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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 장석남, 미래파 이영주, 소설가 황정은…

문인 사이 가장 이슈된 시인, 작가, 작품
  • 장석남 시인
올 한 해 출판산업 전문가들이 국내 문학을 정리하는 말로 '장편 소설의 귀환'을 꼽는다. 1월 이문열의 <불멸>을 시작으로 황석영의 <강남몽>, 조정래의 <허수아비춤>,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은희경의 <소년을 위로해줘>,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등 중견 작가들의 장편이 잇따라 출간됐다. 또한 대다수가 출간과 동시에 10만 권을 가볍게 넘기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최근 문단에서 거론되는 작품들은 등단 10년 이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다. 2000년대 중반 '핫 이슈'였던 박민규와 김애란을 지나 이제 황정은, 김태용, 김숨 등의 작품에 평론가들이 주목한다. 소설 시장을 움직이는 베스트셀러와 문학 담론은 이제 별개로 거론된다.

그렇다면 올 한 해 작가들 사이에서 가장 이슈가 된 시인과 소설가, 작품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보상태'다.

서정시에 장석남, 새로운 감각에 이영주

답보상태란 말은 시단에 더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요컨대 문단을 뒤집을 만한 문제작이나 슈퍼스타K처럼 메가톤급 신인이 출현하지 않은 채 기존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는 말이다.

  • 장석남 <뺨에 서쪽을 빛내다>
실제로 올해의 작품, 작가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대다수 시인들이 난색을 표했고, 작가의 경향마다 추천하는 작가와 작품이 너무나도 달랐다. 결론을 말하면, 올해의 시집에 서정시 분야에서는 장석남의 <뺨에 서쪽을 빛내다>, 그 반대 진영(?)에서는 이영주의 <언니에게>를 꼽는 문인들이 많았다.

올해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장석남의 <뺨에 서쪽을 빛내다>는 한국 서정시의 현재를 상징하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손택수 시인은 "현재의 우리 서정시는 정형적인 틀을 벗어나서 구체적인 삶의 미세한 자리를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상향을 그리거나, 현실을 포착하거나 아예 감각적 형식이 되기 마련인데, 이 시집은 자기 일상을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 서정시의 갱신된 모습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 시인은 이른바 '미래파' 시인의 한 명으로 꼽힌다. 미래파 시인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난해하기 때문에 시단에서도 본격적인 작품 해설이나 작가분석이 많지 않았다.

그녀의 첫 시집 <108째 사내>가 김경주, 황병승의 여파에 가려진 이유가 여기 있다. 올해 두 번째 시집 <언니에게>는 첫 시집의 성과가 고스란히 이어져 작가의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됐다는 평을 받았다.

  • 이영주 시인
이는 시인의 '어법'을 이제 문단이 이해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장석남의 시집과 더불어 시인들에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김소연 시인은 "국내 서정시와 2000년대 새로운 시경향이 <언니에게>에 다 담겨 있다. 2000년 들어 반골 기질의 시집이 별로 없었는데, 제대로 삐딱한 반골"이라며 추천했다.

이밖에 <최하림 시선집>과 손택수의 <나무의 수사학>, 이준규의 <토마토 익어가는 계절> 최치언의 <어떤 선물은 피를 요구한다>, 김행숙의 <타인의 의미> 등도 올해 시인들이 주목한 시집으로 꼽혔다.

올 한해 눈에 띄는 시인은 '최다 득표자'가 없었다. 올해 시집 <다산의 처녀>를 펴낸 원로시인 문정희부터 중견시인 문태준, 첫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를 낸 이제니 시인까지 다양한 시인들이 추천을 받았다.

조연호 시인은 "언어가 새롭게 보이게 하는 방식이 여러가지가 있다. 자신만의 언어세계를 갖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제니 시인은 기존의 언어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사전을 갖고 시를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석주 시인은 "낮은 목소리로 사물과 사물 사이에 서린 고요와 침묵을 적시해내는 문태준의 시들은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린다. 많은 시편은 아니지만, 올해 읽은 문태준의 시들도 그에 대한 신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추천했다.

  • 이영주 <언니에게>
황정은을 사랑해

지난해 문학계 이슈는 단연 '문학과 정치'였지만, 이 담론을 감당할 만한 작품을 구하지 못해 평론가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근 2년간 한 번 걸러 한 번씩 각 출판사 문예지 특집과 기획 원고에는 아감벤과 랑시에르 등 해외철학자들의 번역서가 빈번히 등장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글은 '첨예하게 정치적이면서도 동시에 미학적인 작품'을 찾지 못했다는 현실의 방증이기도 했다.

이 갈증을 풀어 준 작품이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다. 올해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발랄한 상상력'의 작가, 황정은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유독 중견작가들의 장편과 작품집이 잇따라 발표됐음에도, 황정은과 그의 첫 장편 <백의 그림자>는 올 한 해 작가들이 주목한 작가와 작품 모두 가장 많은 추천을 얻었다.

  • 황정은 소설가
재미있는 사실은 '리얼'부터 '리버럴'까지, 다양한 경향의 작가들의 이 작품을 꼽았다는 것이다. 전성태 소설가는 "지난해 69선언에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문학적인 정치성'을 성취한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고 이 작품을 추천했다.

김연수 소설가는 "이 작품은 우리말을 아름답게 구사하고 있다. (문단에서 이 작품의 정치성을 거론하지만) 상당히 문학적인 소설"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윤성희의 <구경꾼들>과 편혜영의 <재와 빨강>도 올해의 작품으로 추천받았다. 각각 1999년,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두 작가는 첫 단편집 출간 이후 줄곧 평단이 주목한 젊은 작가들이다. 올해 나란히 첫 소설집을 발표했다.

은희경 소설가는 "소설은 문제적 인간을 만들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인데, 윤성희의 <구경꾼들>에는 문제적 인간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캐릭터 없이 이야기만 이어진다. 게다가 이야기가 산처럼 연결된다. 캐릭터 없이 장편을 쓴다는 건 굉장한 내공이다"고 추천했다.

이밖에 이경자의 <순희>, 박민규의 <더블>, 김남일의 <천재토끼 차상문> 등도 작가들의 추천작으로 꼽힌다.

  • 황정은 <백의 그림자>
강영숙 소설가는 "박민규의 <더블>은 상상력의 폭이 넓다. 그리고 작가가 쓴다는 데 얽매이는 것보다 쓰는 걸 즐기는 느낌이 든다. 작품의 아우라가 분명하다"고 추천했다.

올 한 해 주목한 작가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역시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 김연수 등 중견 작가 이외에도 김숨 등이 다수 추천받았다. 전성태 소설가는 "김숨 작가의 소설이 발표되면 찾아 읽는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작품에서 현실을 그려내는 솜씨가 탁월하다"고 추천했다.

설문 참여문인

강영숙, 권혁웅, 김경주, 김소연, 김연수, 김인숙, 김중혁, 도종환, 박형준, 손택수, 윤성희, 은희경, 이경자, 이순원, 장석남, 장석주, 조연호 (이상 가나다 순)


  • 윤성희 소설가 (사진 : 박재홍)
  • 윤성희 <구경꾼들>
  • 편혜영 소설가
  • 편혜영 <재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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