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김성윤 개인전 갤러리현대 16번지 | 27일까지

Running Deer Shooting, Chris Chris Crick, 2010
김성윤 작가는 어느날 일반인들이 장기를 뽐내는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연변족 널뛰기과 출신이라는 출연자들이 나왔다. 그들의 동작은 정교하고 힘찼다.

작가 눈엔 기계체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시장통 같은 프로그램 분위기 속에서 널뛰기는 아무리 완벽하고 진지해도 숭고한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작가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들의 놀라운 '묘기'와 김연아 선수의 감동적인 '연기'를 구분하는 건 뭘까?" 김연아 선수의 동작은 올림픽을 목표로 한 공식적인 스포츠 제도 내에서 훈련되고 보여졌기 때문일까?

하지만 신기할망정 숭고해 보이지 않는 기상천외한 종목들, 살아 있는 비둘기 쏘기, 달리는 사슴 모형 쏘기, 장애물 수영, 줄다리기, 한 손으로 역기 들기 등도 올림픽에서 행해진 적이 있다. 인간 승리와 국가간 경쟁의 제전으로 올림픽을 소비하는 지금의 사회적 관습에 비추어 보면 어리둥절한 일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동작은 어디까지가 장기이고 어디부터 스포츠일까? 특정한 종류의 동작에 장엄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적 약속은 어디에서 왔을까?

Live Pigeon Shooting, Seiichiro Kashio, 2010
올림픽조차 늘 지금 같지는 않았다. 19세기 말 13개국 311명 선수가 참가한 최초의 올림픽은 소박한 분위기였다. 정제된 유니폼 대신 제각각 편한 옷을 입고, 출전 종목의 상징물과 함께 포즈를 취한 선수들의 기념 사진은 김성윤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작가 자신이 좋아하는 당시 화가 존 싱어 사전트가 그들을 그렸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이 붓을 드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김성윤 작가의 전에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 가정과 패러디가 얽혀 있다. 이 작품들은 다단계의 과정을 거쳐 제작됐다. 작가는 초기 올림픽 기념사진의 주인공들을 실제로 재현했다. 닮은 인물을 섭외해 직접 만든 의상을 입혔다.

역시 직접 만든 소품과 세트 속에 '선수'들을 세우고 사진 찍었다. 그 사진을 다시 그림으로 그렸다. 100년 전 상황을 "사진의 재현과 회화의 재현이라는 이중의 재현을 통해 드러내는" 이 작업은 "지금 이 시대에 회화적 재현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전유신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이기도 하다.

김성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스포츠와 올림픽을 둘러싼 질문은 역사와 예술을 향한 질문으로까지 나아간다. 전시는 3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갤러리현대 16번지에서 열린다. 02-722-3503


Getting ready to start, Jim Thorpe, 2010
Club Swinging, Steve Wilson, 2010
Gunfighter, Vianney Griffon, 2010
Figue skating, John Foster, 2010
Portrait of Smoky, 2010
Portrait of a patriot, 2010
Mimicking deer, Chris Crick, 201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