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전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 운동가였던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의 이름은 그 스스로 지은 것이다. 이름처럼, 그는 일생을 생태적 가치를 실천하는 데 바쳤다.
"예술을 위한 예술은 일탈이고, 건축을 위한 건축은 범죄"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창작 과정을 식물의 성장에 비유한 훈데르트바서의 작품 세계를 둘러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농장에서 일했던 어린 시절, 풀과 땅의 색에 반해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의 그림과 건축물에서 발견되는 색과 모양은 자연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다. 특히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이 휘도는 나선은 생명의 순환을 뜻한다. 훈데르트바서의 작업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풍경이었다.
"파라다이스는 오직 개개인에 의해, 각자의 창의력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훈데르트바서의 철학은 건축의 합리주의에 반대하는 나체 시위 등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1986년 '창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자신의 세 번째 피부를 재창조하고 개조할 권리가 있다. 팔이 닿는 만큼 자신의 집의 창문과 외벽을 개조하며 감금되어 있는 이웃으로부터 자신을 구별시켜 멀리서부터도 모든 사람들이 저 곳에는 자유로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상상력과 유쾌함이 전시장에 가득하다. 회화와 건축 모형, 그래픽과 태피스트리 등 장르를 넘나든 작품 세계와, 그에 조응한 훈데르트바서의 삶이 펼쳐져 있다.
훈데르트바서가 스스로 개조해 살았던 농가와 돼지우리, 그가 고안한 식물 정수기 등은 저 찬란한 풍경의 밑배경이다.
<훈데르트바서 2010 한국> 전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내년 3월 15일까지 열린다. 02-580-130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