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ㆍ조각ㆍ사진ㆍ미디어아트 작가 추천 올해의 인물
2010년, 다섯 명의 회화/조각/사진/미디어아트 작가들에게는 어떤 전시와 작품이 뇌리에 남아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작가/기획자가 그들의 예리한 시선에 걸려들었다.
"작가가 있다면, 메디치 가문처럼 작가를 서포트해주는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현대의 메디치 가문은 기업 메세나일 수도 있지만, 김홍희 사진작가가 말하는 이는 전시의 기획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올해의 인물로 이기명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를 첫손에 꼽았다. 군사정권 시절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시인 박노해, 그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을 10여 년간 촬영한 사진을 모아 전시기획을 한 이가 바로 이 대표였다.
그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기획의 글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그는 현실을 최대한 비참하게도, 최대한 아름답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에서 인간의 위엄을 응시한다.
구동희 작가는, 불임부부가 남근을 닮은 종유석을 동굴에서 떼왔다가 며칠 뒤 다시 제자리에 붙여놓았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웃지 못할 사건을 보고 구 작가는 <남한의 천연기념물>을 완성했다.
천연기념물 공식 사이트에서 광물과 지질 이미지를 내려받아 콜라주한 작품으로, 합성된 이미지는 거대하고 기괴한 동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권오상 작가는 "기법이 새롭진 않지만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이 흥미를 끈다"며 구동희 작가에 한 표를 던졌다.
구 작가의 작품 속 유머와 재치는 화장품 브랜드 키엘과의 콜라보레이션에서도 드러났다. 화장품 케이스 뒷면에 성분이나 사용방법이 표기되어있는 것에 착안해 자신의 작품에도 간판 형태의 작품 설명서를 만들거나 작품 설명서를 제작해 작품 뒤에 붙이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빨간색의 자화상과 윤두서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인물을 주로 그리는 권경엽 작가는 최근 영은미술관에서 전시한 강형구 작가를 올해 최고의 인물로 꼽았다. 고흐, 오드리 헵번,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등의 인물을 극사실적인 화법으로, 그러나 동시에 지극히 주관적 해석으로 클로즈업해 그려내는 강형구 작가.
권경엽 작가는 강형구 작가에 대해 "이미 대가로 불리지만, 여전히 자신이 그리는 인물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작업하시는 모습도 귀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핏빛의 산수화. 산과 암석 속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풍경은 초가, 기와, 판자 등으로 만들어진 집과 다리와 등대 등 사람의 흔적이다. 작품 곳곳에서 '낯설게 하기'를 시도하는 이세현의 붉은 산수. 군 복무 당시 최전방에서 적외선 야간 투시경으로 바라본 비무장지대의 풍경이 작품의 영감이 되었다고 한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남북이 총구를 겨누는 그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의 논리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곳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씨는 "페인팅에 접근하는 시각이 무척 신선하다. 앞으로 기대되는 작가"라며 이세현 작가를 주목했다.
지용호 씨는 현재 학고재에서 전시 중인 중국 작가 장환을 올해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 선정했다. 중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 중 한 명이자, 중국의 현안을 독특한 시선으로 해석하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용호 작가는 뉴욕과 중국에서 전시된 그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뉴욕 전시에 중국의 산아정책을 비판하는 작품이 공개됐어요. 산모 형상의 조각 위에 소가죽을 얹어 놓은 작품이 충격적이었죠." 사라지는 중국의 문에 조각하기도 하는 장환은 미디어, 사진, 설치 등 매체의 사용에도 거침이 없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