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알 권리 내세워 무책임한 경쟁, TV는 시청률 의식해 연예인의 폭로와 고백 이용

<박철과 옥소리>
# "서태지와 이지아의 결혼, 이혼, 재산분할은 사적인 문제로 공적인 관심을 쏟을 소재가 아닙니다. 이지아가 정우성을 사귈 때 이혼녀임을 밝힐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도의적 의무는 있지요. 이지아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정우성 밖에 없습니다."

# "서태지-이지아, 도덕적,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죠. 사생활을 공개할지 말지는 본인들 취향의 문제. 이혼소송에까지 이르렀으면 당사자들 모두 힘든 상황일 듯. 거기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이 시대의 지식인들까지 나섰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이들의 문제는 사적인 문제지, 공적인 관심을 쏟을 소재가 아니라고 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이들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의견은 이번 사태에 대한 대중의 맹목적이고 지나친 관심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여과되지 않은 채 인터넷을 떠돌며, 대중매체들은 새로운 폭로거리를 찾아 경쟁을 하고 있다. 연예인들에겐 유독 가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중은 궁금하다. 그래서 알고 싶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윤복희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추측성 보도에 대해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이지아의 소속사인 키이스트는 서태지와 이지아의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두 번이나 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루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이지아의 직계가족 및 친인척, 지인들의 신상과 사생활 공개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 매체들은 '둘 사이에 아이가 두 명 있다', '이지아 어머니의 친구 인터뷰', '이지아의 친언니는 호텔리어' 등 가십성 기사들을 토해냈다.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인 내용들이다.

사실 연예인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 사고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열애, 결혼, 별거, 이혼, 재혼 등 그들의 개인사까지 언론에 공개되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터넷이 활발해진 2000년대 이후부터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비밀이 보장되는 않는 영역이다. 거기에 최근에는 스마트폰까지 가세해 루머는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금은 고인이 된 톱스타 최진실은 야구선수였던 조성민과 2000년 결혼식을 올리면서 '세기의 결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들은 열애서부터 결혼, 그리고 별거와 이혼 등의 과정 모두가 언론에 공개됐다. 하지만 결혼 이후 4년 여 동안 각자의 회견, 법정 소송 등으로 승자 없는 싸움을 하다가 결국 파경을 맞았다.

SBS 토크쇼 <강심장>
그 과정에서 최진실의 집이 공개되고, 아이들과 가족 등의 신상이 적나라하게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지금은 이들의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과연 어디까지 공개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 후 조성민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활동을 자제하며 대중 앞에 나서질 않고 있다.

연예인 부부였던 박철과 옥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10년간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꼽혔던 커플이었다. 그러나 2007년 박철이 이혼소송과 함께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내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부부생활, 간통, 양육권 등 너무도 사적인 문제들이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에 자세하게 전해졌다. 언론매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들은 이지아의 소속사처럼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언론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박철은 당시 "아이를 보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인터넷에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삭제를 부탁드립니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호소했다. 옥소리는 아직도 세상을 피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간청에도 불구하고 대중매체들은 여전히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속보 경쟁을 벌인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어찌 보면 언론도 희생자이다. 언론도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취재 내용의 중요성이나 정보성보다는 먼저 알리는 게 우선인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생활을 팝니다. 폭로와 고백으로 얽힌 TV

"그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이용한 겁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지난달 20일 가수 윤복희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이 같은 말을 했다. 40년이나 지난 해명이었다.

1960년대 윤복희는 가수 남진과 재혼을 했고 6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그러자 세간에는 폭행설, 도주설 등 무성한 루머들이 확산된 채로 40년의 시간이 흘렀다.

윤복희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식으로 지난날을 고백했다.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며 실시간으로 받아쓰던 인터넷 매체뿐만 아니라 종합일간지들도 충격적인 고백에 놀라 기사화했다. 윤복희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는 했지만, 40년 만의 진실은 또 한번 언론을 들쑤셨다.

이상하게도 '무릎팍도사'는 연예인들의 고해성사 자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가수 조영남과 배우 윤여정의 만남과 결혼, 이혼 등에 사사로운 얘기들이 줄을 이었고, 부활의 김태원이 자녀에 대한 아픈 감정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들 자리에 나온 연예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하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토해낸다. 과거를 용서받기 위해, 혹은 현재를 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무릎팍도사'를 보는 재미를 찾는지도 모른다.

SBS <강심장>은 어떤가. 여기는 강도가 더 높다. 20여 명의 연예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재미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얼마나 더 재미있고 충격적인 고백인가를 가리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그런데 듣고 있자니 가관이다. 가출, 폭행, 자살, 성형, 따돌림, 이혼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야기들이 다반사다.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검증할 수도 없다. 개인적인 스토리이기 때문에.

대중매체의 구조적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광고 수익이나 시청률 등을 따져볼 때 자극적이고 선정적일수록 그 효과는 배가된다. 대중은 그럴수록 더 반응하며 귀를 연다. 방송이 나쁘다고 할 수도, 대중이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토크쇼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한 개인의 성공스토리가 매력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며 "최근에는 다양한 토크쇼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그러다보니 더 자극적인 스토리가 필요하고, 폭로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시청률이 올라가는 건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질 거란 전망을 낳는다"고 말했다.

결국 고백과 폭로가 남발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을 참고 봐야 한다는 소리다. 듣기 거북해도 들어야 하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짓밟는 폭로들은 아무렇지 않게 전파를 타고 대중은 완충장치 없이 흡수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프라이버시 개념이 정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법적으로 사생활을 논할 수 있는 범주가 정해져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도 조심성을 기울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고백이나 폭로를 하는 것이다. 이 때 타인의 것을 폭로했을 때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해도 공론화된 적은 거의 없어 방송사는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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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