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고양이' 저자 이주희동물에 대한 애정이 생명ㆍ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내 고양이들에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고맙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 그들을 만났기 때문에 나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으니까."

이주희의 에세이집 <이기적 고양이>의 주인공은 함께 사는 네 마리 고양이다. 고양이들의 출중한 외모와 기특한 행동들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지만, 여운이 긴 건 이들이 공유하는 일상이다. 저자가 너무 우울해서 음악을 최대 볼륨으로 높이고 누워 버리자 고양이들이 따라와 발 밑, 머리맡에 가만히 앉아 있어 주는 장면, 그가 처음 고양이를 데려왔을 때 저지른 온갖 시행착오를 떠올리며 '우리 엄마도 첫째인 나를 기르며 함께 자랐겠지' 깨닫는 순간엔 마음이 뭉클하다.

자신의 고양이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고양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 저자는 이제 틈틈이 골목에 사료를 놓아두며, 만나는 고양이마다 밥은 먹었는지 묻고, 집 마당으로 찾아오는 아홉 마리 길고양이를 거둬 먹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얼마 전에는 동네에 붙은 '고양이를 찾습니다' 전단지를 발견하곤 자기 일인 양 속상해서 연락을 했다. "고양이 주인에게 고양이들이 많이 가는 장소를 알려드리고, 혹시 발견하면 즉시 알리겠다고 위로도 했죠. 그 심정이 어떨지 아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친절한 편은 아니었는데, 공감 능력이 길러진 것 같아요.(웃음)"

사랑은 위대하다. 사람을 변화시킨다. 이주희 씨는 요즘 식생활을 바꿔 나가고 있다.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식을 시도해보고 있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별난 사람만 채식을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작은 실천으로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동물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에요. 자부심이 생기거든요."

사랑이 가벼운 감상이나 순간적인 충동이 아니라 의지를 발휘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길러내는 책임감 있는 삶의 태도라는 것을, 이주희 씨와 고양이들의 관계가 알려준다. 반려동물은 성장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반려동물을 권해주고 싶은 사람이요? 퇴근 후 집에 가서 불 켜는 게 무서운 사람들이요.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고양이가 맞아주는 시간이 있어서 집에 갈 용기가 난다고요.(웃음)"

시작이 미약해도, 과정은 행복하고, 결말은 장담할 수 없다. 이주희 씨의 증언에 따르면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나니 밥 내놓으라고 날 쳐다보고 있는 눈동자가 여덟 개로 늘어나 있을지도." 그리고 그때서야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무한하며,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깨달을지 모른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