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트렌드 7개의 키워드를 설명하는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일기예보 못지않게 맞지 않는 것이 문화예술 시장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했던 <트렌드 전망 2011>에서 한 전문가는 "아마 오늘 내가 발표하는 전망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농을 던졌다.

이는 급변하는 사회환경에서 수많은 요인들과 공명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문화예술의 특성을 말해준다. 때문에 문화예술 관계자나 관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구체적인 시장 전망보다는 현재의 흐름을 기반으로 한 트렌드의 전망이다.

예술가와 관객, 인간과 디지털의 공진화

변화무쌍한 현대예술의 미래를 누가 전망할 수 있을까. 현대예술은 그 초경계적, 탈중심적 특성 때문에 현재를 포착하는 것마저 쉽지 않다. 그래서 김남수 국립극단 학술팀장은 그 현재와 미래의 한 징후를 '유령화'라고 평가한다. 새로운 예술은 언제나 경계를 어른거리는 유령 같아서 언제든 떠나가고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김남수 학술팀장은 지나치게 공급자 중심의 공연경제학에 몰두하고 있는 현재의 창작 양상에 제동을 건다. 그는 "수요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행할지 가늠하지 않는 것이 예술일 수 있을까,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한국의 공연예술은 제대로 답변할 수가 없다"고 일갈한다.

핫트렌드 2011:7개의 키워드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은 2011년 핫 트렌드의 핵심을 인간과 디지털의 공진화에서 찾는다. 일과 놀이, 관계와 감각의 매 순간을 함께하는 디지털과 인간의 밀접한 관계를 이해하고 이에 영리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이를 위해 일곱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첫째는 이지 오블리주(Easy Oblige)다. '더불어 잘살기'라는 인류의 공진화, 나아가 인간과 지구의 공진화를 모색하는 나눔의 정신을 뜻한다.

둘째는 스마팅(SMART-ing)이다. 스마트 마인드, 스마트 인프라, 스마트 프로세스 등 진정한 스마트워크로 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기술보다 더 영리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단순생활동작 놀이다. 디지털의 진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한 생활 속 동작을 기초로 한 놀이들을 다시 주목하게 하고 있다.

넷째는 이 시대의 핫이슈인 소셜네트워크다. '네트워크'라는 드넓은 영토 안에서 성장하고 호흡하며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는 소셜리언(socialian)들의 존재는 문화예술 창작과 향유 환경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생겨나고 있는 커뮤니티들은 힘과 영향력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어 가벼이 넘길 수 없게 됐다. 이는 디지털 2기를 주도하는 세대인 이틴즈(E-Teens, 십대)도 비슷하다. 디지털 세대로 태어난 이들은 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시민이자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그 외 친환경 공간에 대한 성찰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미학을 담고 있고, 현실과 가상이 버무려진 감각 체험은 새해에도 영화와 미디어 아트를 비롯한 문화예술 전반에서 대중의 관심을 일으킬 것으로 김경훈 소장은 내다봤다.

다양한 욕구와 변화를 반영하는 문화예술 정책

이 같은 트렌드의 변화는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 환경에서도 여실히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문화예술 환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디지털 환경의 진화다.

문화예술 정책의 환경 변화와 정책 방향을 연구해온 박소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미 2010년 초 스마트폰은 주요 트렌드의 중심이 됐고, 정부의 무선인터넷 활성화 정책에 따른 무선인터넷 대중화는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의 증가를 낳고 있다"고 설명한다.

2010년의 스마트폰 유행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놀이와 노동, 소통 등 우리 삶의 가장 근본적인 영역에 새로운 체계와 방식을 도입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스마트 사회'의 도래는 스마트 사회의 시민들(smartizen)이 창출하는 '스마트 문화'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이를 "기술의 융복합 현상과 사회 구조, 제도, 인간의 사고와 행동양식의 변화가 총체적으로 맞물려 새롭게 등장한 삶의 양식이자,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스마트 문화의 원동력으로서 집단지성도 문화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여와 공유를 통한 집단지성의 힘은 이미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지닌 지식과 경험을 통해 전문가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박소현 책임연구원은 "집단지성의 위력이 나타나는 여러 사례들은 문화예술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활성화함으로써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과 참여도를 높이고 문화예술 교육의 새로운 원천으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시대적 변화는 또 기존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영역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1980년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소개한 '프로슈머'는 스마트 시대에는 일상어가 됐고, 프로와 같은 전문 지식과 콘텐츠 생산력을 갖춘 '프로츄어(Professional +Amateur)'와 '크레슈머(Creator+Consumer)'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은퇴한 베이비 붐 세대는 그대로 중장년층의 티켓파워로 이어지며 문화예술계로 하여금 젊어지는 고령화 사회에 다시 주목하게 하고 있다.

박소현 책임연구원은 "이제 기업뿐 아니라 문화예술 정책도 다양한 욕구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시니어들의 삶을 지원하는 방법들을 개발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며 "우선적으로 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파악해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제2의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네트워크의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