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모든 하루가 왜 그렇게 허망스럽고, 무기력하고, 쓸데없는 것일까? 뒤에 남겨 놓은 발자취들은 또한 얼마나 되나? 그 한 시간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바보스럽게 흘러가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살아 있기를 원한다.

그 삶에, 소망에, 자신에게 희망을 건다. 오, 그대는 장래의 축복을 찾아 그리도 헤매는가? 사람들은 다가올 날들이 방금 지나간 날들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일까? 그렇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상상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래 생각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잘하는 일이다. '자, 내일은, 내일만은!' 하고 자신을 위로한다. 그 '내일'이란 것이 그들을 무덤 속으로 데려다주는 그날까지. 그리고 무덤에 일단 들어가면 그 어떤 생각의 여지도 없어져 버린다." (이반 투르게네프. 러시아 작가)

"게으름이 당신을 어떤 목표에 데려다 주는 길은 없다." (미겔 더 세르반테스. 스페인 작가)

"새로운 하나의 습관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 내부의 낯선 것을 일깨울 수 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프랑스 소설가)

작심 3일. 우리는 새해가 밝아오면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된다. 새해 계획했던 일들을 이루기 위한 마음가짐과 이 계획들을 실천하는 데 적어도 '작심삼일은 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부분은 새해 첫 날 이후 또 한 번 한숨을 쉰다. 결국 신년마다 스스로에게 오명을 주는 꼴이 되고 만다.

우리는 매번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고 애를 쓰지만 성공으로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20년 혹은 30년씩 굳어진 습관들은 쉽게 고칠 수 없다. 그래서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에서, 또 문화 속에서 다짐을 하지만 습관처럼 고치지 못하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금연, 다이어트, 운동···생활 속에서 지키려는 습관, '건강'

회사원 이지현(31)씨는 일주일 남짓 남은 신년을 맞이해 계획을 세워놓은 게 있다. 바로 다이어트다. 그간 식단조절에 실패하면서 체중이 불어나 새해에는 수영을 배우며 운동과 함께 살을 빼는 게 그녀의 목표다.

이씨는 "한 달 정도 계획을 잡고 있는데 아침 시간을 이용해 수영을 할 생각이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 위해 미리 수영학원에 접수 신청을 마쳤다. 신년에 새로운 마음으로 계획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 일하는 박명호(28)씨도 타의에 의한 신년 계획이 생겼다. 회사 내에서 부서별로 금연 운동을 펼치는 것. 박씨의 회사는 2011년 새해부터 각 부서별로 금연을 장려하면서 한 달 이상 실천하는 팀에게는 포상금을 내걸었다.

박씨는 "상사 세 분과 동기 두 명 등이 함께 새해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포상금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건강을 위해서"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지현 씨나 박명호 씨는 새해 작심삼일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 나름대로 계획성을 두고 접근했다. 이들은 건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평소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과연 나쁜 일상 습관들을 고치고 작심삼일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까?

<습관-나를 변화시키는 힘>의 저자 김경모는 "사람들이 나쁜 습관인 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책임을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다"며 "변화에 대한 바람이 부족하고, 훈련이 부족하고, 신념이 부족하며 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무사안일주의나 게으름이나 나태함, 무지 같은 요소들이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습관은 무의식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당장 없애기는 어렵다는 것. 그는 "나쁜 습관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좋은 습관을 고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만약 비만인 사람이 육식을 좋아한다면, 의식적으로 육식을 덜 먹고 채식을 먹음으로써 습관을 바꾸는 방식이다. 나쁜 습관은 일시에 없앨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습관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의학박사 겸 신건강인센터 유태우 원장은 "사람들은 습관을 쉽게 고치지 못한다"며 "사람들의 삶의 목적과 관계 속에서 나쁜 습관들이 줄기가 돼 굳어지면 질병이라는 잎사귀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들로 인해 서서히 몸의 상태가 나빠지고, 줄기에서 뻗어가는 잎사귀처럼 질병들이 하나하나 등장한다는 것이다. 술이나 담배를 하는 건 나쁜 습관이지만 삶의 목적과 관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때 나올 법한 단어가 바로 스트레스다.

유 원장이 말하는 나쁜 삶의 태도가 바로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금연이나 다이어트 등의 계획을 세워놓고도 지키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스트레스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천이 잘 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 탓으로 돌린다. 업무에 대한,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 탓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져서 일의 효율성이 높지 못함에도, 이것을 바로 스트레스 탓으로 돌린다는 게 유 원장의 설명이다.

"체력을 많이 소모하면 즐거움이 오지만, 삶의 부담이 많아지면 스트레스가 온다. 삶의 부담이 내적으로 작용하는 건 남의 인정을 바라는 것이다. 만약 승진을 하지 못한 사람은 패배의 고통이 엄청나다. 질 때 받는 고통이 매우 크다. 사람들은 그게 두려워서 이기려고 한다. 그런 태도가 바로 나쁜 삶의 태도다."

