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음원, 광고 등 막대한 수익… 상업성 논란도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라디오 스타'가 최고였던 시대가 있었다. 눈이 아닌 귀를 즐겁고 감성적으로 만들던 노래 선율들이 각광을 받던 시기였다. 그러나 TV의 탄생과 함께 '라디오 스타'는 지고 '비디오 스타'가 출현했다. 듣는 것만이 아닌 보는 것에 더 익숙해지고 열광하는 시대가 됐다.

가수 김완선, 서태지와 아이들 등 댄스 가수들이 탄생해 큰 인기를 얻더니,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아이돌 그룹들이 '비디오형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TV가 이끌어 낸 하나의 성공 콘텐츠다. 방송사들은 인기 스타인 이들을 섭외하는 데 열성을 보였고, 이것은 고스란히 시청률과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는 지름길이었다. 음악은 TV의 가장 좋은 수입 원천인 셈이다.

최근에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 덕분에 하루 종일 대중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올 하반기에는 더 격한 상황들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스타 K 3>와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2>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돈 방석?

MBC의 뉴미디어사업부가 바빠졌다. 연일 인터넷 언론 매체의 기사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 왜일까? MBC는 <위대한 탄생>과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지출과 수입에 대한 살림살이를 뉴미디어사업부에 맡겼다.

MBC <우리들으 일밤> '나는 가수다'
그들은 프로그램에서 생기는 수익에 대해 언론에 이실직고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수익 면에서 MBC가 상당한 부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부랴부랴 시작했던 빛을 이제 발산하고 있다.

2011년 방송계를 요약하는 단어는 '서바이벌'이다. 2010년 케이블 채널 Mnet <슈퍼스타 K 2>의 대성공은 지상파 방송 3사에 충격을 안겨줬다. 케이블만의 잔상이라고만 여겨졌던 오디션과 서바이벌의 적절한 조합이 방송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만들었다. 이는 지상파 방송을 자극했다.

아무래도 가장 눈독이 갔던 부분은 엄청난 부의 축적이었을 것이다. <슈퍼스타 K 2>는 광고, 음원, 문자서비스 등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를 따라가기라도 하듯 각 방송사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그야말로 '올인'했다.

<슈퍼스타 K 2>의 경우 광고 수익만 4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판매만 아니었다면 100억 원대를 넘겼을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여기에 프로그램에서 도전자들이 불렀던 노래들의 음원이 공개돼 온라인 차트에 상위권을 지켰다.

올 초까지 이들의 곡들은 방송사인 엠넷미디어(현 CJ E&M)의 엄청난 수입원이었을 게 틀림없다. 한 건당 100원의 문자투표까지 합산하면 그야말로 '돈 방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는 8월부터 방송되는 <슈퍼스타 K 3>에 거는 기대는 당연하다. 광고수익만 전년도에 비해 4~5배 즉 200억 원대로 전망하고 있으니 말이다. 음원 수익과 문자투표 등의 수익을 더하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전작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 차기작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이번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성과에선 예외인 듯하다. <위대한 탄생>이 방송 5개월 만에 전작인 <슈퍼스타 K 2>는 저리가라는 정도로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와 음원, 문자투표 수익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8일과 15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면서 시청률은 20%를 넘겼다. <위대한 탄생>은 지난해 11월 첫 방송부터 광고가 완판되더니 현재까지 그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70분 방송인 3월까지 90% 이상 광고가 판매돼 회당 3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광고 단가가 1200만원을 조금 넘는 선. 4월 들어 120분 생방송 2회로 광고(총 48건)를 완판했으니 회당 최소 6억 원에 육박하는 수익이다. 현재까지 50억 원을 넘는 수익을 광고 판매로만 냈다.

