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전장

"매주 우승자는 있지만 탈락자는 없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MBC <우리들의 일밤>의 코너 '나는 가수다'의 영향이 크긴 큰가 보다. KBS는 한 발 늦은 행보지만 '나는 가수다'의 포맷을 빌려 아이돌판 '나는 가수다'를 만들었다. 6월 4일 첫 방송될 KBS <자유선언 토요일>의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 코너이다.

5월 16일 열린 '불후의 명곡2'의 간담회에는 '나는 가수다'의 내로라하는 정상급 가수들 대신 아이돌 가수 6인이 참석했다. 아이유, 효린, 창민, 요섭, 종현, 예성 등은 앞으로 '전설의 가수'로 선정된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역시 청중 평가단 200명의 판정을 받는다.

'나는 가수다'와 다른 점은 탈락자가 없다는 것이다. 또 '나는 가수다'와 달리 음원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음원시장을 교란시킨다고 판단했다"는 게 권재영 PD의 말이다. 하지만 연말에 우승자들의 곡만 따로 모아 음반을 발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구성원이나 진행방식은 차치하고라도 아이돌 가수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진정성은 얼마나 짙을까. '나는 가수다'를 능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이 강하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가수들을 이용한다고?

<우리들의 일밤>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시청률 12.1%(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KBS <해피선데이>의 시청률 18.4%를 맹추격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가 시작하기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었다. <우리들의 일밤>은 개편 전에는 5%를 웃도는 정도였다.

일단 '나는 가수다'로 인해 방송사가 추구하는 '시청률 장사'는 대박을 거뒀다. <슈퍼스타 K>의 성공이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을 만들어낸 것과 다르지 않다.

작곡가 겸 음반프로듀서 주영훈은 "유행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방송사 입장에서 대세라는 표현처럼 대세를 쫓아가지 않으면 낙오자 취급을 받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그러나 가창력 가수에 대한 급속한 대중적 관심은 몇 년간 지속되어 온 아이돌 천하에 지치고 갈증을 느낀 가요 팬들의 반란"이라며 '나는 가수다'에 힘을 실어주었다.

작곡가 겸 음반프로듀서 박성일 역시 "방송사는 어쩔 수 없이 시청률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논리이기도 하지만 슬픈 한국 방송계의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단순한 '가창력 쇼'라고?

MBC의 '나는 가수다'와 KBS의 '불후의 명곡2'는 이른바 노래 잘한다는 비교적 나이가 든 최고 가수들과 젊은 아이돌 가수들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러나 재미는 거기까지일 것이라는 비판은 어떤가. 진정성 있는 무대를 보여주긴 하겠지만, 진정한 음악을 들려주는 데에는 미흡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은 "방송사들은 음악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들을 만든다. 악기 연주를 보여주는 건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어렵다. 보컬은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가장 버라이어티한 화면을 보여주는 데 적절하게 이용된다"고 말했다.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2'가 그 대상만 바뀌었을 뿐 활용방식은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대중음악 SOUND 발행인·편집인 박준흠은 이렇게 꼬집었다.

"가수에 대한 자질과 능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단순 가창력을 쇼로 만드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대중음악이나 창작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한편으로는 중견 가수들에 대한 헤게모니를 쥐려는 방편으로 보이기도 한다. 크게 보면 아이돌을 키우고 대하고 활용하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