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목청킹'으로 본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

sbs <스타킹>
"도전하려는 꿈이 있었는데...6.25 전쟁 속에 내 인생의 꿈이 다 날아갔어요. (눈물) 많은 풍파를 겪었고, 공직자 생활을 거쳐 사업도 했어요. 하지만 내 꿈에 대한 결실을 거두지 못했죠. 이제야 내가 노래를 배울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이덕재·78세)

"아이를 잃고 SBS <스타킹>에 오르기까지 내 삶에 영화 같은 일들이 많이 펼쳐진 듯해요. 아이 잃고 많이 슬퍼했는데... 지민이가 엄마 슬픔 빨리 이겨내라고 선물을 준 것 같아요." (김아영·27세)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그 충격으로 노래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서른 살이 넘어가면서 노래에 대해 아예 포기를 했었죠. 하지만 (야식배달집)사장님의 권유로 다시 노래를 시작하게 됐어요. 꿈만 같아요." (김승일·33세)

보통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드립니다

사연도 많고 눈물도 많다. 오로지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채워간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항상 스토리가 존재한다. 듣다보면 놀람이나 충격과 함께 가슴 찡한 감동이 한데 어우러져 묘한 카타르시스가 전해진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진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들에겐 무슨 매력이 있는 걸까.

MBC<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12월 20일 서울 등촌동 SBS공개홀에서는 <스타킹>의 한 코너인 '기적의 목청킹'의 녹화가 진행됐다. 새롭게 선보이는 '기적의 목청킹'은 음치인 일반인들을 선별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너. 지난 한 달간 1000여 명이 지원해 3차 오디션을 거쳐 16명이 최종 결선에 놀랐다.

주목할 만 한 점은 16명 중 9명이 일주일간 진행된 온라인 투표에서 3만여 명의 네티즌들이 참여한 가운데 선정됐다. 이들은 서울대 음대 김인혜 교수의 지도 아래 100일간 음치탈출 교육을 받게 된다.

이날 녹화에선 심각한 음치 전도사 김성조, 50일도 채 안된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 김아영, 6.25전쟁으로 인해 노래의 꿈을 저버려야 했던 이덕재, Mnet <슈퍼스타K>에 출연해 음치로 인해 악플에 시달렸던 김민수를 포함한 '음치 2AM'의 박초원, 유지윤, 정영우 등과 한양대 성악과 장학생에서 어려운 가정환경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노래를 포기했던 김승일, 6세 최연소 도전자 진유민 등 9명이 무대에 섰다.

이들의 사연도 가지가지. 성가대 합창단에 서고 싶지만 심각한 음치인 탓에 찬송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전도사 김성조 씨는 "노래를 잘 부르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 무척 괴로웠다.

직업 때문에 찬송을 할 때마다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를 잃고 필리핀 이민까지 계획한 김아영 씨는 "남편이 먼저 떠난 아이를 위해 불러주곤 했던 자장가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잘 부르고 싶다.

또 한 번의 스타탄생을 꿈꾸는 <위대한 탄생> 참가자들
아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서 이 자장가를 불러주겠다"고 사연을 말했다. 성악을 전공하려 했지만 가정형편 문제로 돌아서야 했던 김승일 씨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결국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래 부르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장님의 도움이 컸다"며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이날 녹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특이한 경력과 사연들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 순간 방청객과 전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최고령 도전자 이덕재 할아버지의 '사랑의 세레나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날의 내 잘못을 다 용서해주세요"라며 아내에게 바치는 이탈리아 곡 <물망초>를 열창했다.

노래가 끝나자 할머니가 무대로 나와 할아버지와 뜨겁게 포옹했고, 할아버지는 "인생에 지은 죄가 많다"며 또 한번 아내에게 사죄했다.

"일개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드려도 될지, 너무 감격스럽다"며 MC 강호동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전쟁 등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한 할아버지가 50여 년 만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을 펼치는 장면이 모든 이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눈물이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방청객과 출연진들은 눈을 훔쳤다.

왜 우린 이들의 사연에 웃고 떠들며 눈물을 닦을 수밖에 없는 걸까.

"휴머니즘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요구사항"이 됐다는 게 <스타킹>의 배성우PD의 말이다. 스토리가 있는, 사연이 있는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 그는 "개인적으로 휴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본다"며 "사람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쫓기 시작했다.

또 휴머니티를 진하게 풍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과 눈물 등 감동의 스토리를 전하는 휴먼 버라이어티가 지금의 (연예인을 쫓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한해 각 언론 매체에서 쏟아내는 화제의 키워드가 '슈퍼스타 K'다. 이들의 이야기 역시 많은 사연들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환풍기 수리공 허각의 1등,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존박, 학창시절 '왕따'임을 밝혔던 장재인 등의 사연들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였다.

케이블 채널 시청률이 2%대면 소위 성공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그러나 이들의 스토리와 노래는 케이블 사상 20%에 육박하는 '초대박' 시청률을 내면서 시청자, 네티즌 등 연령대를 초월해 관심을 받으며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슈퍼스타 K>에 자극받은 MBC도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을 방영하며 '제2의 슈퍼스타 K' 신드롬을 이어가고자 한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의 실력보다는 그 개인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벌써부터 예비스타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미스 일본출신 재일교포 4세 권리세, '제2의 장재인' 허지애 등은 시청자와 네티즌이 '찜'한 예비스타다. 이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제 TV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미 케이블 채널에선 새로운 포맷의 보통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온스타일의 서바이벌 리얼리티 <넥스트 크리에이터>와 MBC드라마넷의 <댄싱 위드 더 스타>가 그것. 이들의 이야기는 내년에도 이어지며 사연 많은 도전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서울대 김인혜 교수는 "이들의 이야기는 '불행하다',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불행한 마음을 확 풀어줄 것"이라며 "이들의 사연은 나도 감동시켰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도 뜨겁게 화제가 되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