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에이, 소녀시대, 신승훈, 이적… 강추요

4인조 신예 걸그룹 미쓰에이(miss A)
'한류'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단 분야가 대중가요계가 아닐까. 2010년 한 해 동안 대중가요는 가장 바쁜 일정으로 국내외를 섭렵했다. 아이돌 그룹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활짝 날개를 펴며 연착륙했고,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대한민국 대표 가수들도 분발했다. 2010년 대중음악계는 어땠을까?

올해 대중가요계는 아이돌 전성시대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미쓰에이(Miss A)는 올해 등장한 신인이면서 데뷔곡 로 대중성까지 껴안은 경우죠. 아이돌 노래는 따라 부르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노래로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역들이라고 생각해요."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주영훈은 올해 가장 두드러졌던 가수로 걸그룹 미쓰에이를 꼽았다. 아이돌 그룹은 노래보다는 가수를 보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미쓰에이는 그들의 노래 의 리듬과 가사가 먼저 주목받은 경우라는 것. 그는 "이제 비전문가들도 2010년은 아이돌 그룹의 해라고 할 것"이라며 아이돌 그룹의 강세를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주영훈은 이러한 현상이 10여 년 전 대중음악시장과 매우 흡사하다고 전했다. 1999년에는 아이돌 그룹 H.O.T나 S.E.S, 핑클, 젝스키스, 신화 등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활동했고, 코요태, god, 백지영 등이 댄스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10년 전 아이돌과 지금의 아이돌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덧붙인다.

이적 콘서트
"아이돌이라는 단어 자체가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말 그대로 어린 가수들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었다면, 지금은 아이돌이라는 장르가 파워를 가지면서 하나의 문화로 형성됐다는 점"이라며 아이돌의 무서운 장악력을 꼽았다.

데뷔 16년 차 그룹 DJ DOC도 올해의 가수와 작품에 아이돌 그룹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이 2010년 가장 눈여겨본 가수는 걸그룹 와 2NE1. 는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등에서도 한류 바람을 일으키며 전천후로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이다.

또한 방송까지 장악하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창렬은 "올 한 해 국내에서 발표한 앨범, 방송에서의 성공이 눈부셨다. 일본에서도 이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며 ' 천하'를 이루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2NE1도 힙합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데뷔 때부터 많은 가요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올해도 이들은 1집 을 발매하고 , , <박수쳐>, <아파>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하늘은 "음악, 패션, 뮤직비디오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가 확실히 보였으며, 이제 완전히 이들만의 그라운드를 완성시켰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트렌드를 주도하는 그룹으로 평가했다.

보아
DJ DOC는 올해의 노래로는 의 <허리케인비너스>를 선택했다. 이들은 "완벽한 라이브와 퍼포먼스로 본인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실히 보여줬다"며 아이돌 가수에서 데뷔 10주년이 된 가수 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돌 그룹의 저력이 2010년도를 강타했다면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고집한 중견 가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가수 겸 작곡가 김현철과 작곡가 겸 음반 프로듀서인 박성일은 올해의 가수와 노래로 가수 과 이적 등의 앨범을 꼽았다. 이들은 각각 20년과 15년 동안 대중가요계에서 한 획을 그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가수들로 평가받는다.

박성일은 "이적의 경우 올해 4집 앨범까지 고스란히 '이적만의 색'을 담아냈다. 아이돌이나 밴드들의 추격에도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뮤지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의 홍수 속에 15년 이상의 구력으로 꿋꿋하게 가요계를 짊어지고 가는 뮤지션이라는 게 각계의 평가다.

특히 아이돌처럼 공공연하게 TV활동을 하지 않고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교류함에도 꾸준한 인기를 구가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점점 빈익빈 부익부되는 대중가요계"

대중음악 전문가 4인은 공교롭게도 올 한 해를 "양극화가 심화된 해"였다고 평가했다.

소녀시대
아이돌 그룹이 이제 대중음악에서 하나의 문화가 된 점은 놀랍기도 하고 발전한 성과이지만 너무 상업성에 치중된 음악시장으로 인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영훈은 "올해 대형기획사의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등장해 큰 활약을 보였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중소 기획사에서 배출된 가수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OST 시장에서조차 아이돌 가수들을 제외하더라도 이승철(KBS <제빵왕 김탁구>), 백지영(KBS <아이리스>, SBS <시크릿 가든> 등) 등 내로라하는 인기 가수가 아니면 부를 기회도 주지 않는다는 것. 소위 B급 가수들의 생계조차 보장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는 "실력파 가수들이 보컬트레이너 자리를 전전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며 가요계의 양극화 현상을 꼬집었다.

박성일도 "일본의 음악시장이 올해만큼 부러울 때가 없었다"며 가요계의 편중화 현장을 들었다. 장사가 되는 아이돌의 음악들이 판을 치니 돈이 되지 않는 인디나 언더 음악들은 제대로 된 홍보 창구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는 "음악을 만들어야 돈이 되지 않으니 누가 이들의 음악을 틀고 봐주겠나?"라며 현재 대중가요계가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신승훈
DJ DOC도 "우리와 같은 기성가수들을 현재 방영되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찾기가 힘들다. 대형기획사들의 파워가 방송 곳곳에 묻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의 바람은 많은 가수들에게 골고루 평등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그래야 대중들도 더 많은 좋은 노래와 뮤지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주영훈은 이를 위해 TV가 아닌 다른 루트를 이용한 전략도 제시했다. "가수 정엽이나 그룹 포맨 등은 TV활동을 하지 않고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라디오나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인물들이다"며 "아이돌이 TV를 장악하고 있다면 라디오와 인터넷 등이 다른 장르의 가수들에게 더 넓게 문을 열어주는 아량을 베풀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