG, GLARUS, SWITZERLAND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