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금혜원 개인전 '도심 Urban Depth' 일민 미술관 5월 8일까지

Urban Depth D0003, 2010
폐허 위에 장막이 덮였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영역 표시다. 곧 그림 같은 집들이 들어설 것을 알리는 푸른 땅. 그러나 약속은 어쩐지 미심쩍고, 풍경은 어쩐지 을씨년스럽다. 장막의 푸른 색에 눈이 부시다 못해 아프다.

빗물은 스며들지 못하고 패인 곳에 고였다. 물이 초록색이다. 금혜원 작가는 여기에 '초록 연목 the green pon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럴듯하다. 초록색은 가장 '자연스러운' 색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그건 사실 물이 썩었다는 지표다. 금혜원 작가의 아이러니한 작명은 잔혹 동화 같은 현실에 닿아 있다. 연꽃 대신 공사 부산물이 둥둥 뜬 '연못'이 혀를 날름 내미는 것 같다. 요건 몰랐지, 용용.

동양화를 전공한 금혜원 작가는 변화하는 현재를 기록하기 위해 사진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도시의 심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심이 있다. 주로 감쪽같이 은폐되거나 포장된 풍경의 꼬리를 찾아 추적해 본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의 변화상을 담은 'Green Curtain' 연작, 재개발 현장을 담은 'Blue Territory' 연작, 지하 쓰레기 처리 시설을 담은 'Urban Depth' 연작이 대표작이다.

Urban Depth DB0023, 2011
최근작인 'Urban Depth' 연작의 시선은 흥미롭다. 구조적인 파이프와 견고한 컨테이너 등 쓰레기 처리 시설들은 근대적 위용을 뽐내고 있다. 기차의 도착을 경탄하며 바라본 초기 영화의 시선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지하의 비밀스런 공기는 색색의 쓰레기 봉지도, 파이프 위에 널린 걸레도 무대의 소품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문명이 우리의 삶을 떠받치고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금혜원 개인전 '도심都深 Urban Depth'는 5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02-2020-2055


Urban Depth D0027, 2010
The Green Pond, 2009
Green Curtain, 2009
Metro- Meteor 3, 2008
Urban Depth D0006, 2010
Urban Depth D0021, 201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