여기에 한 건에 100원하는 문자투표서비스가 8일에 170만 건 이상, 15일엔 130만 건에 육박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3억 원을 번 셈. 앞으로 한 달여의 방송 분량이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총 10억 내외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 음원까지 공개돼 판매가 되면 그 수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위대한 탄생>의 멘토 중 한 명인 이은미의 <녹턴> 등은 인터넷 음원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나는 가수다'도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18일 녹화가 재개되면서 벌써부터 대중의 촉각이 곤두 서 있다. 가수 임재범과 김연우, BMK 등 가창력 있는 뮤지션들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첫 방송에서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나 박정현의 <꿈> 등이 음원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 2차 대결에서 보여준 14곡이 1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MBC측은 "매출이 3개월 단위로 정산되기 때문에 그 기준으로 삼았다"며 "이 중 40%를 가지고 대중음악발전기금과 출연진, MBC가 각각 나눈다"고 설명했다.

'나는 가수다'는 실력파 가수들이 총집합한다는 장점 때문인지 음원 유통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MBC와 음원유통사 간의 계약금도 평상시보다 4~5배 높게 책정됐다고 한다.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현장인 셈이다.

너도 하니 나도 한다?

CJ E&M은 <슈퍼스타 K 3>의 전초전으로 tvN <오페라 스타 2011>를 방영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의 오페라 버전이다. 가수들이 오페라의 아리아를 일주일 동안 습득한 뒤 네 명의 전문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문자투표를 통해 순위가 결정된다. 가수들이 발성부터 다른 오페라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의아할 수 있지만, 정작 무대를 보면 그 진지함에 숨을 죽이게 된다.

<오페라 스타>는 최근 2% 대의 시청률을 돌파하면서 점점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현재 <오페라 스타>는 디지털 싱글 형태로 세 개의 앨범에 총 13곡이 공개됐다.

<오페라 스타>도 가수들이 오페라를 부른다는 설정 때문에 제작 초반부터 음원에 대한 동의서를 가수들에게 받았다. CJ E&M을 통한 음원 유통 동의서가 그것이다. 음원에 의한 수익 배분까지 명시된 동의서다. 이것은 가수들이 참여해 노래를 부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씩 앞 다투어 벌이는 하나의 현상이 됐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 음원 공개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던 상황에서 뒤늦게 가수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그램이 급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음원 공개나 1위를 예상하는 문자투표 등의 수익 등에 대해 방송을 시작한 후 한참 후에야 계약서가 만들어졌다. 가수들과 음원 수익을 5대 5로 분배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방송사가 챙기는 몫이 많다는 의견이다.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많아지다 보니 실시간 문자 투표를 지원하는 서비스업체도 겹친다. 양방향 모바일 서비스 기업 (주)인포뱅크는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오페라 스타> 등의 실시간 문자 투표를 지원하고 있다. 한 건에 100원하는 문자콜수가 프로그램당 100만 건이 넘고 있는 상황이라 만만치 않은 수익을 낼 전망이다.

'나는 가수다'는 일찌감치 유통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어 음원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나는 가수다'는 로엔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음원 사이트 멜론의 간접 광고까지 내보내고 있다.

<위대한 탄생>도 마찬가지. <위대한 탄생>은 네오위즈인터넷과 스폰서십 및 음원 유통 등을 독점 계약했다. 이 때문에 방송 중에 네오위즈인터넷이 운영하는 음원 사이트 벅스 로고에 대한 노출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시청자는 좋든 싫든 간에 간접 광고를 봐야 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간혹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잦은 광고의 노출도 감수해야 한다.

한 음원유통사의 관계자는 "최근 방송사 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유통사 간에도 상당한 경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수익성 면이 가장 두드러진 이유이기도 하지만 TV를 통한 광고나 홍보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을 이용한 방송사 주머니 챙기기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특히 MBC는 하반기에 <위대한 탄생 2>까지 방영할 계획을 밝혔다. 대대적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서면서 이런 상업주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연예제작협회 한 관계자는 "방송사가 마치 거대 기획사가 된 듯 음원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다양한 대중음악을 시청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에는 동조하지만, 신인가수나 새 앨범을 낸 가수들에게는 창작의 존재이유에 대한 고민만 더 안겨주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