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al Art Emsemble, Evidence copy
TV 시사 프로그램이나 '100분 토론'의 제목이 아니다. <여론의 공론장>은 분명히 미술 전시 제목이다. 진지한 제목만큼이나 진지하고, 진지하게 봐주기를 요청하는 작품들이 모였다.

서울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고 있는 <여론의 공론장> 전은 현대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다.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하고, 대응하는 현대미술의 한 지평이 펼쳐진다.

한국과 일본, 독일과 미국 등 전세계를 진지 삼아 상상력의 권력을 회복하려 하는 무모하고 용감한 시도들을 만날 수 있다.

중동 지역의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는 라리아 산소어, 생태 문제를 다루는 츠바키 노보루, 페미니즘을 화두로 삼은 게릴라 걸스의 작업은 오늘날 미술이 정치적 언어를 어떻게 번역해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런 작업들은 종종 '테러'로 여겨지기도 한다. 1987년 결성된 후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 그룹 크리티컬 아트 앙상블의 멤버인 스티브 커츠는 미국 정부가 보유한 생화학 무기가 공포정치용이라는 내용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FBI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

가짜잡지, '가짜잡지와 친구들'
미술이 어떻게 사회 구성원간 소통을 부추기고 공론장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많은 작가들이 최신 미디어 기술의 가능성을 활용한다.

작가 그룹 그래피티 리서치 랩은 전세계인들이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공공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노재운의 사회 비판적 메시지는 디지털 미디어의 화법을 통해 새롭게 표현된다. 나탈리 북친은 일상 속에 파고든 미디어를 작품의 통로이자 주제로 삼는다.

한국 작가의 작업들은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한국사회의 역사적 현실을 담아낸 노순택의 다큐멘터리 사진과 사회적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양아치의 영상 작업이 소개된다.

사회적 공간의 빠른 변화 속에 개입하는 작가 그룹 옥인콜렉티브의 작업과 일상적 교류와 소통의 사회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프로젝트 '가짜잡지'는 사회와 미술의 기발한 접점으로써 주목할만 하다.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믿음을 <여론의 공론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6일까지 열린다. 02-3141-1377.

옥인콜렉티브, '작전명 - 하얗고 차가운 것을 위하여'

Graffiti Research Lab, 'Torture Classics'
노순택, '검거'(좌), 양아치, '허우샤오시엔다운 것이며, 차이밍량스러운 것이며, 사토사키치 지향적이며, 궁극적으로는 레오 카락스이더군요'(우)
노재운 '비말라키넷'
Guerrilla Girls 'Do Woma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 Update'
Larissa Sansour, A Space Exodus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