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2人, TV와 대중음악 성공의 조건 제시
이것은 케이블 채널의 대성공이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발전이든 이미 그 평가와 업적을 넘어섰다. 대중음악과 TV가 어떻게 윈윈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슈퍼스타 K>의 김용범 PD가 "침체된 한국음반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자"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이상의 효과와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 영향권 안에는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과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청춘합창단' 등이 있다. 지상파 방송이 아무리 아니라고 발버둥을 쳐봤자 대중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슈퍼스타 K>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음악과 함께 감동을 선사했다는 것을. 그래서 지상파 방송은 그 뒤를 쫓아가기 위해, 대중의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음악으로써 다가가려고 하는 것이다.
김작가ㆍ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이 TV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이런 관계가 유지됐다. TV가 그 자체를 중심으로 하는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중음악을 끼워 넣었다. 그러면서 인터넷의 발달은 새로운 구조의 음원 시장을 양산해냈다.
대중음악이 더욱 TV에 의존적이 된 것은 아이돌 그룹들의 TV 출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아이돌 스타들은 음악 프로그램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에 더 많이 출연해 예능시장을 장악했다. 아이돌 그룹들은 그러면서 시장지배적 조건을 갖추며 음반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나 '세시봉 열풍' 등도 같은 맥락이다. 대중음악이 예능과 관계를 맺었을 때 그것은 음반시장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만약 기존의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보통 가수들이 쇼만을 보여줬다면 아마 대중은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앨범과 음원 수익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특히 신인가수들은 음악 자체만으로는 이슈화될 수 없다. 이 때문에라도 TV에서의 이슈 만들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0년 중반 이후 인터넷 언론의 성장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가수다>나 <위대한 탄생>, <슈퍼스타 K> 등이 선전하고, 그들의 음악이 시장에서 영향을 넓힐 수 있었던 건 인터넷 언론의 힘이다.
TV를 보고 모니터링한 기사들은 대중에게 부담 없이 쉽게 받아들여졌다. 대중에 미치는 그 힘은 무척 크다. TV에서 나오는 스토리텔링은 대중으로 하여금 음악을 더 쉽게 들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나는 가수다>는 실력파 가수들의 경쟁을 보이면서 이슈를 만들었다. 경쟁을 통해 이야기가 형성됐고 대중은 더 진정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예능의 스토리텔링 안에 대중음악이 들어와 있는 형국이다.
더 이상 대중은 2분 30초(노래 한 곡 시간)를 참지 못한다. 스토리텔링이라는 예능 코드가 있을 때 그 참을성을 더 연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MBC <음악여행 라라라>나 SBS <김정은의 초콜릿> 등 음악 자체만을 듣는 프로그램이 없어진 이유도 시청률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예능적 스토리텔링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종합편성채널이 생기면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쉽게 제작할 수 있고, 거기에 방송사의 잇속도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인가수들이 음원시장에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숙제다. 이를 위해 TV가 이들을 구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도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주영훈ㆍ음반프로듀서 겸 작곡가
TV가 최근 대중음악을 이용해 손쉽게 배를 채웠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요인도 찾을 수 있다. 바로 음악(노래)으로 광고나 시청률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에 많은 광고가 붙고, 시청률이 승승장구한다면 앞으로도 프라임 시간대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생길 수도 있다.
그간 음악만을 내세웠던 <음악여행 라라라>나 <김정은의 초콜릿>은 밤 시간대 편성돼 성인들만이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시청률도 낮았다.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가요 프로그램들도 광고가 별로 없는 시간대에 편성되거나 10대 위주의 시청자 층을 위한 방송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제작돼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이다. 방송사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이다.
그런데 <슈퍼스타 K>와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는 이런 논리를 뒤집었다. 스토리(사연)와 서바이벌이라는 볼거리가 더해진다면 대중음악이 승산 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가수들이 나와 평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음악 프로그램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물론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은 지상파 방송이라는 점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 먼저 방송사와 제작사, 가수들과의 수익 문제들을 잘 풀어야 한다.
<위대한 탄생>이 아마추어인 약자들을 보호하지 못한 채 마구 음원을 공급하는 건 또 다른 논란을 제기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첫 단추를 끼워가는 과정이니 잘만 정착되면 대중음악의 소통의 활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요즘 방영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가수들이 등장해 노래도 부르고 퍼포먼스도 펼치는 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특히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해 펼치는 퍼포먼스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오히려 대중음악계에 필요한 절차가 된 듯 싶다.
일반적인 가요 프로그램과 달리 전 시청자가 볼 수 있다는 점, 장르에 구분하지 않은 가수들이 출연한다는 점 등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대중이 다양한 대중음악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세시봉>도 TV가 대중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켜 완성된 결과물이다. 이런 순기능적 역할을 TV가 해준다면 앞으로 대중음악을 골든 시간대에 보고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감성을 자극하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더 절실하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