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공장더불어 - 김보경 대표동물의 마음 읽고 오해 바로잡는 책들 6년째 펴내

동물 전문 출판사라니, 무한도전이었다. 더구나 첫 책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리디아 하비가 주인공인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동물의 마음을 읽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존재 자체가 생소했던 2006년이었다. 하지만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는 그 책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기르던 개들이 돌연 떠나고, 너무 황망해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먼저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을 구해 읽었죠. 그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동물의 생각과 감정이 그렇게 깊고 다양한지 미처 몰랐거든요. 배려심, 수치심 등 사회적 감정까지 갖고 있더군요."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가 번역된 후 리디아 하비는 국내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책의 판매 부수는 "1인 출판사의 꿈"인 1만 부를 넘었다. 동물과 교감하고 싶었던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6년째, 책공장더불어는 꾸준히, 앞선 동물 책을 펴내고 있다. <채식하는 사자 리틀 타이크>,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유기동물에 대한 슬픈 보고서> 등의 번역서는 동물을 보는 사회적 시선을 넓혔다. 생명체로서의 인간과 동물이 문명 안에서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지 물었다.

김 대표가 직접 기획한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는 한국사회 내 반려동물문화의 현주소를 정확히 반영한다. 임신이나 육아가 반려동물을 버리는 당연한 핑계가 되는 곳은 한국뿐이다.

몰이해가 관습으로 굳어질 만큼 정보가 부족한 것이다. 의사인 권지형 씨와 김 대표가 함께 쓴 이 책은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 임신이 안 되고 입덧이 심해진다', '개와 고양이의 털이 태아와 신생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알러지가 있다면 동물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 등의 속설을 과학적으로 반박한다.

덕분에 작년 출간 시 아이와 반려동물을 모두 지키려는 젊은 부모들에게 큰 힘이 됐다.

"권지형 씨가 이 책을 제안한 건 2006년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황당하다고 생각했죠.(웃음) 반려동물에 대한 오해가 너무 풍문 수준이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진실이 밝혀질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틀렸어요. 시간이 갈수록 오해가 더 심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작년에 낸 <개·고양이 자연주의 육아백과>는 또 한발 앞서나간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치료하는 자연주의적 방법, 홀리스틱 수의학을 다룬다.

식단과 일과, 생활환경 등을 건강하게 구성함으로써 동물의 면역력과 생명력을 높여주는 홀리스틱 수의학의 접근 방식에는 생명체를 유기적으로 파악하는 패러다임이 깔려 있다.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유효한 패러다임이다. 최근에는 건강을 해치는 각종 첨가제가 들어 있고, 동물 대상 실험을 거쳐 생산되는 비윤리적 사료에 경고를 보내는 <개·고양이 사료의 진실>이 나왔다.

이들 책은 김보경 대표의 반려견인 '찡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18년 동안 함께 살면서 찡이가 나이 드는 만큼 김 대표의 관심사도 달라져 왔다.

"항상 찡이를 더 깊이 이해하고 교감하고 배려하고 싶었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없었어요. 그 목마름이 이 일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찡이를 기르며 동물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까지 눈을 뜨게 된 그에게 반려견은 넓은 세상을 보여준 창이었던 셈이다. 책공장더불어의 책을 재생지로 만드는 것도 동물 사랑과 환경 의식이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찡이에게서 배운 점은,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개들은 매순간 최선을 다해 기뻐하잖아요. 운동하러 나가면, 어제도 했고 내일도 할 텐데도, 그 때마다 얼마나 즐거워하는지.(웃음)"

덕분에 김 대표도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