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Flux-Seven Sense' 전

임택, '옮겨진 산수유람기'
사진은 그때 거기에 있었던 것을 재현한다. 그렇게 볼 때 이 사진들은 이상하기도 하다.

현실이라기보다 꿈을 찍어 놓은 것 같다. 색채에서 모양, 원근까지 중력의 자장을 벗어난 듯하다. 전은 현대 사진기술의 다재다능함을 빌려 재현의 범위를 넓힌 일곱 명 사진작가의 작업을 모았다.

임택 작가의 '옮겨진 산수유람기'는 동양 산수화를 재해석한 작품. 산을 만들어 촬영한 후 생생한 색감의 나무와 하늘, 풍선과 사람들을 배치했다. 그렇게 펼쳐진 풍경은 전설 속에 나오는 것처럼 아득하기도, 컴퓨터게임 화면처럼 즉물적이기도 하다.

한성필 작가는 공사 중인 건축물과 가림막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에서 가림막은 때때로 합성처럼 보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실재다.

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보게 하는 이 아이러니는 무엇을 보고 진짜라고 인식하는 즉각적이고 자연스러운 체험을 낯설게 만든다.

구성수, 'From the Series of Photogenic Drawing Flower'
구성연 작가와 구성수 작가의 작품도 시각 너머에 있다. 구성연 작가가 찍은 알록달록한 꽃들은 사실 사탕이다. 관객은 꽃이 사탕이어서 한번 놀라고, 보는 것만으로도 달콤함이 느껴지는 데에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우리의 인지 과정은 이렇게 엉뚱하다.

구성수 작가의 꽃 표본 사진들은 한층 더 복잡하다. 그냥 말린 꽃이 아니다. 찰흙으로 진짜 꽃의 모양을 본떠 틀을 만들고, 여기에 시멘트를 부어 굳힌 후 채색한 꽃이다. 한 장의 사진에 조각과 회화 기법이 총동원됐다.

보는 것은 무엇인가, 실재라고 인식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두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기억에 대해, 또 그로부터 만들어진 가치관과 기준에 대해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사진을 넘어서려는 사진들이 도달하는 곳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전은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갤러리룩스에서 1월18일까지 열린다. 02-720-8488


구성연, '사탕 시리즈'
홍승현, '모던타임즈'
한성필, 'Cutting Edge'
김수강, '옷걸이'
사타, 'SaTARLIT # 12'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