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ㆍ파스타 '러빙헛', 인도카레 전문점 '타지' 채소밭 피자 '소트루'
목요일 오후, 사무실로 돌아오자 동료 기자가 물었다.
"배 터져 죽을 것 같아요."
비건 체험 일주일 동안 평소보다 더 많은 밥을 먹었다. 채식주의자들은 흔히 '생각보다' 먹을 게 많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한국에서 외식을 할 때만큼은 제약이 많다. 채식을 시작하고 싶은 '초딩 입맛'들을 위해 채식이 가능한 명동, 이태원, 청담동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태원 러빙헛 어니스트
"가족이 전부 비건인데 저만 육식을 했어요. 그러다 2년 전부터 저도 비건으로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었고요. 고기를 좋아했는데 집에서 고기 먹을 일이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입맛이 변하더라고요."
주 메뉴는 버섯크림파스타와 수프림버거. 식당에서 직접 만든 두유를 베이스로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재료를 공개하지 않으면 일반 크림파스타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맛을 낸다. 콩고기와 두부로 만든 수프림버거는 두툼한 패티와 감칠맛 나는 소스가 입맛을 돋운다.
함께 나오는 채소구이 맛도 일품. 아스파라거스 크림소스 파스타는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요리로 비건이 아닌 고객들은 호불호가 분명히 나뉜다고.
식전 빵으로 나오는 올리브 빵과 계란과 우유를 뺀 초코케이크, 와플 등도 인기다.
인도인의 절반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은 식사 모임 장소로 종종 카레를 먹는다. 단, 치킨스톡과 비프스톡은 빼달라고 주문하면서.
명동 YWCA 앞 (02-766-0677)는 2000년 문을 연 인도 카레 전문점이다.
"인도에서 고기 안 먹는 사람은 50% 정도에요. 하지만 치즈와 차이, 요구르트는 거의 다 먹죠. 이런 음식까지 안 먹는 사람은 1% 내외에요."
이곳의 지배인 나라(NARA) 씨는 채식주의자들에게 '인도 노란콩 커리'와 '토마토 소스에 감자와 컬리플라워를 넣어만든 커리'를 추천했다. 고기는 물론 치즈까지 뺀 채소 카레들이다.
카레와 곁들여 먹는 빵인 난에도 우유가 들어간다. 비건이라면 '인도밀빵'과 '일도밀 패스트리'를 시키면 된다. 난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우유대신 물로 반죽하고, 밀가루의 종류가 다르다.
이곳은 소설가 박완서, 이경자, 김영현 등 원로 문인들이 저녁 모임 장소로 자주 찾았다. 박완서 선생은 '인도 노란콩 카레'를 즐겨 먹기도 했다고.
청담동 소트루
청담역 근처 소트루(02-549-7288) 메뉴판에는 음식마다 '비건', '페스코' 등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을 표시해 두었다. 대표인 최지영 씨는 '생채식 연구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녀는 비건과 로비건(비건의 다음 단계로 채소를 생식으로 먹는 것)을 병행한다고.
쇠고기 덮밥이나 닭고기 요리 등 일반인들을 위한 음식도 선보이지만,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에 더 눈길이 간다. 엔초비가 들어간 파스타는 '페스코'를 위한 메뉴라고 소개할 만큼 세심하게 배려한다. 조미료로 쓰였지만 생선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 소이라떼는 코코아밀크로 두유의 비린내를 잡고 생크림 들어간 캬라멜 시럽 대신 아가벨시럽을 넣는다.
이 집의 대표메뉴인 채소밭 피자는 얇고 바삭한 도우에 바질 페스토소스를 바른 뒤 각종 채소와 견과류를 듬뿍 올린 피자다. 치즈 등 유제품을 일절 쓰지 않았기 때문에 비건도 먹을 수 있다. 마와 찹쌀을 함께 갈아 치즈의 맛을 보완했다. 모듬야채들깨현미밥과 더덕버섯두르치기는 채소와 곡물로도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메뉴들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