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코리아국회포럼 대표 남경필 의원]패션 전문가 주체되어 콘텐츠 결정, 패션 관련 법ㆍ제도 정비도 필요

지금 한국에 패션 박물관이 필요한 가장 시급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패션은 한 시대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투영한다. 패션의 다양성과 고유성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적 저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후원으로 패션 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정부가 주도하여 관리하는 박물관이 부재한 실정이다.

게다가 한국 패션은 현재 큰 고비를 넘고 있다. 내셔널 브랜드들이 연일 도산하고 있고, 해외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진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의류 수출 경쟁력도 하락 추세에 있다. 한국 패션의 외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저변 문화에서부터의 창의력 함양이 필요한 때다. 그런 의미에서도 패션 박물관 건립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까지 국내에 패션 박물관이 부재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패션에 대한 산업적 접근 때문이라고 본다. 박물관 건립은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가귀속 문화재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문화정책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패션 정책은 외형적 성장위주의 산업 정책이었다.

따라서 패션 박물관 건립을 위해서는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진흥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지방정부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되어온 패션 정책을 조율하는 콘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패션 관련 박물관은 대부분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립으로 운영될 때와 국립으로 운영 될 때 어떤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국립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패션을 문화유산으로 정의한다는 의미다. 또한 소장품을 통해 한국인의 문화 정체성을 규명하고 이를 국민에게 교육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를 표명하는 일이다.

대학이나 개인에 의해 운영되는 현재 사립 박물관과는 그 임무와 역할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한국인의 일상을 반영하는 패션으로 박물관의 영역을 확대하고 국민들에게 패션과 관련된 문화교육을 제공해야 할 때다.

현존하는 박물관들의 운영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가장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부족하다기보다는 지향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박물관들은 역사지향적 공간이었다.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가늠하는 문화시설로서 과거와 현재를 학습하는 장을 제공해 왔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생활문화 공간으로서 대중에게 친근하게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한국에 패션 박물관이 생긴다면 어떤 콘텐츠들이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립민속박물관에는 이미 의생활 관련 유물이 5000점 넘게 소장돼 있고 기획 전시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 복식에 대한 전시는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근현대 패션의 서구화와 산업화에 대한 기록이 부재하다는 의견들도 취합한 바 있다. 하지만 특히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온전히 패션계의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 설립을 추진하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패션과 관련된 법이 전무한 상태다. 패션 박물관 설립을 위해서 필요한 법은 무엇이며 현재 추진 중인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패션박물관 설립에 우선하여, 패션이 정부 정책으로서의 온전한 위상을 갖기 위해 패션관련 법률이 필요하다. 현재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산업디자인진흥법, 디자인보호법, 문화예술진흥법 등에서 패션과 관련된 디자인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명확한 법령이 부재하여 행정적 범위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현재 패션관련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등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법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문광부와 디자인코리아국회포럼에서는 패션 박물관과 관련하여 현재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인가?

패션박물관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폭넓게 공감되고 있지만, 정부의 주도로 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시화된 것은 최근이다. 먼저 설립 주체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하여 부처간 혹은 지자체간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관련 콘텐츠 확보를 위한 민관협력 모델도 수립해야 하는 등 과제가 많다.

이를 위해 패션 박물관 건립과 관련된 기본 구상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문광부에서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