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경희대 영미문화전공 이택광 교수연예인은 공인인가에 대한 이중적 시선이 문제

서태지와 이지아 간의 소송이 밝혀지면서 가장 바빠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변호사도 아니고, 소속사 관계자들도 아니다. 문화를 진단하고 평론하는 사람들, 바로 문화평론가들이다.

이들은 서태지와 이지아의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언론에 가장 먼저 '부름'을 받았다. 문화평론가인 경희대 이택광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이번 일이 터지자마자 지상파 3사 방송을 비롯한 종합일간지 및 인터넷 매체 등은 그를 찾았다. 그의 말마따나 "사태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태는 두 가지가 겹치면서 더 커졌어요. 서태지는 30, 40대의 영원한 우상이자 중요한 변수죠. 그런데 최근에 20, 30대의 아이돌 문화로 부상한 이지아가, 그것도 신비주의로 일관한 이들이 만나게 되면서 세대 간의 결합도 이뤄졌다는 겁니다. 대중의 연령 관심폭이 넓어지면서 사태도 커진 것이죠."

서태지와 이지아가 자신들을 철저하게 숨기려다 실패해 들킨 형국이다. 대중의 비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연예인을 공유물이라고 봤을 때 신비주의 전략을 택한 연예인은 결국 공과 사를 구분해서 사적인 생활은 보호하겠다는 뜻이죠. 미국적인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대중은 어떤 면에선 동경하지만 거부도 합니다. 만약 이들이 사생활을 지키는 데 기분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고작 그것이었나'라는 비난을 쏟아낼 수 있는 거죠."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경쟁적 보도로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인터넷이 생기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담론 현장이 부드러워졌다는 겁니다. 반면에 기준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다 보니 가치관이 흐려졌다는 것이죠. 중간자적 위치가 언론의 몫이었죠. 하지만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언론의 클릭 조회수 등이 중요해지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갖게 되죠. 예전에는 언론이 장거리 마라톤이었다면 지금은 단거리 마라톤입니다. 따라서 추측성 보도도 마구잡이로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또한 매체는 많아졌는데 취재할 것이 없다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도 주말에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모니터링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죠. 몇몇 인터넷 매체는 취재거리가 없고, 뉴스거리를 만들어내는 여건이 안 돼 있어요. 취약한 언론의 재정구조도 문제고요. 이제는 취재경쟁이 아니라 보도경쟁인 시대가 된 것이죠. 선정적 보도도 서슴지 않는 것이죠.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과도한 루머들이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서태지가 사생활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서태지가 받은 혜택에 대해서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면, 사생활은 공개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정아의 경우 그녀는 고백을 상품화해 정치적 의미를 상품화로 가두어 버렸어요. 공공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책으로 상품화시킨 것이죠. 특히 서태지는 현재 아이돌 문화와 다르게 성장한 경우입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사생활을 상품화한 것들입니다. 사생활을 파는 것이 하나의 품종이 된 상태에서 단순하게 그 사람의 사생활을 공개하라는 건 설득력이 떨어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생활을 공개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적인 문제인 겁니다.

중요한 것은 부를 축적하면서 도의적 책임은 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만약 이런 부분들이 정착된다면 한국사회에는 큰 교훈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서태지가 사회적 책임은 있다고 보는 것인가.

"평소에 서태지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등,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이나 연예인의 문제를 떠나 사회 전체가 관련된 판을 키워 놓았어요. 그러면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죠. 한국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태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거죠.

그는 연예인이면서 가수지만 자본가이기도 합니다. 회사를 가지고 있는 자본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겁니다. 개인이 혼자 자본을 쌓은 것이 아니라 앨범을 각 개인(팬)이 사줌으로써 부를 축적했잖아요. 여러 노동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에 합당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지금은 재판 중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겠지만, 나중에 이에 대한 발언이 있어야 할 겁니다."

서태지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팬심은 여전하다.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서태지는 아이돌 문화로 바뀐 연예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있어요. 단지 과거의 마니아팬층이 이번 사태의 확대를 막아주고 있는 형국이죠.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서태지 팬들조차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데'라며 대중이 느끼는 인식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태지가 계속 인기가수로 남고 싶다면 자신이 가진 신비주의 전략을 포기해야 할 겁니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는 과거의 아이돌 문화에서 성장한 가수들이 넘어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줍니다. 과거에 하지 않았던 추억을 상품화해 출연합니다.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가수들의 입장에선 (음악이) 팔리니까 좋을 수도 있어요.

이런 와중에 자본주의 사회에선 서태지를 보는 시선이 더 곱지 않을 수 있어요. 대중이 이렇게 서태지에 대해 티격태격하는 이유도 '우리는 팍팍하게 삶을 살고 있는데, 넌 뭐가 그리 잘났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즉 한국사회는 실질적으로 지식인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어요. 정치인이나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혐오죠. 이 사람들을 지지하면서도 혐오하는 것이 바로 자본의 논리인 것이죠. 이들은 노동의 논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고된 일상에서 일탈해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서태지가 만약 이번 사태들에 대해 공개한다면 어떤 파장이 예상되나.

"또 다른 신정아와 같은 폭로의 상품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어요. 폭로와 고백의 상품화는 나를 고백한다는 것보다 타인의 시선에 따라 나를 고백하는 것이죠. 이는 곧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자아가 부서지거나 파괴됐을 때 고백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는 겁니다. 지금은 이런 두 가지의 진자가 왔다갔다 하는 사건들이 많이 터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연예인이 공인인가에 대한 논란은 진작부터 있었죠.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연예인들에게 공인으로서의 의무를 당연시하면서도 그들을 공인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아요. 방송인 김미화나 김제동 등이 정책발언을 할 때는 불편해하면서 책임을 요구할 때만 공인을 강요하는 건 부당한 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선 공인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대중도 이중적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형국이죠. 하지만 사생활 문제에 있어서 연예인이 공인인가에 대한 문제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사안입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