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한가람미술관 8월 10일까지
도시에 갇혀 한 치 앞의 이익과 편리를 좇는 현대인의 눈을 깨우는 사진들이 왔다. 6월2일부터 8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은 문명의 질주에 잊혀진 지구에 주목한다. 이렇게 엄연한 지구를, 어쩌다 잊고 있었을까. 사진은 생명과 환경 사이 오래된 관계를 놀랍게 복원시킨다.
아프리카 평원을 걸어가는 코끼리를 담은 닉 브랜트의 사진은 생명력 그 자체다. 사진은 멈춰 있지만, 보는 이의 머릿속에서 코끼리의 근육과 관절은 움직이고 있다. 닉 브랜트는 자신의 사진이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동물에 대한 '엘레지'라고 말한다.
인간과 자연의 어울림에 대한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과 루드 반 엠펠, 조이스 테네슨의 사진은 낙원의 전설 같다.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의 말처럼 "우리는 바위와 나무, 하늘과 물의 한 부분이며, 흘러간 시간 속에 주어졌던 원시 풍경의 한 부분"임을 기억하게 한다.
어떤 사진작가들은 사실을 넘어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했다. 지아코모 코스타가 '재현'해낸 도시는 재앙의 풍경이다. 물에 잠겨 있고 폐허가 되었고, 침울하다. 이대로 환경 파괴가 지속된다면 닥쳐올 미래에 대한 작가의 경고다.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것일까. 작가는 "사진은 우리가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사진의 아름다움과 힘은 지구의 환부들을 정확히 주시하는 데서 나온다. 언뜻 추상화처럼 보이는 데이비드 마이셀의 '더 레이크 프로젝트'는 1926년 미국 오웬 호수가 오염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 오묘한 색은 물이 마르면서 침전된 오염 물질이 만들어낸 비극의 흔적이다.
폭발하는 화산을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에 초점을 맞춘 피포 누옌-두이의 사진은 인류의 앞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9.11 사태 이후 "과연 이제 우리에게 안전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화두로 시작한 <에덴의 동쪽> 연작의 출발점이다.
전쟁터에 있거나, 직접 홍수와 가뭄을 겪은 이가 아니라도 누구나 두려움에 떠는, 고작 이런 문명을 짓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저버렸는지 묻고 또 묻는 한 순간이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