어떻게 하면 새해에는 작심삼일을 뒤로 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유 원장은 "삶의 목적부터 바꿔라"고 강조했다. "지금 즐겁게 일하고, 죽을 때까지 즐겁게 일하자"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

괜히 작심삼일의 계획을 세워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제대로 사는 것에 힘을 쓰라는 것이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바로 현재를 즐기며 만족하는 사람이야 말로 습관을 뒤집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문화 속 의 끈질긴 습관 고치기··· 모방과 표절

소설가 이외수와 대중가수 DJ DOC의 이하늘이 만났다. 최근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낚시 데이트를 즐긴 두 사람은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들이 설왕설래한 내용은 바로 예술계의 표절 문제. 이하늘은 가수들의 표절을 두고 "반칙"이라고 표현했고, 이외수는 "범죄"라며 그 폭을 넓혔다. 이들이 나눈 대화는 꽤나 소탈해 보이지만 뼈가 있었다.

이하늘 : 표절은 사실 반칙이다. 표절을 해 나보다 앞서 가는 사람을 볼 때 동생(후배)들에게 무엇이 맞는지 말해주지 못 하겠다.

이외수 : 예술은 모방으로부터 출발하지만 표절처럼 내 것인 양하면 그건 범죄다.

이하늘 : 표절한 가수들이 방송에 나오고 인기도 많다. 공범들이 꽤 많다. 나는 표절하지 않겠다.

문화예술 속의 오래 된 나쁜 습관에는 표절이 있다.

얼마 전 드라마 작가 김은숙과 만화작가 황미나가 때 아닌 표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황 작가는 네이버 웹툰에 게재하는 만화 <보톡스>의 휴재를 알리며 "여기저기서 <보톡스>를 보고 슬그머니 고쳐서 만든 것 같은 것들이 자꾸 보여서 무서워서 원고를 못 하겠습니다. 만화가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소재 제공자로만 존재해야 하는지 속이 터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일이 있고 나자 느닷없이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 작가가 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화나는 일이 생겼다. 만화가 황미나 씨께서 제 드라마가 본인의 웹툰을 '이것저것' 가져다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중략) 나도 내 작품에 자존심이 있다"며 항변했다.

영역이 다른 두 작가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언론에 의해 불붙여진 싸움이라는 점은 부정할 순 없지만, 이런 의혹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씁쓸할 따름이다.

이처럼 올 한 해 만큼 '표절'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제기됐던 때도 없었다. 출판계에선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와 황석영의 <강남몽>이 '표절이다, 아니다'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결국 두 작품 모두 참고자료에 대한 출처를 명시하겠다고 하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그 뒷맛은 여전히 떨떠름하다.

때 아닌 희대의 사기 사건도 있었다. 한국의 톱스타로 불리는 이효리의 앨범이 표절곡들로 뒤덮인 것이다. 올해 그가 발표했던 4집 앨범에는 작곡가 바누스(본명 이재영)가 만들었다는 곡이 물의를 빚었다.

수록곡 중 6곡이 표절로 판명된 것. 심지어 몇몇 표절곡들은 원곡의 제목과 노랫말까지도 그대로 따온 경우도 있어 충격은 더했다. 이효리의 경우 지난 2006년 2집 앨범 가 미국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과 비슷하다는 의혹을 받고 표절시비에 휘말린 적도 있어 가요계의 충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바누스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효리는 4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앨범 활동을 초반에 정리하고 말았다. 다시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고 있다.

TV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선 "방송사 예능국을 가면 PD들이 하나같이 인터넷으로 일본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일본 프로그램에 대한 모방과 도용 사례가 많았다.

심지어 큰 프로그램 포맷 아이디어가 비슷하거나 출연자들의 성향이 너무도 흡사해 그야말로 '베끼기'가 아니냐는 성토가 나올 정도였다. 물론 이제는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TV프로그램이나 대중음악의 표절은 단번에 집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물론 '안 걸리면 좋고, 걸리면 말고'식의 사고방식으로 여전히 표절에 근접하는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도 많다.

'문학적 절도(literary theft)' 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 표절은 원래 고대 희랍이나 로마시대에서 노예를 납치하는 사람을 가리키며 '플레지어리(Plagiary)'라는 말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표절은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적 산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 이래로 계속해서 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와 모방, 표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상업주의에 입각한 대중가요의 표절 또한 투자 이윤과 환수의 개념이 가요시장의 발전보다 우선시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 대중음악 평론가는 "결국 현 가요계는 샘플링 음악이 판을 치더니 리메이크를 선두로 자연스럽게 표절이라는 이름으로 순환되고 있다"며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표현은 옛말이 됐다. 그저 베끼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문학, 영화, 출판,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사안일주의가 아닌 도전정신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모방과 표절의 근절은 어렵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모방과 무단 도용을 뛰어넘어 표절로 이어지는 오랜 악습들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참고서적 : <습관의 심리학>(곽금주·갤리온), <습관>(김경모·폴라리스), <표절-인문학적 성찰>(이혜순, 정하영 공편·집문당)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